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 유행이라길래 물었다. 실제 달리는 사람들에게. 왜 뛰는지, 진짜 러닝이 유행인지, 러닝 크루 민폐는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들은 러닝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러닝 유행의 이면에 대해서.
달리기 얼마나 하고 있나?
이틀에 한 번 10km씩 달린다. 주말에는 장거리(20~30km)를 달리기도 한다. 로드와 트레일을 번갈아 달린다.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원래 등산을 좋아했다. 어느 날 무릎 통증이 생겨 병원에 가니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보강 운동과 달리기가 좋다고 하더라. 지속적으로 보강 운동과 달리기를 하다 보니 실제로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 이제 달리기는 생활의 일부다.
달리기의 매력은?
생활을 루틴화할 수 있어 좋다. 웨이트보다 재밌고, 계절과 코스마다 다른 풍경을 즐기는 것도 좋다. 술을 자주 마시는데, 체중 조절에 도움도 된다.
달리기 유행을 체감하는지?
러닝화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다. 밖에 나가도 사람이 많다. 한적한 곳에서 달리는 걸 좋아하는데 이젠 한적한 곳을 찾기 힘들다.
러닝 크루의 민폐 행위가 논란이다. 달리면서 피해를 주거나 받았던 적이 있나?
무단횡단, 길 한가운데를 막고 단체 사진 찍는 사람들을 본 적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뭐든 유행하면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니까.
건강한 달리기 문화를 위한 러닝 에티켓이 있을까?
우르르 모여 트랙을 점령하거나 달릴 때 잡담을 나누지 않는 것. 차로를 침범하거나 무단횡단을 해서도 안되고. 지극히 상식적인 거라 달리기 예절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는다. 모두 상식만 지키면 된다.
혼자 달리는 게 좋을까? 다 같이 달리는 게 좋을까?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운동이다. 혼자 달려야 온전히 집중하며 차분하게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도 좋다.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떠드는 것도 중요하니까. 새로운 정보를 얻고, 각자의 목표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시너지도 생긴다. (김경호, 34세)
달리기 얼마나 하고 있나?
거의 매일. 주 5~6회는 뛴다.
달리기 유행을 체감하는지?
유행이 점점 번지고 있다. 올해 초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도 이미 유행이라 했는데. 몇 개월 만에 주변에 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심지어 운동 안 할 것 같은 친구들도 뛴다.
러닝 열풍으로 러닝 크루가 많이 생겼다. 러닝 크루 경험이 있나?
보통은 혼자 뛰지만, 가끔 남자 친구의 러닝 크루와 함께하기도 한다. 같이 뛰면 또 느낌이 다르더라. 훨씬 더 즐겁다.
러닝 크루의 민폐 행위가 논란이다. 달리면서 피해를 주거나 받았던 적이 있나?
7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뛴 적이 있다. 좁은 길이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불편했을 것 같더라.
건강한 달리기 문화를 위한 러닝 에티켓이 있을까?
옆 사람과 나란히 달리지 않기. 여러 명이 달릴 땐 한 줄로 달리는 등 다른 러너의 흐름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보행자에게 부담감을 주면 안 되고.
고가의 기능성 러닝화도 인기다. 유행에 따른 과한 열풍일까? 시장의 세분화일까?
아이템에 쓰는 비용은 어느 정도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템은 몸을 보호하고, 운동 효율을 높여주니까. 하지만 달리기는 맨몸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달리기보다 돈 많이 드는 운동이 훨씬 많지 않은가. (박소진, 33세)
달리기 얼마나 하고 있나?
일주일에 2~3회 뛴다.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고등학생 때부터 집 옆에 있는 한강을 달렸다. 공부와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느껴졌다.
달리기의 매력은?
달리기엔 해방감과 성취감이 있다. 퇴근 후엔 배달 음식 시켜먹고 누워있고 싶지만, 모두 뿌리치고 달리고 오면 성취감과 만족감이 몰려온다. 먹는 걸로는 얻지 못하는 자아실현이랄까. 다음 날 아침 느껴지는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원래 편한 건 달고 힘든 것은 더 달다. 체중 감량은 덤이다.
달리기 유행을 체감하는지?
러닝화는 출시되자마자 동나고, 러닝화를 중심으로 개발, 마케팅하는 스포츠 브랜드가 많아졌다. 마라톤 대회 티켓은 암표까지 거래될 정도다. 옛날엔 남아돌았는데. 한강에 나가면 달리는 사람들이 몇 배는 많아졌다. 좁은 길을 많은 사람들이 달리니 불편하더라. 잘 몰랐던 고가의 해외 브랜드도 많이 보이고.
러닝 열풍으로 러닝 크루가 많이 생겼다. 러닝 크루 경험이 있나?
뛰용뛰용 크루에서 활동 중이다. 88년생 동갑내기로 이루어진 곳으로, 친구가 추천했다. 달리기 실력이 향상될 거라는 이유였다.
함께 하면서 달리기 지식을 배우게 됐고 내 몸에 맞는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 생각도 안 했던 풀코스 마라톤도 10회 이상 완주했고. 지금은 일상을 함께하는 깊은 사이가 됐다. 이 친구들을 왜 이제 만났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러닝 크루의 민폐 행위가 논란이다.
