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 스포츠, 크루저, 오프로드 스쿠터 등 장르별 바이크 선택 가이드

어떤 목적으로 바이크를 탈 것인지도 파악했고 면허도 준비됐다면, 이제 다음 스텝은 나에게 맞는 바이크를 고르는 일이 남았다. 그 어떤 과정보다도 가장 설레고 두근거리는 단계가 될 터. 일단 여기서는 용도에 맞는 바이크 고르는 기준을 크게 장르와 배기량 두 가지로 구분하기로 했다. 먼저 나에게 맞는 바이크가 무엇인지, 또 어떤 용도로 타려고 했었는지 아래의 리스트를 참고하면서 스스로 파악하고 마인드맵을 작성해보자.

네이키드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이크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별다른 장식 없이 엔진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Naked’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이 장르 명칭의 유래가 되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디자인이나 목적, 형태에 따라 클래식, 스포츠 네이키드, 스크램블러 등 다양한 세부 장르로 나뉘긴 하지만, 여기서는 그에 대한 디테일까지 짚지는 않겠다.

네이키드 바이크는 이륜차의 기본이면서도 동시에 외부에서 보이는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한 장르다. 따라서 훨씬 콤팩트한 차체를 가질 수 있으며, 경량화에서도 경쟁력을 갖는다. 또한 외부의 카울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부품값이나 수리비 같은 측면에서도 돈이 들어갈 여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륜차의 기본적인 형태이면서 베리에이션이 대단히 넓기 때문에, 차량의 체급 또한 125cc의 엔트리급부터 오버리터급의 고성능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범위에 걸쳐 분포하기도 한다.

스포츠

흔히 사람들이 이륜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스테레오타입 – 스피드를 즐기는 이미지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에 속하는 바이크다. 뛰어난 운동성능과 고속주행을 극한으로 추구하며, 이를 위해 공기역학을 고려한 외장 카울이 바이크의 전신을 덮은 형태를 보여준다. 자연히 라이더의 포지션 또한 이를 반영해 허리를 낮게 숙이는 불편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레이싱 바이크가 추구하는 형상을 공도 주행이 가능하도록 매만져 대중용 차량으로 출시하기에 레플리카, 속칭 R차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물론 레플리카라고 해서 모두가 고배기량에 고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며, 저배기량에서도 이런 모양새를 보여주는 차량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포츠 바이크의 정수는 높은 배기량과 4기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게다가 차체를 덮고 있는 플라스틱 카울 같은 파츠 또한 모두 원가 인상에 큰 역할을 하는 주범이다. 따라서 서킷 주행 같은 스포츠 라이딩을 본격적으로 즐기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금액적으로 조금 부담이 들 수밖에 없는 장르이기도 하다.

크루저

먼 거리를 편안한 자세로 장시간 주행하기 위한 목적의 바이크. 예로부터 이 크루저는 할리데이비슨이 대명사로 표현될 만큼, 하나의 브랜드가 가장 독보적인 지위를 갖는 고전적인 장르이기도 하다. 별다른 굴곡 없이 곧게 뻗은 직진 도로를 파워풀한 토크로 주행하는 지극히 미국적인 환경이 적극 반영된 바이크라고 할 수 있다.

크루저는 대중이 과거부터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접한 전형적인 이미지를 현재까지도 충실히, 그리고 또 노골적으로 고수한다. 예컨대 거대한 차체, 낮은 시트고, 앞으로 길게 발을 뻗는 포워드 스텝, 적당히 상체 쪽으로 올라오는 높은 핸들바 포지션, 푹신한 시트, 앞 포크의 긴 캐스터각 등이 이를 설명한다.

