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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들의 플레이리스트: 회사에서 욕먹고 난 후 노래 12곡
2023-02-21T16:33:06+09:00

1분만 닥쳐줄래요?

출근하자마자 오늘 진행해야 할 업무 파악보다 상사 기분 파악이 우선순위인 당신 그리고 우리.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다가도 언제 심사가 뒤틀릴지 모를 그분의 비위를 맞추며 키보드 두드리다 보니 사회 초년생도 안 하는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가해지는 2차 폭격. 회사 생활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상사의 꾸지람에는 도통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은 퇴근 후 친구들과 기울이는 술 한 잔일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 플레이리스트다.

에디터 알렌의 추천곡

Track 01. Bush – Machinehead

기분이 좋지 않거나 자존감이 무너졌을 때, 그 기분을 피하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심리학적으로는 그 기분을 더욱 만끽하면서 치유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영국 록 밴드 Bush의 데뷔 앨범 ‘Sixteen Sone’의 마지막 싱글인 이 곡은 어쩌면 타이틀곡으로 사용되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도입부 리프트와 몽환적인 가사로 듣는 이의 심박수를 끌어올린다. 담담한 마음으로 받아들어야 하는 일상이겠지만 어쩌면 강렬한 비트와 기타 선율에 나를 잠시 맡겨보면서 기분전환을 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Track 02. Dave Brubeck – Take Five

실패나 따끔한 충고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잠시 쉬고 다시 도전해서 성공하라는 뜻이 아닐까? 어쩌면 이 곡도 그런 배경에서 비롯된 걸작이 아닐까 싶다. 1959년 새로운 도전을 원하던 Dave Brubeck Quartet의 드러머는 5/4 박자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첫 녹음 세션은 굉장한 실패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2주라는 시간을 두고 다시 도전한 그들은 어려움을 딛고 재즈계의 주옥같은 이 곡을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재즈라는 장르의 한계를 깨고 빌보드 차트 2위까지 달성하였다. 멜로디도 물론 훌륭하지만 이 곡의 5/4박은 항상 듣는 이의 귀를 자극해 주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 아직까지도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에디터 해원의 추천곡

Track 03. 가리나 프로젝트 – 개새끼야

아침부터 불려가 별것도 아닌 일로 삿대질과 된소리 세트를 양껏 섭취하고 나니 속이 더부룩하다.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말도 없기에 오늘도 속으로 끓어 넘치는 분노 억누르며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명상, 불경, 아로마 테라피 등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우리 솔직해지자. 마법의 단어 한마디만 시원하게 내뱉으면 체한 것 같은 이 마음이 시원하게 뚫릴 것이라는 건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우리는 자본주의의 노예이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게 되겠지만 말이다.

‘가리나 프로젝트’가 2013년 발표한 ‘개새끼야’는 전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내용을 그리고 있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퇴사 후 길에서 마주친 전 상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 해도 무방하다. 아련하게 쌍욕을 읇조리는 보컬의 메세지가 부디 내 옆에서 뭐라 뭐라 계속해서 씨불이는 직장 상사의 마음속에 도달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해본다.

Track 04. 몽니 – 날 좀 내버려두세요

‘당신의 시선은 내게 고정되어있고 잡아먹을 것 같은데 내가 뭘 잘못했나요.’ 첫 소절부터 이토록 내 마음을 해킹해 유출한 것 같이 정확하게 표현한 노래가 과연 있을까 싶다. 책상 건너편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직장 상사와 맹수 앞 사냥감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 진심으로 그냥 날 좀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그 어떤 애절한 이별 노래보다, 달달한 사랑 노래보다 더 높은 공감 지수를 자랑하는 이 가사는 바로 모던록 밴드 ‘몽니’가 2011년 발표한 ‘날 좀 내버려 두세요’의 도입부다. 보컬 김신의가 꼰대력 충만한 상사에게 제발 좀 감정에 치우쳐 사람들 들볶지 말라고 내 대신 뭐라 해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는 곡이다.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5. Himsa – Dominion

딱히 이유는 없다. 이럴 때는 그냥 우다다 때려 부수는 브금을 선곡하는 것이 국룰아니었던가. 그렇다고 10대 때 듣던 브루털 데스메탈 같은 음악들을 듣기에는 이제 귀도, 나이도 부담스러우니 적당히 분노만 마사지 해주는 메탈코어 쪽으로 아무래도 마음이 기운다.

힘사의 원래 시작은 올드스쿨 하드코어였다. 하지만 2000년을 지나면서 수많은 투어로 실전 경험과 연주력을 단련시켰고, 자신들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180도 완벽하게 갈아엎었다. 그렇게 탄생한 두 번째 풀렝스 앨범 <Courting Tragedy and Disaster>는 흡사 모던 스래시의 저돌적인 질감과 북유럽식 멜로딕 데스 스타일의 화려한 멜로디까지 겸비한 초창기 메탈코어의 걸작이다.

그중에서도 포문을 여는 ‘Dominion’은 단연 본작 최고의 킬링트랙. 성대의 안위는 1도 신경쓰지 않고 질러대는 터프한 그로울링, 80년대 스타일의 오소독스한 기타 솔로에 하드코어의 전매특허인 싱얼롱을 유도하는 브레이크와 코러스 구성까지 갖춰 속을 후련하게 만든다.

