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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친 갓성비’ 헤드폰, 1Mii Ankbit E600 Pro
2023-02-21T17:24:59+09:00

8만 원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혜자템’일까 ‘흑우템’일까.


  • 총점: 3.5 / 5.0
  • 장점: 현존 최고 수준의 통화 품질, 막귀라면 황홀한 사운드, 주제 넘게 알찬 편의 기능
  • 단점: 애매한 책용감, 애매한 디자인, 애매한 노이즈 캔슬링
  • 에디터 한 줄 평
    • 에디터 해원: 디자인, 가격, 성능, 뭐 하나 딱히 마음에 안 드는 건 없는데 내 머리가 너무 커.
    • 에디터 형규: QCY로 중국산 혜자력 경험하신 분들께는 강매하고 싶을 정도.
    • 에디터 푸네스: 디자인, 성능 가격대비 무난하지만, 무난의 다른 말은 애매.
    • 에디터 엘리스: 혼잡한 노캔 헤드폰 시장에서 마음 따뜻해지는 녀석을 만났다.

*페이지 하단에 리뷰 영상이 있습니다.

작년 말 아마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한국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거뒀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있었으니, 그 이름도 생소한 1Mii Ankbit E600 Pro. 국내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소개된 이 제품은 89,900원이라는 헤드폰 치고 매우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사운드, 노이즈 캔슬링,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8만 원대 헤드폰이 좋아봤자 얼나 좋다고 그리 호들갑일까.’라는 꼰대 마인드와  ‘대차게 까는 리뷰나 해볼까.’라는 못난 마음으로 선심 쓰듯 구매를 했다. 사실 인지도 없는 중국 스타트업 제품이라는 데서부터 큰 관심이 가지 않았고, 마침 당시에 보스의 QC45를 주로 사용했던 터라 비교되는 음색에 곧바로 제품을 내려놓았다. 심지어 작년 연말 헤드폰 결산 콘텐츠에서는 5점 만점에 2.5점이라는 형편 없는 점수를 주었다.

회사에서 ‘막 사용하는’ 용도로 몇 번 사용한 것 말고는 눈길도 주지 않던 와중, 얼마 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앵콜 판매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2차 판매까지 진행될까 의아해 다시 헤드폰을 머리에 얹어봤다. 인내심을 발휘해 꼼꼼히 다시 들어본 결과, 드라마틱한 반전 따위는 없었다. 다만, 몇몇 지점에서는 생각이 조금 복잡해졌다.


구성 및 디자인

구성은 어느 제품이건 가격대와 상관 없이 비슷하다. 담합 한 게 아닐까 의심을 하면서도, 딱히 더 넣을 게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본체, USB Type-C 케이블, 3.5mm 케이블, 비닐 파우치, 설명서로 이루어진 국민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단한 케이스가 아닌 비닐 파우치라 가방에 넣어 다닌다면 파손에 주의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블랙 컬러 바탕에 길이 조절용 슬라이딩 부분과 마이크, 로고 부위에 로즈 골드 비슷한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주변 여러 사람에게 물어본 결과,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고급스럽다’, ‘근엄하다’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한 그룹과, ‘아재 같다’, ‘10년도 더 된 연아 햅틱 골드블랙 같다’와 같은 부정적 반응이 거의 5:5 비율이었다.

기기 전반은 플라스틱으로 마감되어 있고, 필자가 가장 캐주얼하게 사용하는 보스 QC45나 소니 WH-1000XM4와 비교해 딱히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헤드밴드, 주름진 디지안의 이어패드에는 인조가죽이 사용되었고, 양쪽 이어컵에는 전원 겸 재생/일지정지 버튼, 볼륨 조절 버튼, 충전단자 등의 물리 버튼과 슬라이딩 방식의 ANC On/Off 버튼이 있다. 터치패널이 아닌 직관적인 물리 버튼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많이 먹은 걸까.

저렴한 가격에도 나름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들도 보인다. 길이 조절용 슬라이드에는 메탈 소재를 보강해 파손 염려를 더했고, 무심하게 넘어가도 될 외부 마이크에는 로즈 골드 컬러로 나름의 포인트를 주었다. 이어패드 안쪽에 좌우 표시를 해 놓고, 슬라이딩 조절부 안쪽에 한 번 더 좌우 표시를 해 놓은 친절함도 눈에 띈다.


