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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 키보드 덕후 정모 현장(+영상)
2025-03-25T13:45:50+09:00

키보드에 1억을 쓴 사람이 있다? 있다.

국내 유일 기계식 키보드 전문 엑스포 ‘SMKX 2025’가 열렸다. 작년을 시작으로 2회째를 맞는 이벤트다. 키보드를 사랑하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지난 행사보다 규모를 키워 약 3일간에 걸쳐 진행된다. 50여 개가 넘는 글로벌 브랜드가 참여해 키보드 마니아들을 만족시킬 풍성한 즐길 거리들로 가득 채워진 것.

프로그램 타임 테이블도 눈여겨볼 만하다. 퀴즈 쇼, 키보드 디자이너 인터뷰, 타자 배틀, 래플 이벤트 등과 아티산 키캡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된다. 작년에도 ‘SMKX 2024’를 방문했던 임볼든. 확실한 취미 영역이 되어버린 키보드와 이 작은 기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시 행사장을 찾았다. 훌쩍 성장한 시장 속에서 자라난 그들의 취향과 관점을 들어보기 위해.

시작은 게이밍 키보드

김준성, 학생

‘SMKX 2025’ 방문 목적이 궁금하다 

한정판 키캡과 아티산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해서 왔다. 일단 GMK 카본 키캡 세트, 무마티 아티산 하나 구매했다. 고가인 싱가키보드와 티지알에도 관심이 있어 실제로 보고 싶어 방문하게 되었다.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게임을 즐기는 편이라 게임용 키보드를 알아보다가 치는 느낌이 좋아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렇게 시작해 커스텀까지 넘어오게 됐다. 

실제로 만져보지 못한 키보드는 어떤 기준으로 구매를 하는지

브랜드의 족적을 들여다보는 편이다. 기존 출시된 모델들에 대한 신뢰도를 따져보고 사람들의 평도 꼼꼼하게 살핀다. 소재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하면 만졌을 때 그 촉감 덕에 기분이 좋아진다. 디자인도 물론 중요하고. 배열도 취향이 변하더라. 미니 배열에서 텐키리스로 선호가 바뀌었다.

우팅 60HE

현재 가지고 있는 키보드를 설명해 달라

블랙 다이아몬드 75, 드랍 알트, 우팅 게이밍 키보드 등 현재 6대 정도 보유 중이다. 그중에서는 우팅을 제일 많이 쓴다. 성능, 타건감도 좋고 커스텀도 가능해서 가장 많이 손이 간다.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싱가키보드다. 일단 가격이 가격인 만큼 럭셔리한 느낌도 있고, 물고기를 형상화한 무게추 디자인도 너무 마음에 든다. 얼마 전 ‘아이파크몰 키보드 페스티벌’에서 만져본 것 중에는 전체가 황동으로 제작된 특별 버전 키보드 황덕이(Brass Duck 65)도 탐이 났다.

SMKX 2025 주최자 픽

임상현, KLC 대표

소개를 부탁한다

키보드 박람회를 주최한 KLC(케이엘씨앤코) 대표 임상현이다. 나도 역시 키보드 취미인 중 한 명이다. 이런 재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껴 사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키보드로 취미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

8년 정도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아무래도 하루 중에 가장 많이 쓰는 도구가 키보드지 않나.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키보드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여러 가지 색상, 디자인, 레이아웃 등 다양한 키보드들을 하나씩 모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보유 중인 키보드가 몇 대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100대부터 사실 숫자를 세지 않았다. 100대에서 200대 사이일 거다. 원래는 옷장에 숨겨놨는데 사업을 하면서 오픈을 했다. 지금은 사무실에 전시해 놨고. 결국 좋은 자산이 된 셈이다. (웃음)

키보드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가격으로 환산 가능한가

아내가 볼까 봐 조금 조심스럽긴 한데, 1억 정도는 썼을 것 같다.

