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문밖을 나서면 무서운 한파가 몰아쳐도, 연말의 들뜬 공기는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이 분위기 살려 밤새도록 파티를 벌일 계획이라면, 스크롤을 내려도 좋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낭만적인 홈파티 무드 송을, 또 어떤 이는 활활 타오르는 파티의 장작불에 기름을 붓는 BGM을 준비했다. 과연 당신의 파티 취향은 어떤 유형인지 체크도 해보고.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1. 민수 – 섬
둘 뿐인 섬에 닻을 내리고 싶다면 이 노래를 리스트에 넣자. 당신과 함께라면 시간이 멈추고, 아무 걱정이 없고, 같이 숨 쉴 수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는 싱어송라이터 민수의 목소리가 나와 그녀의 기류 속에 잔잔히 결을 섞는다. 세상의 유일한 가치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지난날의 과오를 다시 저지르고 싶게 만드는 노래다.
Track 02. Alan Menken – Harvest Dance
천만 관객을 훌쩍 넘어버린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 지니의 힘을 빌려 댄싱 머신으로 거듭난 알라딘이 자스민의 마음을 빼앗으려 안간힘을 쓰는 파티 장면에 흐르던 음악이다. 이 노래로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소환하듯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보자. 8비트 유로 댄스에 최적화된 당신의 몸이 어색하게 삐거덕거릴지라도, 여유로운 척 미소를 잊지 말 것. 아이들과 함께 하는 파티송으로도 손색없다.
Track 03. Ricky Martin – Shake Your Bon-Bon
제목만으로 벌써 흥이 오른다. 알코올 한 잔, 두 잔 들어간 후 들으면 테이블 위에 올라가 신나게 상모 돌리고 있을지도. 이 노래는 라틴 시조새 리키 마틴의 첫 영어 앨범 ‘Ricky Martin’의 수록곡으로 ‘Bon-Bon’은 엉덩이를 뜻한다고. 고로 제목에 충실해 상모 말고 하체 위주의 댄스를 선보이자. 이 곡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면 아재 소리 듣기 십상이니 눈치 슬쩍 보고 한 템포 늦게 몸을 일으키는 것이 좋겠다.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4. 글렌체크 – French Virgin Party
이디오테잎과 함께 2010년대 초반 한국 대중음악계를 발칵 뒤집었던 글렌체크의 첫 정규 풀렝스 <Haute Couture>에 실린 킥오프 트랙. 물론 앞서 EP 앨범에서 먼저 선보이며 이 앨범에도 수록됐던 ‘60’s Cardin’이 대형 히트를 쳤지만, 댄서블한 파티 넘버로는 단연 이 트랙이다. 게다가 이후로 드러머가 탈퇴하고 밴드에서 듀오로 포맷도 바뀌면서, 글렌체크 스스로 아날로그 드럼을 기반으로 한 이런 스타일을 버렸기 때문에 더욱 그리운 곡이기도. 다만 가사가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찌질하니 주의할 것.
Track 05. Santana – Into The Night(ft. Chad Kroeger)
카를로스 산타나의 커리어는 90년대 말부터 가히 ‘산타나 시즌 2’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엄청난 변혁기를 맞이한다. 물론 그 중심에 <Supernatural>이라는 명반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약발이 다 되어간다고 생각될 즈음에 선보인 ‘Into the Night’의 잔향 또한 강력하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니켈백의 채드 크루거가 의외로 유연하고 흥겨운 목소리를 선보인 점도 색다른 포인트.
Track 06. Andrew W.K. – Party Hard
하지만 역시 파티의 최강자를 빼놓고 이야기가 되나. 무려 스스로 장르를 ‘파티 록’이라 규정하고, (평론가들의 표현을 빌어보자면) ABBA와 메가데스라는 전혀 공통분모 없는 음악을 조합한 듯한 저세상 하이브리드 록커 앤드류 W.K.를 대표하는 파티송이다. 3분 내내 목이 쉬도록 “Party Hard”를 외치는 그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공연 내내 정신줄 놓고 사정없이 무대를 초토화시키는 앤드류 W.K.의 똘끼는 문화충격 그 자체. 다만 덕분에 노래 실력 자체는 그저 그런 편이다. 그러니 BGM을 돌릴 때 웬만하면 스튜디오 버전으로 틀자.
에디터 신원의 추천곡
Track 07. James Brown – I feel good
시작과 동시에 어깨가 들썩이는 마성의 노래 ‘I feel good’. 듣다 보면 어느새 펑키한 리듬에 중독된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이 곡을 비롯해 ‘It’s a Man’s Man’s World’, ‘Super Bad’, ‘Stay with me’ 등 시대를 초월한 팝고전을 여럿 탄생시킨 제임스 브라운은 인종을 초월해 열렬한 인기를 누리던 최초의 뮤지션이기도 하다.
펑크(Funk)며 소울이며 장르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전혀 상관없다. 그만의 시원스런 창법엔 평소 지르는 노래는 질색하고 조용한 노래만 편식하는 나같은 사람도 단숨에 반할만큼 치명적인 매력이 있으니까. 트렌디한 최신곡들도 세고 셌지만, 한 번씩 시대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분위기를 환기해 주면 좀 더 유니크한 파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Track 08. Max – Still New York
뉴욕에 산다는 일이 이렇게나 가슴 떨리고 환호할 일인 건지, 뉴욕을 향한 절절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사랑의 찬가다. 하늘을 찌르는 고층의 건물들, 기억 속의 콘크리트 벽들과 줄지어 높이 나는 새들, 브로드웨이 거리가 살아나는 순간까지. 직접 살아본 사람만이 알 법한 뉴욕의 매력만을 뽑아 편집해 놓은 예고편 같기도. 신나는 비트에 밝고 몽환적인 멜로디가 겹쳐지는데, 한 해의 마무리와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기에 최적의 노래가 아닐까.
Track 09. Stanley Turrentine – Wave
떠들썩한 연말 파티에도 어울리지만, 연인과 단둘이 보내는 특별한 저녁 식사, 홈파티에 틀기 좋은 노래다. 분위기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라앉지도 않고 경쾌한 맛이 있어, 스테이크 좀 썰고 와인 한 잔 나누며 듣기에 안성맞춤. 오글거리지만 않는다면 애인의 허리를 꼭 안은 채로 스텝을 맞추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늘상 보던 그 장면을 한 번쯤 연출해 보는 건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