착용감

부처님과 같은 온화한 마음으로 수 차례 착용을 해 봐도 착용감 만큼은 크게 칭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불편해서 못 쓸 정도까지는 또 아닌, 정말 애매한 착용감이었다. 스펙상 268g의 나쁘지 않은 무게지만, 착용 시 체감 되는 무게는 꽤 느껴졌다. 귀 쪽에 약간의 압박감도 있는 편이며, 안경 착용 유무와 관계 없이 장시간 편하게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약간은 딱딱하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 헤드 밴드는 살짝 미끄러운 감이 있다. 여성이나 머리가 긴 남성들이 머리를 뒤로 묶을 때 헤드폰이 잘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겠다. 이어패드도 쿠션감이나 안쪽 넓이가 협소하지는 않다. 다만 깊이가 매우 얕다. 소니 WH-1000XM의 이어패드 안쪽 깊이도 얕은 편인데, 그보다 더 하다. 드라이버와 귀 사이 공간이 더 좁아지다 보니 사운드에 다소간 영향을 줄 수 있고, 귀가 큰 사람은 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불편들은 사실 소소한 것이고, 진정한 불만은 바로 진동과 차음성에 있었다. 볼륨이 일정 정도 이상 올라가면(약 70-80%) 귀 뒤쪽에 강한 진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귀 안쪽이 베이스로 울리는 것이 아닌, 뼈와 살에 진동이 온다. 소리도 많이 새 나간다. 해당 부위를 손으로 꾹 누르면 진동이 사라지는데, 이어패드 내부 공간이나 이어컵과 헤드밴드와의 각도 같은 구조상 문제 때문에 이처럼 진동 흡수와 차음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추측된다.

다른 저가형 헤드폰이나 번들로 제공되는 헤드폰들같이 파괴적이고 야만적인  착용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괜찮다고 하기도 어려운 착용감이다.


노이즈 캔슬링

노이즈 캔슬링 역시 애매하다. 노이즈 캔슬링을 위해 총 5개의 마이크와 2개의 ANC 칩셋이 내장되어 있는데, 전반적인 음역대의 차음성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없느니만 못하다고 할 수 없는 그런 계륵 같은 수준이다 (페이지 하단 영상 4:50 참고).

화이트 노이즈는 꽤 있는 편이고, 특이한 건 처음에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환청인 줄 알았으나  가끔 고주파로 ‘윙’하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린다. 화이트 노이즈에 민감한 편이 아닌데도 이런 부분은 꽤 거슬렸다.

기기와 페어링을 하지 않고도 노이즈 캔슬링 기능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편리하지만, 소음 제거에 제한이 있어 그 메리트가 감소한다. 야외나 지하철,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뛰어난 차음은 기대하지 말고, 도서관이나 집, 사무실 같은 잔소음 위주인 공간에서 사용하는 정도로만 생각해야 할 듯하다.


사운드

24비트 48kHz 음질의 aptx-HD 코덱과 저지연 aptx-LL 코덱을 지원하는 퀄컴 QCC3034 칩셋 및 40mm 드라이버를 탑재했다. 여러 후기들에서 가격 대비 가격 대비 믿기지 않는 사운드 퀄리티를 가졌다는 평을 하는데,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10만 원대 제품 중에서 확실히 좋다, 딱 거기까지이다.

해상력은 전 음역대에서 괜찮은 수준인데, 디테일한 소리, 예컨대 다른 사운드 뒤에 굉장히 옅게 깔리는 드럼 심벌 소리라든지, 기타 코드 바꾸거나 슬라이딩할 때 끼긱 하고 나는 스퀵(squeak) 같은 소리들을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고음역대로 올라가면 노이즈도 약간 발생하는 편이다. 저음 베이스를 칭찬하는 후기가 많은데, 타격감은 괜찮은 수준이다. 다만 베이스가 단지 선명하게 들릴 뿐이지, 입체감이나 울림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스테이징도 좌우로는 괜찮은 수준이지만 상하로는 매우 얕게 느껴진다. 때문에 확실히 다이내믹한 사운드 감상은 어렵고, 꽤 플랫하게 느껴지는 사운드를 제공한다.

1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감히 aptx-HD 코덱을 지원, 24비트 48kHz의 CD 음질로 감상할 수도 있긴 하다. 다만, 그냥 aptx나 aac 코덱으로 듣는 것과 현격한 차이가 있어서 배운 것 없는 미천한 귀를 계몽시킬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표현력과 튜닝의 한계가 뚜렷해 코덱의 지원을 받아도 고가 헤드폰의 음질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 스마트폰 같은 경우 아이폰과 대부분 안드로이드 폰은 aptx-HD를 지원하지 않아서 굳이 듣겠다면 별도의 리시버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따른다.


