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NG은 주요 글로벌 IT 기업을 머리글자만 따서 부르는 이름이다. 앞에서부터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이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이들이지만, 작년부터 올해까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고, 애플은 판매량이 떨어졌다. 구글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AI의 군사용도 사용 문제를 겪었으며, 아마존은 노동 착취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EU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는 구글세라 불리는 디지털 과세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EU에서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구글은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받고 있다.
성장세는 꺾이고 앞날은 어두운 이때, FAANG은 어떤 빛을 따라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지난달에 언급한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를 살펴보자.
페이스북
2019년 9월 25일,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커넥트6’ 이벤트를 열고 ‘페이스북 호라이즌‘이라는 소셜 라이프 VR 서비스를 공개했다. 가상현실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대화나 게임을 하는 서비스다. 함께 영화도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서비스를 계속 밀고 있는 공식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커뮤니티를 이루어 모두가 더욱 가까워지는 세상을 만드는’ 페이스북 사명에, VR 기술이 알맞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바로 옆에 있는 듯 교류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정작 리브라가 출시되면 은행 비이용 인구보다 은행 이용 인구가 더 많이 쓸 거라는 사실도 누구나 안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다. 페이스북은 진짜로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을 연결하고 더욱 가까워지기를 원한다. 더 나아가 페이스북 안에서 사람들이 더 많이 머물고, 아예 살아가길 원한다. 2020년에 출시하겠다는 페이스북 가상화폐 ‘리브라’가 증거다.
리브라는 공식적으론 간편 송금 서비스에 불과하다. 17억이 넘는 은행 비이용 인구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정작 리브라가 출시되면 은행 비이용 인구보다 은행 이용 인구가 더 많이 쓸 거라는 사실도 누구나 안다. 아니까 많은 국가에서 리브라를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 주커버그는 강행하려고 하지만.
아마존
아마존은 지난 9월 25일 신제품 발표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날 공개된 제품은 신형 에코닷과 에코 스피커를 비롯해 에코 버드, 에코 스튜디오 등 무려 12종에 달한다. 얼핏 보면 아마존이 스마트 기기 제조 사업에 맘먹고 진출하려고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다.
눈길을 끄는 제품은 아직 초대받은 사용자만 살 수 있는 반지형 알렉사 디바이스 ‘에코 루프‘, 안경형 알렉사 호출기 ‘에코 프레임‘, 알렉사 탑재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에코 버즈‘다. 언제 어디서나 아마존 인공지능 알렉사를 호출할 수 있는 기기들이다.
알렉사를 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알렉사와 호환되는 기기나 서비스가 늘어난다. 이는 결국 아마존 웹서비스를 쓰는 회사가 많아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마존은 스스로를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제공하는 기업,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그런 기업이 왜 인공지능 알렉사를 쓰도록 그렇게나 노력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알렉사를 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알렉사와 호환되는 기기나 서비스가 늘어난다. 이는 결국 아마존 웹서비스를 쓰는 회사가 많아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물건 판매보다 아마존 웹서비스에서 순이익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이 알렉사에 쏟는 정성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최근 별다른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10월 16일에 2019년 3/4분기 실적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가장 높은 조회 수의 드라마와 영화를 공개했다. 이 리스트에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머더 미스테리’, ‘기묘한 이야기’, ‘버드 박스’, ‘엄브렐라 아카데미’ 등이 포함된다.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만, 대부분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다. ‘프렌즈’나 ‘오피스’ 같은 밖에서 가져온 콘텐츠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넷플릭스는 다른 회사가 다른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빌려줬던 콘텐츠를 회수해 가도, 별문제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넷플릭스는 다른 회사가 다른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빌려줬던 콘텐츠를 회수해 가도, 별문제 없다고 이야기한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공급한다’를 내세우는 회사다. 이를 위해 그동안 외부에서 가져온 콘텐츠 대신, 투자하거나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 비중을 점점 늘려왔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돈이 되자 디즈니, 애플을 비롯해 많은 회사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이미 2019년 11월부터 본격적인 맞대결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넷플릭스는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정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리고 동시에 더 많은 콘텐츠 투자를 위해 추가로 20억 달러를 빌리겠다고 실적 보고서에 적었다.
구글
10월 15일, 구글은 ‘메이드 바이 구글’ 이벤트를 열고 픽셀4를 비롯해 픽셀 버즈, 픽셀북 고, 신형 네스트 등을 선보였다. 이번에 발표된 제품들은 하드웨어가 뛰어나게 좋아졌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그동안 구글이 개선해온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AI는 이제 DSLR 카메라도 쉽게 촬영하기 어려운 사진을 스마트 폰으로 찍게 하고, 음성 통화를 녹음하면 자동으로 문자로 변환해 나중에 찾아볼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B2C 사업에 중점을 뒀던 구글은 이제 인공지능 기술 기반 B2B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
구글은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해 모든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실제로는 사람들이 쓰기 좋은 도구를 만들어 빌려주고, 대신 광고를 파는 회사다. 그렇게 B2C 사업에 중점을 뒀던 구글은 이제 인공지능 기술 기반 B2B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
결국, 구글 픽셀 시리즈는 구글이 제시하는 모범 스마트 기기가 아니라, 기술력을 자랑하는 샘플이 됐다. 앞으로 유기적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조화된 기기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서, 구글 서비스와 기술을 이용해야 이런 것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