일본을 대표하는 4대 모터사이클 브랜드는 저마다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정숙하고 교과서적인 혼다(Honda), 깔끔한 디자인의 야마하(Yamaha), 퍼포먼스에 집착하는 스즈키(Suzuki)까지 저마다 개성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가와사키(Kawasaki)는 남자의 마초성을 대변한다. 공격적인 디자인과 거친 폭발력의 엔진 필링은 오늘날 가와사키의 브랜드 이미지를 완성한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이렇게 차고 넘치는 남자의 매력을 가진 가와사키지만, Droog Moto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았나 보다. 2016년 부부인 맥스와 에리카가 설립한 미국 워싱턴의 커스텀 개러지 Droog Moto가 가와사키의 간판 리터급 모터사이클 Z1000을 베이스로 DM-014 어반 파이터(Urban Fighter)라는 상남자 커스텀을 탄생시켰다.
너무나도 바뀌어버린 형상은 이 모터사이클의 베이스가 Z1000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일단은 트래커와 더트바이크의 이미지를 가져왔지만, 디자인 요소가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다. 각진 퓨얼 탱크와 사각형의 헤드라이트는 스팀 펑크적인 분위기를 낸다. 또한 LED 전조등의 발광면은 사각형 헤드라이트 전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흠집처럼 사선으로 깊게 팬 좌하단부에서 바 형태로 새어나오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트래커 스타일로 옷을 입히다 보니 후방의 서브프레임도 집도에 들어가야 했다. 차대를 잘라내고 가공한 뒤 그 위에는 작은 싱글 시트를 올렸다. 디스크 휠과 라디에이터 같은 파츠도 알루미늄 소재의 부품으로 교체됐다. 여기에 콘티넨탈(Continental) TKC80 같은 블록 타입의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워 공격적인 이미지를 제대로 끌어올렸다.
덕분에 차체의 볼륨은 작아졌지만 밀도는 한층 높아졌다. 이쯤 되면 Z1000을 떠올릴 수 있는 단서들은 158마력의 953cc 엔진을 제외하면 거의 사라져버렸지만, 뭐 어떠한가. 상남자의 수컷 냄새를 더욱 진하게 만들어줬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