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변화는 파격적이었다. 1982년생 성민규 신임 단장을 선임한 것. KBO리그 역대 최연소 단장이자 유일한 30대 단장이 됐다. 롯데의 간판선수인 이대호, 채태인, 손승락과는 동갑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 카드다. 동시에 롯데는 ‘제2의 로이스터’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모험과 혁신 사이에 놓인 롯데는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려 한다.
37세의 성민규 단장, 그는 누구인가
성민규 단장은 야구 선수 출신이다. 대구 상원고, 홍익대를 거쳐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 오마하캠퍼스를 다녔다. 2006년에는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참가,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지만, KIA에서 긴 시간을 보내진 못했다.
성 단장은 이듬해 12월 바로 미국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고, 2008년 26세의 나이로 컵스 산하 싱글A팀 코치로 변신했다. 2012년부터는 환태평양 스카우트와 슈퍼바이저를 경험했다. ‘해외 유턴파’ 이대은과 하재훈, 이학주 등도 컵스에서 성 단장과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성 단장은 메이저리그 해설을 맡기도 했다.
성 단장은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잠재력 있는 우수선수 스카우트, 과학적 트레이닝, 맞춤형 선수육성 및 데이터 기반의 선수단 운영 등에 집중할 것이다. 또 직접 경험한 MLB 운영 방식을 롯데 자이언츠에 맞춰 적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는 왜 파격 카드를 꺼내 들었나
지난 7월 19일 롯데 양상문 전 감독과 이윤원 전 단장은 동반 사퇴를 했다. 최하위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는 34승 2무 58패로 KBO리그 10개 팀 중 꼴찌였다. 양 전 감독은 지난해 10월 LG 단장직을 내려놓고 롯데와 2년 감독 계약을 맺었지만, 결국 자진 사퇴를 했다.
그는 “롯데 야구와 부산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큰 포부를 갖고 부임했으나, 전반기 부진한 성적이 죄송스럽고 참담하다.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팀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했고, 이 전 단장도 “반복된 성적 부진에 프런트가 먼저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사임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롯데는 공필성 감독대행 체재에 돌입하며 쇄신을 감행했다. 그리고 단장 공석 46일 만에 성 단장이 선임됐다.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롯데는 9월 3일 “활발한 출루에 기반한 공격야구라는 팀 컬러를 명확히 하고 이를 실현할 적임자로 메이저리그 출신 성민규 단장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롯데가 성민규 단장이라는 파격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명확하다. 메이저리그식 데이터 야구와 선수단 체질 개선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는 변화의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모두 마쳤다.
새 얼굴을 향한 기대와 우려
성 단장은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다. 메이저리그 시스템 도입, 스카우트 경험을 토대로 한 신인 선수 발굴과 외국인 선수 영입, 트레이드 등은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로이스터 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2007시즌이 끝난 뒤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롯데를 지휘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팀을 가을 야구로 이끈 바 있다. 2008년에는 8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에 올랐다. 작전 야구보다는 공격적인 야구로 부산을 열광케 했다.
마침 롯데는 최근 페르난도 아로요 코치를 영입하기도 했다. 아로요 코치는 10년 전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 투수코치로 몸담은 바 있다. 여기에 성 단장까지 내세우면서 롯데는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성 단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프로세스’를 강조한 만큼 혁신적 운영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컵스의 테오 엡스타인 사장의 야구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엡스타인은 28세의 젊은 나이에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을 맡았는데, 당시 그는 데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또한, 실력보다 인성이 좋은 선수를 신임했다.
엡스타인의 철학은 결국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1920년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애칭이 밤비노.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를 시킨 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못한 것을 뜻한다)’를 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 컵스 사장이 된 그는 2016년에 108년 만의 우승을 이루며 ‘염소의 저주(컵스가 1945년 월드시리즈 경기에서 염소와 데려온 관객의 입장을 거부한 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못한 것을 의미한다)’마저 깼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먼저 KBO리그 프런트 경력이 전무하다. 당연히 한국에서의 인적 네트워크도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선진 야구를 접목하는 데 있어 다소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또 야구계에서는 ‘롯데는 모기업의 입김이 세다’는 의견도 있다. 성 단장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직 감독 선임이 남았지만, 성 단장 덕분에 함께 새로운 길을 걷게 될 새 감독에게도 시선이 집중된다. 성 단장의 말처럼 롯데가 5년 내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