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남을 위한 가을 감성 맛집, 9월 전시 추천 6선 - 임볼든(IMBOLDN)

리움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매튜 바니의 작품들을 마주했을 때, 오장이 뒤틀리는 듯한 불편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이게 작품이라고? 의아했다. 아니 기이했다. 뒤틀린 신체와 그로테스크한 몸짓들이 마치 고어 영화의 한 장면 같은데 화이트큐브에 당당히 입성했다는 게 말이다. 그 괴리감을 해소하고자 했던 시도가 내가 미술관과 갤러리로 발을 들인 계기가 되었다. 물론 매튜 바니에 대한 왜곡된 시선도 예술의 경계와 함께 허물어졌지만 그 낯섦의 영역에 발을 들였던 순간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우리는 화이트큐브의 정형화된 이미지 탓에 예술에 대한 오해를 품고 산다. 그것이 오해인 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해도 좋고 어떤 것을 느껴도 좋다. 그저 데이트하다 들르는 한 코스 정도로 생각해도 좋고, 시국 탓에 답답한 마음 달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국적인 풍경과 다채로운 컬러가 생경한 순간을 만들 수 있도록, 이게 예술인가 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경험이 기분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여기 6선의 전시를 준비했다.

비욘더로드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살아온 인생부터 경험, 추억까지 다양한 요소가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거부감 없이 관람객이 그저 느끼고 경험한 것이 바로 전시의 주제가 되는 <비욘더로드>의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스티븐 도비와 나이팅 게일은 “음악을 기반으로 감정적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게 바로 이 전시의 목적이다.

보편적 기준의 화이트큐브와는 달리 오감을 자극하는 초현실적인 이머시브(Immersive) 콘셉트의 이번 전시는 1,000㎡의 공간, 100여 개의 스피커와 조명을 동원해 조각부터 회화, 비디오 등 다양한 작품을 대규모 설치 미술이라는 영역 안으로 끌어들였다. 사운드, 조명, 향기가 작품과 융합된 33개의 공간을 통해 환상적인 음악, 몰입도 높은 영상과 시각효과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전이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오는 11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여행 갈까요

여행의 갈증을 잠시나마 해소하고 싶다면 ‘여행 갈까요’전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티켓팅부터 비행기 탑승 과정까지 여행을 떠나는 순서대로 구성된 전시는 20여 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해 회화, 일러스트, 공예,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지의 감동과 추억을 소개한다. 제로 웨이스트, 지속 가능한 소비 등 환경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과 캠페인도 준비되어 있다. 적재적소를 파고든 덕분인지 평점도, 후기도 꽤 좋은 편. 뚝섬미술관에서 10월 11일까지,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계속된다.

요시고 사진전

세계 각국의 여행지를 사진에 담은 그의 시선에는 따뜻함이 묻어있다. 스페인 포토그래퍼 요시고는 그렇게 풍경을 바라본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단면도 그의 프레임 안에 균형 있게 배치되면 영화의 한 장면으로 다시 태어나고, 동시에 그 장소, 그 순간에 존재했던 영롱한 빛과 다정한 온기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의 삶과 가치관이 묻어나는 뜨끈한 열정과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아름다움을 머금은 사진들이 팬데믹 속 막연한 그리움에 묻혀있던 우리의 풍경과 여행의 기억을 상기시켜줄 예정이다. 전시는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12월 5일까지 개최된다.

블루룸

영상 신호의 가장 기본이 되는 컬러 블루, 온통 파란색으로 뒤덮인 공간 속에서 차분한 앰비언트 사운드가 들려오고, 상영관 전체를 집어삼킨 영상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이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현대미술의 확장성, 그 단면을 보여주는 <블루룸>은 미디어아트 전용 상영관으로 설립된 그라운드시소 명동의 개관전이다. 

마치 영화관을 방불케하는 멀티플렉스급 사운드 시스템에 압도당할 새도 없이, 쏟아지는 영상미에 감탄하게 되는 이번 개관전의 콘셉트는 ‘각성으로의 여행’.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도심에서 가장 비일상적인 콘텐츠를 만났을 때 발생하는 그 이질감과 생경함을 관람객 개인의 각성으로 끌어낸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의도인 셈이다.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전시를 온전히 감상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시간 가량이며,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었다. 전시 공간은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에 마련되어 있고, 11월 28일까지 진행된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주변 환경과 경험으로부터 영감을 얻고는 한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으나 현재의 화풍에 들어선 건 그녀가 32살이 되던 해였고, 희미했던 그녀의 이름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건 그녀가 예순에 접어든 무렵이다. 친구의 집에서 본 창가의 풍경이 그녀의 인생을 뒤바꿔놓았다. 그를 계기로 커튼이 있는 물가의 풍경을 그리게 되었고, ‘Summer Breeze’ 연작은 현재 앨리스 달튼 브라운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미스티’, ‘비밀의 숲’ 등에서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아트 프린트가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명성을 쌓기 시작해 이번 대규모 회고전을 갖기에 이르렀다. 여든에 이른 지금도 그녀의 성실한 작품 활동에는 빈틈이 없다. 자연과 인공적인 소재의 대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작품은 빛과 물, 바람이 어우러진 시각적 아름다움과 청량하고 평화로운 휴식을 선사한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회고전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는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 중이다. 사진과 같은 섬세한 붓 터치를 한 땀 한 땀 캔버스에 수놓는 앨리스의 화풍은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10월 24일까지.

Blue Drama

“기다리는 것밖엔 답이 없죠.” 사진작가 한성필이 포착한 자연의 순간은 그렇게 탄생한다. 무데뽀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연출되거나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순수성을 사진에 그대로 담기 위한 그 기다림의 시간마저 예술이라는 것. 운중화랑에 그 기다림의 노고가 파란색 물결로 요동친다. 초기작 ‘My Sea’ 속 바닷물과 아련한 안개비 사이의 어우러짐, 센 강변 원자력발전소 굴뚝 연기를 담은 ‘Ground Cloud’의 배경, ‘Fossil Fuel’ 속 오로라를 담은 북극 하늘, ‘Intervention’이 주는 순백의 만년설과 빙하의 갈라짐, ‘Iceland Summer’의 이끼와 냇물의 어울림까지. 가공되지 않은  그대로를 담기 위해 지금도 그는 로키 산맥 한 자락을 베이스캠프 삼아 그만의 고유한 예술적 표현으로 렌즈 안에서 자연을 그리고 있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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