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말, 일본 마이크로 브랜드 쿠오 교토(KUOE KYOTO)가 EQL 성수에서 국내 첫선을 보였다. 행사가 진행되는 약 15일간, 이 브랜드를 만나기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벚꽃이 만개하는 계절에 다시 찾아온다던 약속처럼 4월 12일부터 이 브랜드의 두 번째 팝업이 이틀간 진행된다.
신라호텔에서 만나는 쿠오 교토의 봄
밀도 있는 만남
천년의 수도 교토. 브랜드 뿌리를 상징하는 이 역사 깊은 도시에서 탄생한 쿠오 교토가 전통을 간직한 신라호텔에서 조금 더 프라이빗하게 고객을 맞는다.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지난 팝업에서 다소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
시계를 보다 깊고 밀도 있게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브랜드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케이스, 베젤, 스트랩, 핸즈 등 변주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대략 150개가 넘는 커스텀의 매력을 체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말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기존 8개 컬렉션과 더불어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까지 미리 만나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타임 피스는 바로 ‘홀본 90-003(Holborn 90-003)’ 모델. 기존 브랜드가 지향했던 35mm 케이스보다 더욱 작아진 26mm 다이얼로 여성 고객들의 니즈에도 완벽히 부합할 제품을 출시했다. 더욱 폭넓은 고객층 확보를 통해 유니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신라호텔 팝업 행사를 더욱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고자 쿠오 교토 창립자, 켄지 우치무라(Kenji Uchimura)가 자리를 함께한 것. 고객들과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쿠오 교토의 철학과 가치를 서로 깊이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임볼든도 잠시 그와 마주 앉아 국내 진출 배경과 그가 사랑하는 시계에 대한 사사롭고 다정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창립자 켄지 우치무라가 말하는 쿠오 교토
제가 차고 싶은 시계를 만듭니다
국내 진출을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 시장에서 어떤 가능성을 본 것인가.
쿠오 교토 브랜드 특징이 35mm 작은 다이얼 사이즈다. 아무래도 일본, 한국 등 손목이 굵지 않은 아시아인들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크기의 시계라는 생각이 있다.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무렵 한국에서 함께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 진출을 결심하게 되었다.

시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어떤 것들인가. 아울러 어디서 시계에 대한 영감을 받는지.
빈티지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살고 있는 도시 교토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는다. 천년의 역사가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 도시의 삶 자체가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다이얼의 질감과 선은 교토 곳곳에 있는 여러 역사적 유물에서 이미지를 얻을 때가 있다.

시계뿐만 아니라 포장하는 박스, 부속 등에도 이런 디테일을 적용하려고 한다. 교토라는 도시에서 만들었다는 특장점을 살린 디자인,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드는 수작업 방식 등이 우리의 장점이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철칙은 ‘내가 만들고 싶은 시계는 곧, 내가 차고 싶은 시계여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진심으로 차고 싶은 시계여야 고객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계를 부분이 아닌 전체로 바라보며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기에 균형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비율, 균형, 소재 등 시계를 제작할 때 ‘아름답다’고 느끼는 기준이 어떤 요소에서 비롯되나.
균형이다. 많은 분이 우리 브랜드가 예쁘다, 아름답다고 표현해 주신다. 아름다움이란 모든 요소들의 밸런스가 잘 맞아야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케이스, 핸즈, 인덱스 크기 등의 균형감이 깨지면 각 요소로서의 미감은 훌륭할지 모르나 전체적으로는 부족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시계를 부분이 아닌 전체로 바라보며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기에 그 점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쿠오 교토 컬렉션 중 가장 애착이 가거나 혹은 자주 착용하는 시계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오늘 착용한 모델은 ‘로열 스미스 90-010’이다. 작은 다이얼 안에 모든 것이 기술적으로 또 아름답게 담겨있다. 이 제품은 출시 될 때마다 매진이라 늘 재고가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고객분들도 이 모델의 완성도를 가장 높다고 평가해 주시는 것 같아 더욱 애착이 가 요즘에 특히 많이 차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계 브랜드 그리고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시계가 있다면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오메가를 좋아한다. 다만 최근에 나온 버전보다 엔틱 오메가, 과거에 출시됐던 모델들에 대한 애착이 있는 편이다. 그 이유는 시계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구매했던 시계가 바로 엔틱 오메가 모델이었다. 물론 아직도 가지고 있다. 굉장히 예스러운 빈티지 디자인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된 시발점과도 같은 모델이라 더욱 그렇다.
또 하나는 영국의 스미스(Smiths)라는 브랜드다.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이 브랜드를 보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 시절에는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가난한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구매는 하지 못하고 눈으로 즐길 수밖에 없었다. 그때 봤던 스미스 빈티지 모델이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다. 지금은 아쉽게도 많은 제품이 나오지는 않더라.

당신에게 시계란 어떤 의미인가.
시계는 더 이상 시간을 확인하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 동감하리라 생각한다. 시간은 스마트 워치,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고 시계는 어디에나 붙어 있으니까.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물건 그 자체가 바로 시계다. 그 때문에 시계를 사랑하는 일은 나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아울러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잃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더해지는 물건이기 때문에 더더욱 의미가 있다.
쿠오 교토의 추후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마이크로 워치 브랜드가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쿠오 교토도 감사하게 그 시장에서 많은 인지도를 확보 중이다. 판매 상황도 좋은 편이고. 시계에 대한 사랑이 특별한 한국 시장을 교두보 삼아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도 더 큰 가능성을 확보하고 싶다.
다만 물건을 많이 판매한다는 개념보다는 보다 널리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고 또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쿠오 교토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한다.

한국에서 쿠오 교토를 만나는 방법
다양한 오프라인 경험을 선사
첫 번째 팝업 후 많은 시계인은 입을 모았다. 화면 너머로는 전해지지 않는 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빈지티한 무드는 더욱 극대화되고 정교한 만듦새와 정제된 느낌이 기존 브랜드에 갖고 있던 여러 생각들을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시계의 면면을 직접 확인했을 때 더욱 진가가 드러나는 브랜드가 바로 쿠오 교토다.
쿠오 교토는 추후 한국 고객들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더욱 깊은 유대를 가져갈 예정이다. 브랜드를 국내에 전개하는 ㈜하이라이트뷰티스의 조성훈 대표는 “하반기에는 팝업 형태가 아닌 서울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 정식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느 곳을 방문하더라도 서로 다른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다채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매장별 한정판 제품들도 구상 중에 있다고.
또한 다양한 컬래버 시계들을 기대해도 좋겠다. 단순히 브랜드와 브랜드의 결합이 아닌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서다. 창작자들이 예술 활동을 위해 연마하며 쌓아 올린 시간들 존중하고 응원한다는 의미의 컬래버다. 아티스트와 쿠오 교토가 시간으로 만나는 그들만의 방법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