린웍스 돌핀 맥스

첫 기계식 키보드가 궁금하다

회사에서 지급되는 것 말고 내 돈으로 산 첫 번째 키보드는 커세어 K70이다. 이 키보드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조금 더 파고드니 커스텀 키보드라는 세계가 또 있더라. 사실 커스텀 키보드는 한국이 종주국이다. 라이프 존 님의 아이언, 이것이 커스텀 키보드의 시작이었다. 아이언맨을 형상화한 독특한 디자인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추천해주고 싶은 커스텀 키보드는 

국내 쪽에서는 시리안 인더스트리, 린웍스 제품들을 추천한다. 좋은 의미로 이 바닥 고인물 들이라고 보면 된다. 10년, 15년 이상 커스텀 키보드 시장을 개척했고, 그 시간 동안 축적된 노하우들이 상당하다. 키보드의 소리와 촉감 하나하나까지 센싱 해가면서 개발을 해 온 브랜드라 아무 모델이나 집어도 그냥 기본은 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티지알, 싱가키보드. 쳐봤을 때 만족도가 높기도 하고 단순히 키보드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브랜드라고 생각해 추천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박람회를 찾았다. 키보드의 매력이 대체 무엇이길래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돈을 쓰고 더 좋은 것을 보기 위해서 여행을 간다. 이렇게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오감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중 촉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촉감에서 오는 행복감이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 아울러 키보드는 보고 듣는 감각도 충족시켜 준다. 무려 세 가지 감각을 통해서 즐거움을 주는 물건이 바로 키보드다.

키보드는 악기다

송진홍, 건축업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평소에는 접하지 못한 고급 키보드들을 만져보려고 왔다. 키보드 관련 동호회 밋업을 가끔 하는데 모임에서 여러 키보드 들을 실제로 타건해 보기는 하지만 기회가 생기면 더 많은 경험을 위해 이런 행사에는 꼭 가려고 하는 편이다.

키보드 구매할 때 어느 정도의 가격 제한을 두는 편인가

첫 기계식 키보드는 가격 때문에 레이니 대체재로 구매한 VXE 75다. 입문을 하고 계속 취미로 이어가는 분들은 알겠지만, 가격 방어선이 점점 깨진다. (웃음) 이번 행사에서 싱가키보드 코하쿠 모델에 래플을 넣었다.

물론 당첨되어야 살 수 있지만, 운 좋게 뽑힌다면 대략 80만 원을 키보드에 쓰게 되는 거다. 아마 그 선도 조만간 무너지지 않을까. 사실 코하쿠도 이것저것 하면 100만 원 정도 되니 마음속에서는 이미 깨진 것 같기도 하다.

키보드 관련 정보를 얻는 곳이 있나

모임 관련 단톡방에서 정보를 나누거나 네이버 카페 같은 곳도 활용한다. 오가는 이야기 중 제일 유용한 건 세일 정보다. GMK 키캡 가격이 보통 20만 원 정도 하는데, 이런 할인 정보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니까.

싱가키보드 코하쿠

모든 취미가 그러하듯 커스텀 키보드도 자기만족의 영역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그렇다. 사실 비쌀수록 소리가 좋긴 하다. 악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고, 만족스러운 타건감을 찾았을 때 커스텀의 매력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고가의 키캡을 끼우면 굉장히 예쁘기도 하고. 여기서 만족을 얻는 거다.

나 또한 스페이스 바 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픽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라 스페이스바를 자주 눌러서. 좋은 키보드로 일을 하면, 짜증 나는 일이 생겨도 잠깐 누그러들기도 하고, 이것저것 바꿔 쓰면 기분 전환이 되는 장점이 있다.

커스텀 키보드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기성품 사고 졸업하시는 게 제일 좋다. 그것이 가정의 평화에 도움이 될 거다. 그래도 이왕 하시겠다고 하면, 어느 정도 돈을 쓰셔서 좋은 걸 만지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웃음)

국내 중고가 시장을 담당하는 밴더들이 꽤 있다. 지온웍스, 스웨그키 등이 국내 탑티어 브랜드라고 생각하는데 위에서 얘기한 가격보다는 접근성도 좋고 합리적인 편이다.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면 키보드 산업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데스크 위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

박태현, 조형예술가

소개를 부탁한다

조형 관련 일을 하는 박태현이다. 12년 전부터 키캡을 만들었던 사람인데, 어떻게 시장이 변했는지 구경하러 왔다.

커스텀 키보드를 만드는 취미도 있나

한 10년 전쯤에는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성품들이 너무 잘 나오는 거다. 그 당시에 커스텀 키보드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보강판, 베이스, 하우징 등 정말 돈을 많이 들여야 만들 수 있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커뮤니티에서 만나 알루미늄 CNC 가공, 아노다이징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필요한 건 구형 키보드에서 추출해서 쓰기도 했다.

