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세종미술관에서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이 열린다. 매일 신는 스니커즈를 디자인 오브제로서 재조명하는 세종문화회관 최초의 스트리트 패션 전시다. 스니커즈가 하나의 독립된 장르이자 산업이 된 거다.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 같은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스니커즈는 운동화라는 작은 영역을 넘어 패션과 대중문화 전방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 출시된 한정판 스니커즈
나이키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컬래버레이션 스니커즈. 전편에서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가 신었던 에어 조던 1 시카고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5월 20일 오전 10시 출시.
나이키와 오프 화이트의 컬래버레이션. 버질 아블로의 해체주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비뚤어진 미드솔과 스파이크 가득한 아웃솔이 특징이다. 촛대 로고와 집 타이 등 오프화이트의 트레이드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버질 아블로의 제자로 알려진 사무엘 로스의 브랜드 어 콜드 월*과 컨버스가 협업했다. 날렵한 실루엣과 울퉁불퉁한 표면 사이에 프린팅된 어 콜드 월*의 로고를 찾아보시길.
스니커즈 문화의 시작
스니커헤드
불과 10년 전쯤만 해도 스니커즈는 소수의 ‘덕후’ 스니커헤드를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하위문화였다. 대개 10대에서 30대 남성들로, 인기 있고 소장 가치 높은 한정판 스니커를 수집하는 골수팬이었다. 그들에게 스니커즈는 정체성의 표현이었다. 신발이 갖고 있는 특유의 이야기와 그 뒤에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소유하는 거다. 새로운 사람을 볼 땐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 먼저 봤다. 이를 통해 그가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인지 파악했다. 스니커헤드는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뚜렷했다. 소수 마니아끼리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사고팔았다. 그들은 인터넷 한구석에 모여 자신이 푹 빠져있는 무언가에 관해 얘기했다.
되팔이의 등장
헌 운동화에서 돈 냄새가 난다
한정판 스니커즈가 인기를 얻으면서 전문 리셀러, 즉 되팔이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구매 목적은 재판매를 통해 시세 차익을 얻는 것. 너도나도 발매되는 신발 정보에 귀를 기울였다. 스니커를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얻으면 기뻐했다. 정말 좋아하는 모델도 아닌데 돈이 된다는 이유로 무조건 소장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와 무신사, 백화점까지 리셀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야말로 대리셀의 시대. 한정판 스니커즈를 통해 재테크가 이뤄지는 하나의 금융거래 시장이 만들어졌다. 변두리 문화였던 한정판 스니커즈는 이제 하나의 대중문화이자 거대 산업이 됐다. 국내 리셀 시장은 지난달 1조 원 규모를 넘어섰다.
스니커즈 리셀도 끝물?
범고래의 배신
한정판 스니커즈가 곧 돈이고 재산인 시대. 그 뜨겁던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도 이제 냉각 기류가 흐른다. 지난 2월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리서치업체 알탄 인사이트의 보고서를 인용, 운동화 리셀 시장에 가격 거품이 걷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셀 플랫폼 스톡X의 인기 운동화 100개의 평균 가격이 2022년 한 해 동안 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1년 전만 해도 이들의 가격이 23% 상승했던 것과 대비된다.
한때 수집가들의 꿈이었던 나이키 범고래(판다 덩크)가 인기 하락의 대표적 사례다. 2021년 1월 나이키는 범고래 디자인을 처음 출시한 당시 한정 수량만 판매했다. 당시 판매 가격은 12만 9천 원. 이를 구매하지 못한 마니아들은 웃돈을 주고 신발을 구했다. 정가의 3배를 웃돌 정도로 큰 인기였다. 하지만 나이키가 시중에 물량을 늘리자 범고래의 리셀가는 뚝 떨어졌다. 최근 네이버 크림에서는 정가 12만 9천 원보다 낮은 12만 4천 원부터 구매 가격이 형성돼 있을 정도다.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하락세다. 나이키 x 오프화이트 에어포스 1 ’07 유니버시티 골드의 최근 가격은 185만 원. 2021년 12월에 310만 원까지 올라갔던 제품이다.
이들의 가격 하락은 희소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정판 스니커즈가 도처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매력이 없는 물건이 됐다. 수익만을 노린 자본주의 시장 전략의 후유증이기도 하다. 취미에 그치던 수집과 중고 거래가 돈벌이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투자가 과열됐고, 투기로까지 번졌다. 봇들의 횡포, 선 넘는 가격에 신물 난 사람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 등이 리셀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장급 운동화는 여전히 인기가 많지만, 운동화 리셀도 이제 끝물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스니커즈 문화의 본질
스니커즈에 진심이라면
스니커헤드에게 운동화는 단순한 재테크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운동화를 처음 봤을 때 그 신발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게 나의 가치관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생각한다. 특정 신발을 보며 그 신발을 신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기도 한다. 운동화는 브랜드와 사람, 문화적 순간과 연결해 주고, 추억과 감수성을 끌어내는 매개체다.
미국같이 스니커즈 문화가 꽃피운 나라에서는 스니커 콘 행사가 열린다. 내로라하는 스니커헤드들이 모여 자신의 스니커를 뽐내는 자리다. 수집가라면 탐낼만한 운동화가 행사장을 가득 채운다. 워크숍과 각종 설치물 등 즐길 거리도 있다. 신발을 사고파는 것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신발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게 스니커즈 문화의 본질이다.
새로 출시된 한정판 스니커즈
운동화가 전하는 이야기
늘 눈으로 스니커를 쫓고, 정보에 목말라하는 스니커헤드를 위해 지금도 수많은 한정판 스니커즈가 출시되고 있다. 단순한 신발이 아닌, 운동화가 전하는 수많은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작은 문양 하나에 담긴 의미,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점 등 스니커즈는 계속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나이키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컬래버레이션 스니커즈. 전편에서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가 신었던 에어 조던 1 시카고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5월 20일 오전 10시 출시.
나이키와 오프 화이트의 컬래버레이션. 버질 아블로의 해체주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비뚤어진 미드솔과 스파이크 가득한 아웃솔이 특징이다. 촛대 로고와 집 타이 등 오프화이트의 트레이드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버질 아블로의 제자로 알려진 사무엘 로스의 브랜드 어 콜드 월*과 컨버스가 협업했다. 날렵한 실루엣과 울퉁불퉁한 표면 사이에 프린팅된 어 콜드 월*의 로고를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