통화 품질

가장 의외였던 통화품질. 실로 놀라운 수준의 성을 보여줬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사용자 목소리를 감지하고 분리해 더욱 선명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CVC 8.0 노이즈 캔슬링 마이크를 걸 탑재했다. 세팅을 어떻게 한지는 몰라도 주제 넘게 웬만한 30-50만 원 대 헤드폰들보다 더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줬다 (페이지 하단 영상 8:53 참고).

가장 특징적인 것은 통화 시 상대방이 내 목소리를 스마트폰으로 직접 통화하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자연스러운 음색으로 표현해준다는 것. 주변 소음을 잡아주는 성능과 별개로 인공적이지 않은 목소리를 전달해 줘 통화는 물론이고 게임용 마이크로 사용해도 큰 손색이 없을 듯하다.


편의 기능

선 넘었다 싶을 정도로 저가 헤드폰임에도 편의 기능은 충실하게 담았다. NFC 태그 기능을 지원하여 NFC 기능이 내장된 기기를 헤드폰에 가까이 가져가기만 하면 간편하고 빠르게 페어링이 가능하다. 전원 및 재생/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면 구글 어시스턴트 호출도 사용할 수 있다.

베터리 성능도 놀랍다. 최대 68시간 사용이 가능해 웬만한 헤드폰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이며, 항시 블루투스 연결을 유지하고 ANC를 켜 놓은 상태에서도 30시간 정도는 사용 가능했다. 8개 기기와의 페어링을 기억하고, 2대 기기에 동시에 연결을 유지하는 멀티 포인트 기능도 무리 없이 작동한다.

한국에서 출시된 제품에만 특별히 들어간 저지연 aptx-LL 코덱도 이 헤드폰의 관대함이 드러나는 대목. 40ms(0.4초)의 낮은 전송 지연율을 제공하는데, 연결 기기가 aptx-LL을 지원하거나 별도의 리시버를 사용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필자의 경우 aptx-LL 없이도 영상을 감상하거나 캐주얼한 게임을 즐기는 데 크게 불편함은 못 느꼈다. 하지만 aptx-LL 코덱을 사용해보니 게임 플레이나 동영상 감상 시 확실히 지연율이 줄어드는 게 체감이 됐다. 다만 아주 미세하나마 직결을 했을 때와는 차이가  있으니, 학교 성적은 양보해도 사플 게임 랭킹은 양보 못 하는 선택적 승부욕을 가지신 사람이나, 퇴근 시간 밀리는 건 참아도 싱크 밀리는 건 못 참으시는 사람에게는 직결해서 사용하시는 걸 추천한다.


쓸만한 헤드폰인가?

물론 고가 헤드폰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이 헤드폰을 선택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 번 황홀경을 맛본 귀는 다시 막귀로 회귀하기 어렵기 때문. 모든 성능 면에서 애매하다고 느낄  것이다. 특히 밋밋하고 재미 없는 사운드는 내가 처음에 그랬듯이 자비 없는 혹평을 내리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선 헤드폰을 사용하는 많은 대중 소비자들의 니즈는 미천한 귀를 계몽시킬만한 하이파이 사운드만에 있는 것은 아니다.

달팽이관에 평화와 안식을 가져다주는 노이즈 캔슬링,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와의 친화성, 헤드폰을 벗지 않고도 통화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각종 편의 기능 등 생활상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도 음질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이다. 사실 음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나 ‘귀 꼰대’가 아닌 이상, 유선과 무선,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의 음질 차이를 잘 구별해 내지 못하거나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1Mii Ankbit E600 Pro는 매우 쓸만한 헤드폰이다. 10만 원, 심지어 20만 원이 넘어가도 토익 듣기평가 저음질 대비용으로 만든 것인가 싶을 정도로 음질이 형편없는 제품도 있고, 음질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여백의 미를 주려는 건지 착용감이나 편의 기능은 빼먹은 제품도 많다. 반면 1Mii Ankbit E600 Pros는 89,900원 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차치하더라도 어느 면에서도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제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3월 16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다고 하니, 입문자용 헤드폰을 찾는 사람, 부담 없이 캐주얼하게 사용할 헤드폰을 찾는 사람, 스마트슈머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구매를 고려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