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드패션드부터 하이볼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칵테일 종류
- 바 그리고 칵테일의 역사
- 럼과 브랜디, 그리고 무궁무진한 위스키의 세계
- 영국의 진,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의 데킬라, 그리고 대한민국 소주
- 막걸리, 청주, 약주 등 우리의 양조주를 찾아서
- 태초의 술에 가까운 양조주, 맥주 그리고 와인
- 술의 역사, 그리고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
바에서 칵테일을 주문하려고 하면 막막할 때가 있다. 아무리 이름을 들어봐도 도통 무슨 맛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레시피는 또 왜이렇게 많은지, 이걸 다 외워야 주문을 할 수 있나? 어떻게 바텐더는 수 백, 수천 개의 칵테일을 바로바로 만들어 내는 것일까? 그 많은 레시피를 다 외우고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즐비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칵테일 레시피를 암기하는데, 사실 이는 칵테일을 잘 몰라서 하는 실수다.
칵테일은 비슷한 DNA를 가진 가족(Family)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절대 아무렇게나 음료를 섞는 것이 아니며, 이들은 대부분 일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를 이해한다면 수백 가지 레시피를 암기할 필요가 없다. 즉, 이해하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제육볶음을 요리할 줄 안다면 제육 덮밥이나 오삼불고기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칵테일이 어려운 그대여. 자, 여기 쉬운 가이드라인이 있다. ‘모든 칵테일은 6개의 칵테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다시 말해 전 세계에는 6개의 칵테일 밖에 없다.[1]
올드패션드(Old-Fashioned)
올드패션드는 증류주 베이스에 설탕과 같은 약간의 당이 포함되며, 여러 향신료를 응축한 비터와 레몬이나 오렌지 등의 껍질로 향을 입혀 천천히 마시는 칵테일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증류주는 버번이나 라이위스키지만, 스카치나 테킬라, 럼을 사용해도 된다. 다만 어떤 증류주를 사용하더라도 숙성된 증류주를 사용해야 결과물이 좋다. 향을 더하는 비터나 가니시를 제외하면 증류주와 약간의 당 외에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술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좋다. 민트 줄렙(Mint Julep), 그리고 뉴올리언스의 대표 칵테일 사제락(Sazerac)도 대표적인 올드패션드의 변형이다.
마티니(Martini) 스타일
마티니 하면 간혹 애플 마티니 같은 새콤달콤한 칵테일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원래 마티니는 증류주에 버무스(Vermouoth)와 같은 아로마타이즈드 와인(Aromatized Wine)이 더해진 칵테일을 말한다. 보통 진이나 보드카, 그리고 드라이 버무스를 많이 사용한다. 제임스 본드가 마시던 베스퍼(Vesper)도 마티니의 한 종류다. 베이스가 되는 증류주의 역할 만큼 아로마타이즈드 와인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종류나 브랜드에 따라 수많은 변주가 가능하다. 맨하탄(Manhattan), 네그로니(Negroni) 같은 칵테일도 마티니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올드패션드와 마찬가지로 술 + 술 조합인 칵테일인지라 도수가 꽤 있다.
사워(Sour) 스타일
술, 시트러스, 당 세 가지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간단한 조합이지만, 사워 칵테일은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사워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럼을 베이스로 라임과 설탕을 더한 다이커리(Daiquiri)다. 진과 라임, 설탕을 사용하면 김렛(Gimlet)이 되고, 위스키에 레몬과 설탕을 사용하면 위스키 사워(Whiskey Sour)가 된다. 사워에 탄산수를 더하면 피즈(Fizz) 혹은 콜린스(Collins)라고 불리는 스타일이 된다. 상큼한 칵테일을 원하면 사워 스타일을 주문하자.
데이지(Daisy) 스타일
앞서 말한 사워 스타일과 비슷하지만, 당 파트를 일반적인 설탕 대신 당이 함유된 술인 리큐르를 사용한다. 따라서 사워 스타일에 비해 알코올 볼륨이 높다. 대표적인 칵테일로 코냑에 오렌지 리큐르, 레몬을 넣은 사이드카(Sidecar)가 있다. 우리가 자주 마시는 마가리타(Margarita)도 테킬라, 라임, 오렌지 리큐르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데이지다. 맛있다고 벌컥 벌컥 마시다 보면 금방 취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하이볼(Highball) 스타일
요즘 가장 유행하는 스타일인 하이볼은 술에 탄산감 있는 재료를 더한 칵테일이다. 보통 젓거나 흔들지 않고 그대로 탄산을 부어 서브한다. 들어가는 재료가 적기에, 그만큼 디테일이 생명이다. 기주의 캐릭터, 얼음의 사이즈와 모양, 잔의 청결도, 얼음의 온도, 탄산의 강도, 기주와 탄산음료의 비율 등 작은 디테일이 쌓이며 맛의 큰 차이를 결정짓는다. 위스키에 소다수를 넣은 위스키 하이볼, 진토닉 등이 대표적인 하이볼이다.
플립(Flip) 스타일
플립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데, 계란 하나를 통째로 사용하는 칵테일이다. 술, 설탕, 계란이 들어가는 디저트 타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그러나 계란 대신 크림과 같은 유제품 혹은 코코넛 밀크나 묵직한 리큐르, 시럽 등 꾸덕한 질감을 더하는 재료가 들어가는 칵테일도 플립의 연장선이라 봐도 무방하다. 브랜디 알렉산더(Brandy Alexander), 그래스호퍼(Grasshopper), 피나 콜라다(Pina Colada) 등이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달달한 게 생각날 때는 플립 스타일을 주문해보자.
취향에 맞는 술을 찾으려면
꾸준히 마셔보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새로운 술을 마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손님 중에 간혹 ‘저는 진을 싫어해요’, ‘테킬라만 안 들어가면 돼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싫어하는 술을 강요할 이유는 없다.
술은 잘못이 없다. 어쩌면 내 마음이 새로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왜 그 술을 싫어하시나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질 나쁜 재료를 사용한 술을 마셨던 기억이나, 밸런스가 무너진 칵테일을 마셨던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 그렇게 바로 전날 밤에도 평생 진을 싫어한다고 말하던 손님이 한 분 계셨는데, 결국 바텐더의 추천으로 그날 진 칵테일을 세 잔이나 마시고 떠나셨다. 술은 잘못이 없다. 술이 싫은 것은 어쩌면 내 마음이 새로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취향을 가진 사람은 없다. 이것 저것 시도하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술을 마셨으면 좋겠다.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는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술을 접하다 보면 해방감과 자유를 느낄 것이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 두려운가? 걱정하지 말자. 여러분의 즐겁고 안전한 여행을 도와줄 바텐더라는 가이드가 있으니.
[1] ‘Cocktail Codex’, 미국의 칵테일 바인 Death & Co. 팀이 제안하는 칵테일 분류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