나도 기사에서 봤다. 평소 트랙이나 대회에서 많이 봤던 크루였다. 함께하는 가치를 추구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시티런을 즐기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더라. 기사가 조금 과장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년간 크루를 이끌어온 운영진들이 그렇게 멍청하진 않으니까. 일부 민폐를 끼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러닝 크루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다면, 서로를 불편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기심 때문이 아닐까. 보행자도 러너도 서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러닝 크루가 있는 곳은 뛰면 안 되는 곳이 아니다. 그 누구도 자신만의 편의를 바랄 수 없다.
달리면서 피해를 주거나 받았던 적이 있나?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 경험이 있다.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자 놀라던 보행자, ‘지나가겠습니다’라는 말에 불편해하시던 어르신이 생각난다. 대회에서는 한강을 점령한 달리기 코스 때문에 자전거 라이더의 불만이 많았다.
달리기 유행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금처럼 달리기가 유행했던 적이 없다. 오죽하면 평생 달리지 않던 아버지도 주변 친구들과 달리기를 시작했을까. 누군가는 기안84의 풀코스 마라톤 이후 유행했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달리던 사람들은 늘 달리고 있었는걸. 공원에 나가면 매일 뛰는 사람들이 있었고, 서로 마주 보고 지나갈 땐 가볍게 손 인사도 건넸다.
갑작스러운 달리기 유행은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 속 수많은 스포츠가 유행하고 사라졌듯, 달리기도 결국 꾸준히 달리던 사람들만 남게 되지 않을까. (김성배, 37세)
달리기 얼마나 하고 있나?
지난여름부터 시작했다. 일주일 3번 뛰는 걸 목표로 했고, 조금씩 뛰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5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게 가까운 목표다.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건강검진 결과 고지혈증 위험이 나왔다. 수치를 낮추는데 달리기가 좋다고 친구가 권했다. 함께 러닝 크루도 만들었다. 사는 곳이 멀어 같이 뛸 순 없지만, 각자 달리고 인증샷을 보내 서로 격려한다.
달리기의 매력은?
방법 간단하고, 돈 많이 안 들고. 달릴수록 체력이 좋아지는 것도 느낀다. 계단은 휙휙 날아가며 오르고, 버스정류장까지 달려도 숨이 차지 않는다.
달리기 유행을 체감하는지?
런데이 어플을 사용하고, 마라톤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서로의 기록에 관해 얘기를 나눴었다.
러닝 크루의 민폐 행위가 논란이다.
부정적인 사례들을 많이 들었다. 다만 몇몇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러닝 크루를 하는 것이지, 러닝 크루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고가의 기능성 러닝화도 인기다. 유행에 따른 과한 열풍일까? 시장의 세분화일까?
달리기의 장점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거다. 비싼 운동 장비를 사용하는 게 내겐 맞지 않고, 오히려 이에 연연하지 않고 달리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의 경제 상황에 맞춰 아이템을 구매하는 게 뭐 어떤가 싶다. 멋지고 좋은 아이템은 달리는 데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니까. (한정훈, 31세)
달리기 얼마나 하고 있나?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달린다. 대회를 준비할 땐 주 5일 달리고.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1년 전 지인을 통해 참가한 하프 마라톤이 시작이었다. 파이팅넘치는 주변 분위기와 성취감에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싶더라. 점점 기록을 경신하며 만족감을 느꼈고, 어느새 달리기는 내 삶의 일부분이 됐다.
달리기의 매력은?
완주에서 오는 성취감이 가장 크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달리고 나면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마라톤은 인생의 큰 이력으로 남기도 하고. 강한 체력과 함께 정신력도 생겼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에너지가 생기니 일상에 영향이 되더라.
달리기 유행을 체감하는지?
성남에서 러닝 크루를 운영하고 있다. 유행을 체감한 건 가을이 되면서 뛰는 사람이 배로 늘어난 것. 하지만 달리기는 계절의 영향이 큰 운동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겨울이 되면 인기가 조금 사그라지지 않을까 한다.
러닝크루의 민폐 행위가 논란이다.
러닝 크루가 운동에 대한 도움과 동기 부여를 주는 점은 확실히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시티런이란 이름하에 통행을 막고 인증사진 찍고, 공공 시설물을 점유하고. 주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고, 다른 러닝 크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었다. 운동장이나 공원 트랙 등 달리기 좋은 곳은 많다.
달리면서 피해를 주거나 받았던 적이 있나?
다른 러닝 크루의 행동이 불편했던 적이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소음 공해를 일으키고, 모든 트랙을 다 점유하여 길을 막는다든지. 공원에서 조용히 산책을 즐기는 이들에게 피해를 줬다. 남을 배려하는 러닝 크루가 아니었다는 게 씁쓸했다.
건강한 달리기 문화를 위한 러닝 에티켓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일렬로 나란히 뛰거나, 그룹의 인원수를 제한하거나, 소음을 일으키는 행동은 금지하는 등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규칙이 필요하다. 공공장소를 사용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고가의 기능성 러닝화도 인기다. 유행에 따른 과한 열풍일까? 시장의 세분화일까?
풀마라톤을 준비하면서 비싼 기능화를 산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기능성보다 브랜드 네임밸류에 기대는 모습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전거 같은 취미보다 접근성 좋은 운동이니까. 소셜 미디어에서 보이는 모습이 러닝 과열풍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박소륜, 3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