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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술에 가까운 양조주, 맥주 그리고 와인
2023-02-16T16:53:54+09:00

발효가 선사한 놀라운 알코올의 세계.

알쓰와 술 입문자를 위한 주류 지침서

알쓰이거나, 혹은 이제 막 입문하려는 사람이 알아두면 더 좋은 내용들. 알고 마시면 더 재미있고 오묘한 술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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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논할 때 양조주, 그중에서도 포도주와 맥주가 빠질 수 없다. 이 둘은 인류가 술을 발견하고 그 역사의 첫 페이지를 써 내려가던 시작 지점에 자리한 태초의 술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술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맥주

맥주는 물, 곡식, 효모, 그리고 홉 네 가지 재료를 혼합시킨 매쉬(Mash)를 발효하여 만드는 음료다. 무려 5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맥주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곡식으로 만들 수 있지만, 주로 보리를 많이 사용한다. 그렇지만 밀이나 오트밀, 호밀, 때로는 쌀도 맥주의 주재료가 된다.

그런데 맥주는 사실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맥주가 5~10% 정도의 알코올 볼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90% 이상이 물인 셈이다. 그래서 물맛이 술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에는 철분이나 칼슘, 마그네슘 등 다양한 무기물이 포함되어있는데, 이 무기물이 용해되어 있는 함량에 따라 연수(Soft Water), 혹은 경수(Hard Water)로 분류된다. 이중 경수는 스타우트(Stout), 포터(Porter) 같은 맥주에 어울리고, 연수는 주로 필스너(Pilsner), 에일(Ale) 같은 맥주를 만들 때 쓰인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재료가 바로 홉(Hop)이다. 대마와 같은 삼(Cannabaceae) 과에 속한 홉은 독특한 향을 내는데, 특유의 쌉쌀한 맛과 과실 향이 맥주에 꽃내음, 허브의 느낌, 시트러스한 향을 더한다. 홉에도 다양한 품종이 있어서 다른 스타일의 맥주에 각기 다른 홉을 사용한다.

맥주는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크게 라거와 에일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맥주는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라거(Larger)와 에일(Ale)이다. 두 스타일의 차이는 발효 방식으로 구분한다. 라거를 만드는 효모는 발효 시 낮은 온도에서 발효되며 발효 용기의 하단부분에서 활동하고(하면발효), 에일은 높은 온도에서 발효하며 상단부분에서 활동한다(상면발효). 대체로 에일이 더 어두운색과 풍성한 맛을 내고, 라거는 황금빛깔에 깔끔한 맛을 낸다.

에일 맥주는 라거 맥주에 비해 역사가 길다. 높은 온도에서 발효되기 때문에 냉장 설비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부터 많은 종류가 만들어져 왔다. 여러 스타일이 있지만, 대체로 라거에 비해 맛이 탄탄하고 풍만하다. 호박색을 띄는 경우가 많은데, 페일에일, 엠버에일, 레드에일, 브라운 에일 등 색과 맛이 천차만별이다. 대표적인 스타일이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이다. 주로 I.P.A라고 줄여서 말하는 이 맥주는 원래 19세기 초, 영국에서 인도로 항해하던 배 안에서 맥주를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홉을 많이 첨가한데서 유래했다. 일반적인 에일에 비해 훨씬 쓴맛이 강하다. 홉의 첨가량과 알코올 볼륨에 따라 더블 IPA, 트리플 IPA 등 다양한 서브 카테고리가 있다.

에일 맥주는 라거 맥주에 비해 역사가 길다. 높은 온도에서 발효되기 때문에 냉장 설비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부터 많은 종류가 만들어져 왔다.

바이젠(Weizen)이라고 부르는 밀맥주도 에일의 한 종류이다. 보리 대신 밀을 사용하는 바이젠은 특유의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 더운 여름에 잘 어울리는 맥주이다. 복잡한 향미를 더하기 위해 향신료를 넣는 경우도 있다. 분류로 따지면 에일에 속하지만, 우리가 흔히 흑맥주라고 부르는 맥주의 대표 격으로 포터(Porter)와 스타우트(Stout)가 있다. 포터는 깊고 진한 갈색이나 검은색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스타우트보다는 가벼운 바디감을 가지고 있다. 맥주의 캐러멜이나 초콜릿과 같은 맛과 향을 더하기 위해, 당밀이나 몰트를 로스팅한 초콜릿 몰트를 첨가한다. 스타우는 로스팅을 아주 강하게 한 몰트를 사용하고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커피나 초콜릿 같은 풍미에서부터, 때로는 스모키한 풍미까지 느낄 수 있다.

