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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불편하다. 요즘같이 습하고 더운 날은 텐트에서 잠자는 일마저 곤욕이다. 수없이 달려드는 해충과 싸우는 일도 고되다. 어디 이뿐인가. 짐을 풀고, 텐트를 설치하고 가구와 식재료를 옮기는 일은 중노동에 가깝다. 캠핑을 즐기고 집에 돌아가 꿉꿉한 텐트를 말리고, 사용한 장비를 다시 정리하는 일까지. 캠핑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캠핑을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지켜본다면 도대체 저 행위를 왜 하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캠핑을 힘들게 하는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인위적인 요인, 또 다른 하나는 자연적인 요인이다.
캠핑을 힘들게 하는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인위적인 요인, 또 다른 하나는 자연적인 요인이다. 인위적인 요소는 인간에게서 오는 불편함인데 교통체증, 옆 사이트에서 들리는 소음, 캠핑을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 같은 것이다. 이런 갈등은 싸움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캠핑장에서 친구끼리 멱살을 잡는다던가. 부부싸움을 하는 진귀한 모습도 볼 수 있으니까. 자연적 요인은 바람, 비, 눈과 같은 기상 상황, 해충이나 동물 때문에 겪는 불편함이다. 이처럼 캠핑은 수많은 불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캠핑에 푹 빠진 사람들은 이런 불편함을 겪고도 ‘다음에는 또 어디로 가지?’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 목적지를 고민한다. 이렇게 힘들고 불편한 캠핑을 도대체 ‘왜 하지?’라고 묻는다면 캠핑의 즐거움은 이런 불편함을 극복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캠핑에서 겪는 다양한 불편함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인내력, 자립심은 강해진다. 때로는 선택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빠른 판단 능력을 선물하기도 한다. 또 불편함을 극복하고 찾아오는 평온함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언제나 힘든 순간은 머릿속에 더 강렬히 기억되지 않던가. 그래서 캠핑의 또 다른 이름은 ‘안전한 모험’이다.
캠핑 장비는 위에서 나열한 수많은 불편 요소를 조금이나마 제거해줄 수 있는 도구이다. 텐트나 타프 같은 도구는 다양한 기상 상황과 낙하물 등으로부터 인간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임시거처가 된다. 랜턴은 어둠 속에서 여러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스토브는 음식을 데우고 먹으면서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장비이다. 캠핑 장비, 본연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장비가 없다.
인생의 고비들을 함께한 사람이 평생의 친구가 되는 것처럼, 힘들었던 캠핑을 함께한 도구일수록 애착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불편함을 극복하고 캠핑 도구를 상황에 맞게 활용하다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캠핑 장비에 대해 애착심이 생기기 마련. 거친 바람이 불어 타프를 정비하기 위해 사용했던 해머라든가. 50cm 폭설이 내리던 날 나를 안전하게 지켜줬던 텐트라든가. 친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밤새 이야기를 나누던 탁자가 될 수도 있겠다. 인생의 고비들을 함께한 사람이 평생의 친구가 되는 것처럼, 힘들었던 캠핑을 함께한 도구일수록 애착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의 캠핑장비를 깊게 들여다보면 자신과 얽힌 여러 추억과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
캠핑 장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자고 한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하고 싶은 말은 ‘자연에 가까워지기 위한 도구’라 얘기하고 싶다.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자연의 이치를 조금이나마 읽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고.
나는 종종 망치를 들고 펙다운을 할 때마다 단단한 쇠뭉치 선생(텐트펙)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텐트가 날아가지 않도록 땅에 한 번 박히면 며칠이고 묵묵히 있는 모습에 미안하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자신이 맡은 일을 끝까지 다하고 있는 모습이 고맙기까지 하니까. 마치 우두커니 서 있는 산처럼 묵묵히 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은 이런 사물처럼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이처럼 캠핑 장비는 자연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이자 자기 내면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장비다.
특히 낮은 캠핑용 의자는 어떤 관찰 도구보다 큰 집중력을 가져다준다. 축축이 젖은 땅, 먼지 날리는 모래밭, 연둣빛 잔디에 뛰노는 벌레들, 쏟아지는 물살에 버티고 있는 이끼까지. 캠핑용 의자에 앉기만 하면 이 땅에 기대어 사는 수많은 동식물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여유마저 생긴다. 또 의자에 앉기만 해도 땅과 공기의 온도가 전해지지 않던가. 이처럼 캠핑 장비는 자연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이자 자기 내면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장비다.
캠핑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추억을 담은 장비가 하나쯤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새 장비를 수시로 사고 바꾸기보다는 낡지만, 추억을 만들고, 자신을 성찰하는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아마 지금 즐기는 캠핑보다 더 큰 기쁨과 의미가 생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