Track 06. Blessed By A Broken Heart – Shut Up and Rock

정말이다. 정말로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이 밴드 역시 위의 힘사와 굉장히 흡사한 길을 걸어왔다. 하드코어로 시작했던 블레스드 바이 어 브로큰하트 또한 중간에 80년대식 정통 메탈의 작법을 받아들여 멜로디와 기타 솔로에 충실한 헤비메탈 밴드가 되어버린 케이스. 물론 이따금씩 나오는 그로울링 비스무리한 보컬이라던가 싱얼롱 유도, 브레이크 후 전환되는 미드템포 리프 등은 여전히 하드코어의 향취가 남아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강한 선동성을 갖는다. 월요일부터 사무실 여기저기서 들리는 개소리에 지쳤다면, 제목 그대로 닥치고 ROCK!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7. N.Flying – 아 진짜요.

노캔 이어폰으로 귀틀막을 시도했다가 발각됐다면, 자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수밖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연습을 시작해 보는 거다. 영혼은 잠시 외근 내보내고, ‘아 진짜요’, ‘헐’, ‘대박’, ‘그렇구나’ 이 네 가지를 돌려가며 되뇌어 보자. 엔플라잉은 영혼 없는 대답이 난무하는 이 시대 소통의 단면을 ‘아 진짜요.’로 꼬집었지만, 우린 이 방식을 여기에 대입해 보자. 물론 무심코 입 밖으로 발설했다가는 밀실로 끌려가 불혹의 나이에 눈가 촉촉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으니 입 채비는 알아서 잘 하시고.

Track 08. 김사랑 – ICU

생각해 보면 사실 그렇다. 지금 나에게 독설과 막말을 퍼붓는 네놈도 나와 같은 노동자일 뿐이다. 당신도 누군가의 잔고를 늘려주기 위해 두 발 종종거리며 하루 종일 아등바등하는 일개미 1인 거다. 2013년 발매된 싱어송라이터 김사랑 정규 4집에 수록된 ‘ICU’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 않던가. ‘Big Pig 매우 많은 돈 불리는 놈 너와 난 피말린 다음 털리는 MOB’이니까 모질고 팍팍한 세상 먹고살기 위해 핏대 올리는 네놈을 딱하게 여기며, 까라면 까자.


에디터 서연의 추천곡

Track 09. 넬 – 1분만 닥쳐줄래요

주옥같은 곡이 너무 많아 선택 장애가 왔지만 일단 넬(Nell)의 ‘1분만 닥쳐줄래요’를 선정해 봤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 밴드 넬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기존 곡들과는 달리 꽤 현실적이다. 직관적인 제목만큼 가사 또한 상당히 사이다스러운데, 특히 팩폭 난무하는 가사가 격한 공감대를 견인한다. 반면 김종완의 달달한 보이스와 향기롭기까지 한 멜로디가 가사와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며 의외의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지긋지긋한 잔소리와 그놈의 허세, 조언을 가장한 지적 따위가 난무하는 꼰대력 갑 상사의 오지랖과 잔소리에 킹 받아 주체가 안될 때, 나의 깊은 빡침을 상큼하게 만들어줄 매개체로서 이 곡,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Track 10. Imagine Dragons – Believer

빡치는 기분을 살살 녹여주는 곡을 들었다면 다음은 기운을 북돋워줄 노래로 심기일전해 볼 차례.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Imagine Dragons의 ‘Believer’는 그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어렸을 때부터 받은 상처가 결국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와 함께 실험적이고 웅장한 사운드로, Believer가 수록된 3집 <Evolve>는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에 이르렀고, 국내 팬들은 그들에게 상상용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그러니까 인생에서 고통은 필연적인 것이니 포기하지 말고 오히려 그로부터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라는 상상용의 메시지가 담긴 이 곡을 매개 삼아 상사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자는 취지에서 추천한다. 인생 생각보다 길다. 


에디터 성민의 추천곡

Track 11. 바이준(ByJun) –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피아노 전공이 아님에도 감성적이고 단단한 연주로 이름을 알린 피아니스트 바이준의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제목처럼 내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리는 갈굼을 선사한 회사 상사들은 결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을 것. 욕쟁이 할머니도 무릎을 ‘탁’ 치고 갈 욕 한 바가지 혹은 신나고 강렬한 노래로 스트레스를 푸는 과격한 방법도 좋지만, 잔잔한 피아노곡으로 한껏 격앙된 마음을 진정 시켜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로또 당첨이나 코인 떡상 되서 사직서 봉투로 상사 뺨따귀 날리기 전까지는 어쩔 도리 없이 월급의 노예일 우리 신세. 받아들일 건 담담히 받아들이고, 이 곡과 함께 그들과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될 그 날의 도래를 기다려보자. 

Track 12. Daniel Powter – Bad Day

2005년 발표된 후 빌보드 핫100 5주 연속 1위라는 기염을 토해낸 곡. GM 대우 토스카 광고 곡으로 삽입되기도 하였다. 당시 좀 있어 보이는 대학생들에게 다니엘 파우터는 요즘으로 따지면 샘 스미스 정도의 가수였달까? 잔잔한 피아노 반주 위에 다니엘 파우터의 담백한 목소리 그리고 오늘 썩 좋지 못한 하루를 보낸 이들을 위로하는 듯한 가사가 당신의 마음에도 위안이 될 것이다. “안 좋은 하루였더라도, 또 하루를 버텨냈잖아.”라는 노래 가사처럼, 직장에서 산산조각 깨진 당신도 그저 나쁜 하루를 보냈을 뿐이다. 노래와 함께 스스로를 위로해주며, 내일은 좀 더 좋은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