또한 상당수의 차량이 45도에서 90도 사이의 협각을 갖는 V형 2기통 엔진 레이아웃을 주로 갖는데, 이 각도에서 나오는 특유의 엔진 사운드가 상당한 고동감을 선사해 소리 측면에서 재미를 주기도 한다. 다만 직진과 장거리에 특화된 만큼 빠르고 민첩한 거동이나 코너링 같은 운동성능에서는 명백한 단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투어러

장거리를 편안하게 주행하는 전체적인 맥락은 크루저와 어느 정도 공유하지만, 전반적으로 투어러 바이크는 고성능에도 그 비중을 동등하게 두는 장르다. 그렇기에 엔진 레이아웃도 대다수가 2기통을 고수하는 크루저와 달리 3기통과 4기통, 그리고 6기통까지 보다 많은 실린더를 배치하는 다기통 모델이 대세를 이루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기통수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진동이 더 적어지는데, 이는 장거리 주행 시 몸으로 전달되는 피로도를 줄여주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겉에서 보이는 비주얼 역시 크루저와는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네이키드처럼 엔진이 외부로 드러나는 크루저와 달리 투어러는 패널로 차체를 전부 덮은 풀페어링이나 적어도 전방의 일부분을 감싼 하프페어링 형태가 선호된다. 이는 주행풍을 막아주면서 동시에 공기역학 성능을 조금이라도 더 발휘해 바이크가 가진 고성능의 영역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또한 안락한 승차감을 위해 대부분 크고 아름다운 사이즈를 자랑하는 편이다.

오프로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네 음절만 보면 누구나 그 용도를 떠올릴 수 있는 바이크다. 물론 기본적으로 이 오프로드 바이크도 세부 장르로 진입하면 모토크로스부터 랠리바이크, 트라이얼, 듀얼퍼포즈 등 굉장히 다양한 갈래로 나뉜다.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공도뿐 아니라 비포장 도로 및 험로 주행 상황을 상정하고 만들어지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세부 영역에 따라 파츠의 스펙이나 갭도 커지지만, 이들의 기본적인 특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도로의 높은 장애물이나 돌에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 최저지상고가 대체로 높게 설계되며, 자연히 시트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스펜션 역시 적극적인 충격 흡수를 위해 일반 공도용 바이크보다 더 긴 작동범위를 갖게 되고, 타이어 역시 소위 ‘깍두기’라 부르는 블록 패턴이 박힌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를 주로 장착한다. 아무래도 오프로드에서의 주파력은 좋지만 대신 공도에서의 접지력은 떨어지는 편이며, 높은 시트고와 최저지상고 덕분에 바이크 입문자에게 추천되는 장르는 아니다.

언더본

언더본(Underbone)은 하단으로 자리한 메인프레임, 그리고 그 아래에 엔진이 위치한 까닭에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1958년부터 생산된 혼다 커브가 바로 이 언더본 장르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64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면서도 이 기본적인 레이아웃과 구조적 설계는 결코 바뀌지 않고 그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대표적인 특징은 거의 모든 언더본이 125cc 이하의 저배기량에 작은 차체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이 무색하게도 언더본은 굉장히 강력한 내구성을 갖춘 커뮤터이기도 하다. 또한 변속 메커니즘도 독특한데, 라이더가 직접 기어를 넣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클러치를 조작할 필요가 없는 자동원심클러치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물론 스로틀만 당기면 나가는 스쿠터보다는 어렵지만, 클러치를 직접 조작해야 하는 매뉴얼 바이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한 조작성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연비의 끝판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연비의 뛰어난 경제성을 보여주는 부분 역시 언더본의 특징 중 하나다.

스쿠터

엄밀히 말하면 스쿠터 역시 언더본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바이크다. 또한 과거에는 스쿠터도 모두 수동으로 기어를 조작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현시대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이를 일률적으로 구분하려면 이 스쿠터의 정의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어느 정도 변할 필요가 있기에 따로 분류했다.

하단으로 지나가는 프레임 위에 바디 패널을 덧씌워 만든 만큼 스쿠터는 탑승의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이 극대화되는 특징을 갖는다. 대부분의 스쿠터들은 시트 밑에 헬멧과 짐을 수납할 수 있는 트렁크 공간이 마련되며, 포지션 역시 일반적인 바이크의 공격적인 형태보다도 편안하게 앉아서 타는 형상이 연출된다.

구동 방식은 대부분 CVT를 채택해 스로틀만 당겨도 나가는 편리한 조작성을 띄며, 매뉴얼 바이크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휠을 채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저배기량과 도심용 이동수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2기통에 미들급 배기량을 상회하며 용도 역시 레저에 가까운 대형 스쿠터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