그 당시 나도 키보드 하나에 100만 원 가까이 소비를 했는데, 지금은 10만 원대도 너무 훌륭하게 잘 나와 커스텀 키보드는 만들지 않는다. 키캡 작업만 하는 중이다.

현재는 무엇을 쓰고 있나

레이니 75 배열 사용 중이다. 일단 가격에서 합격이다. 요즘에는 공장 윤활이 되어 나오니 소리도 너무 좋고 흔히 표현하는 정갈하다는 표현들이 잘 어울리는, 기본이 잘 잡힌 모델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레이니 75

키보드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나

무엇보다 가격이 중요하다. 특정한 직업이라든지 특정한 나이대만 쓰는 게 아니라 5살, 6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 아닌가. 어린 친구들도 더 가까이 느끼고 많이 사용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격의 중요성을 놓칠 수는 없다. 또 하나를 꼽자면 디자인 정도.

‘SMKX 2025’를 통해 키보드 트렌드의 변화를 느끼는지

솔직한 얘기로 키캡부터 키보드 시장이 이렇게 활발해질 것이라고 10년 전쯤부터 예상했었던 바다. 데스크를 꾸미는 것은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제약이 많이 따르니까. 회사에 화분을 10개씩 갖다 줄 수도 없고 말이다. 

정해진 영역 안에서 자기의 개성을 은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키보드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이제 많은 이들이 개인 커스텀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시장이 커져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키보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고 앞으로 이 시장에서 생겨날 다양한 문화들이 기대된다.

키보드도 빈티지가 취향

이효성, 요식업

‘SMKX 2025’에 방문한 이유는

키보드 좋아한 지는 한 3~4년 정도 됐고, 참여 업체인 티지알과 싱가키보드를 좋아한다. 이미 갖고 있기도 하다. 클리키하고 청명한 스페이스바 소리를 선호하는데 이 브랜드들이 그걸 제일 잘 뽑아낸다고 생각한다.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브랜드니까. 방금 와서 타건해 봤는데 내 취향이 반영되지 않은 채 빌드업이 된 거라 조금 아쉬운 마음은 들었다. 

키보드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원래 저렴한 키보드를 사용했는데 그 위로 콜라를 쏟았다. 그렇게 키보드 구매를 위해 검색을 시작했다. 첫 기계식 키보드는 해피해킹. 이 브랜드가 제일 좋은 것인 줄 알고 산 거다. 내 성향이 옷이건 키보드건 이왕이면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좋은 것을 선호한다. 그런 기호 덕에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이런 식으로 천만 원 조금 넘게 썼다.

그렇다면 커스텀 키보드의 시작은

가장 좋은 걸 추구하지만, 기성 키보드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기준 아닌가. 내 취향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싶었다.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뾰족하게 알아가는 과정에도 꽤 시간이 들더라.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티지알 레나

키보드 관련 디깅도 즐기나

그렇다. 빈티지 옷을 좋아하는 취향이 키캡이나 스위치에도 반영이 된다. 빈티지를 엄청 쫓는다. 이베이를 많이 보는 편이다. 전 세계 매물이 올라오기도 하고 좋아하는 키컬트도 미국 회사니까. 서독 구흑 스위치, GMK도 빈티지 키캡같은 것들을 끼웠을 때 만족감이 큰 편이다. 물론 번개장터, 중고나라, 키팸 등도 수시로 본다.

소위 덕질이라고 하는데, 덕질하는 다른 취미는 없나

아예 없다. 솔직히 이런 사람들을 욕했다. (웃음) 이런 행사 때문에 차 막히면 ‘저렇게 할 일이 없나?’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심지어 이 행사, 엄청 기다렸다. 키보드 덕질이 마치 첫사랑 같다.

드림 키보드가 있나

없다. 이유는 쳐보고 괜찮아야 갖고 싶다는 로망이 생기는 편이라서. 디자인만 보고는 판단하지 않는다. 평소 퇴근해서 한 30분은 키보드를 치다 잔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빌드를 해 놓은 상태니까 누를 때마다 기분이 계속 좋은 거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한 이 취미는 계속 가져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