라거 맥주는 발효 시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는 이 온도를 컨트롤할 수 있었던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만 생산되다가, 19세기 이후 냉장 설비의 보편화로 전 세계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라거 스타일 중 유명한 맥주가 필스너(Pilsner) 인데, 체코의 도시인 Pilsen에서 이름을 따왔다. 필스너 스타일은 일반 라거에 비해 크리미한 헤드, 그리고 홉향이 더 두드러지는 편이다.

라거는 발효 시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온도를 컨트롤할 수 있었던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만 생산되다가, 냉장 설비의 보편화로 전 세계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일과 라거로 구분될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람빅(Lambic) 맥주이다. 벨기에에서 생산되는 람빅은 야생효모를 이용해 발효한 것이 특징이다. 또, 1~3년 정도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아주 독특하고 복잡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체리나, 복숭아, 살구 같은 과실을 첨가하기도 한다. 다른 맥주에 비해 생산량이 적고 생산에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다. 하지만 좋은 와인을 마신다고 생각하고 넓은 잔에 따라 천천히 음미하듯 마시면 아주 매력적인 맥주이니 한 번쯤은 꼭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와인

와인은 과실을 발효시켜 만든 양조주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역시 포도다. 기원전 6천 년 전부터 제조가 시작된 와인은 인류 사회와 종교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술이다. 전통적으로 와인을 양조하기 위해 재배되는 포도는 비티스 비니훼라(Vitis Vinefera)라는 종인데, 세부 품종을 다 더하면 무려 1만 종이 넘는다. 지역이나, 기후, 와인의 제조 방식, 빈티지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

구세계의 와인은 ‘땅’, 즉 ‘떼루아(Terroir)’의 역할을 중요시한다.

와인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지만, 정말 넓게 분류를 해보자면 구세계(Old World)와 신세계(New World) 와인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구세계의 와인은 ‘땅’, 즉 ‘떼루아(Terroir)’의 역할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과실향 너머 땅의 영향을 받는 더 복잡한 층위의 맛을 추구한다. 와인을 마시면서 연기향, 가죽향, 스파이스향, 이런 표현을 하는 이유이다. 또한, 와인 제조 시에 조금 더 전통적인 방식을 추구하며, 사람의 손을 더 많이 타는 생산방식을 택한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헝가리 등이 구세계 와인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신세계 와인은 조금 더 과실향에 집중되어 있다. 오크의 사용부터 필터링, 청징(Fining) 작업 등 떼루아 외적인 부분에서의 작업 비율도 높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뉴질랜드, 호주, 남아프리카 등이 신세계 와인에 속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류법은 굉장히 투박하고 피상적인 분류다. 나라 내에서도 지역별로 혹은 생산자별로 모두 다른 품종의 포도와 생산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세계 와인은 조금 더 과실향에 집중되어 있다.

와인은 주로 음식과 페어링해서 먹는다. 쇼비뇽 블랑(Sauvignong Blanc)이나 샴페인(Champagne) 같은 산미가 좋고 라이트한 스타일의 와인은 연한 흰 살 생선과 주로 곁들인다. 대구나 광어, 넙치 같은 종류가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굴과의 궁합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굴을 먹으면 항상 탈이 나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과 샴페인의 조합은 건강과 컨디션을 포기하더라도 먹고 싶은 조합이다.

바디감이 살짝 있고 오크 터치가 들어간 샤도네이(Chardonnay)는 닭 요리, 그리고 연어, 참치 같은 지방이 풍부한 생선과 어울린다. 프랑스 론(Rhone) 지역에서 생산되는 쉬라(Syrah), 그르나슈(Grenache) 품종의 와인은 육향이 풍부한 육고기, 특히 양고기와 잘 어울린다. 와인 자체에서 오는 감칠맛과 흙 내음, 스파이시한 느낌이 고기의 풍성한 육향과 잘 어우러진다.

와인, 그리고 페어링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정말 끝이 없고, 너무나 공부할 것이 많다. 본인도 레스토랑에 페어링 메뉴가 있으면, 반드시 페어링하고, 보틀로 주문할 때도 꼭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는다. 아는 맛도 좋지만, 새로운 맛은 더 재미있다. 그리고 새로운 맛의 조합을 발견하면 그것만큼 재밌고 흥분되는 일이 없다. 생각해보라. 매일 하루에 한 병의 와인을 마셔도 전 세계의 와인을 마실 수가 없다! 억울하지 않은가? 소믈리에라는 전문가가 있으니, 자아를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알쓰와 술 입문자를 위한 주류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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