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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하면 못 봐요, 올여름 놓쳐서는 안 될 현대 미술 전시 추천 5
2023-05-03T20:57:02+09:00

장마철 음습한 기운 날려줄 청량감 넘치는 전시.

언급할 전시가 너무도 많다. 의미로 따지자면 단 한 개도 뺄 전시가 없지만 시간의 제약과 계절이 주는 심상이라는 기준을 둔 까닭에 지금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전시 몇 편을 골라 소개한다. 생명의 온기를 재료 삼은 회화부터 빛과 색채가 만들어낸 질서 속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한 오브제까지. 정밀한 예술적 언어를 경유해 흥미로운 작품의 세계 지도를 그리는 작가 그리고 그 안에서 진정성과 보편성의 내러티브를 발견한 전시의 전경, 그 매혹적인 발자취를 한자리에 모아봤다.

예술로 재발견하는 장소의 의미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장-미셸 오토니엘은 ‘유리구슬 조각’으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신화에 기반한 현실과 환상, 미래의 꿈을 엮어 관객을 경이의 경지로 이끄는 그의 매력적인 작업 세계에서 유리구슬과 유리벽돌은 가장 핵심적인 조형 언어다. 때문에 현대미술에서 도외시되어 온 공예적 제작 방식이 지닌 의미를 환기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확장해 오며 미술사적 가치를 재발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에 펼쳐진 그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은 다양한 물질과 재료의 풍부한 의미를 넘어 2000년대 초부터 작가가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공공 공간 속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다. 전시 제목인 <정원과 정원>은 실제 여러 개의 전시 장소를 지칭하는 동시에 예술로 다시 보게 되는 장소의 의미 그리고 관객의 마음에 맺히는 사유의 정원을 포괄한다. 작가의 주된 영감의 원천인 ‘정원’을 매개로 화이트큐브를 넘어선 장소에서 꽃과 물, 불꽃과 영원을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개됨으로써 전시는 고통을 이겨낸 부활과 새로운 희망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덕수궁 정원과 야외조각공원 나무에 걸려 마치 염헝한 나무에 소원을 비는 인류의 오랜 풍습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 안에 있는 열망과 미래의 희망을 상징하는 ‘황금 목걸이’, 유리 벽돌 7,500여 장으로 구성되어 아름다움의 현실적 취약함과 꿈의 상처를 표현한 ‘푸른 강’, 거울 처리된 구형 모듈을 통해 보는 이와 주변 환경을 담아내는 미의 상징 ‘매듭’ 시리즈 등. 작가의 전매특허인 유리, 스테인리스스틸, 금박 등을 재료로 삼은 주요 작품 74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8월 7일까지.

위치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 서울시립미술관
문의 (02)2124-8800


지드래곤부터 BTS까지, 서울을 발칵 뒤집어 놓은 아티스트 ‘톰 삭스’

미국 출신의 아티스트 톰 삭스(Tom Sachs). 그의 정체성을 한 두 개의 직종으로 형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그의 가장 대표적인 행보를 꼽으라면 다양한 재료나 도구를 활용해 무언가를 고치고 새로 만드는 행위인 ‘브리콜라주(Bricolage)’를 들 수 있다. 삭스는 1960∼7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진행한 아폴로 계획에 매료돼 다양한 우주선 모델과 우주에서 사용하기 위해 신소재로 제작한 신발 등 우주 관련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이때 기술공학과 디자인의 걸작을 정교하게 브리콜라주로 재제작한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는데, 나이키와 협업한 마스야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마스야드 1.0 버전은 화성을 테마로 한 디자인으로 처음 등장했고, 이후 국내에서 지드래곤이 착용하며 화제가 되었던 마스야드 2.0은 무려 경차 한 대 값의 리셀가로, 그야말로 리셀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 천부적인 예술적 감각과 혁신적인 기질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톰 삭스는 성공한 예술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지금 서울 도심 세 곳에서 그의 첫 개인전이 열렸다. 아트선재센터, 타데우스 로팍 서울,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동시 개최되는 이 이례적인 기획 전시는 합판과 폼 코어, 배터리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결합한 삭스의 다수 작품을 선보인다.

8월 7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되는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은 미국 항공우주국의 아폴로 계획과 관련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개별 작업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작품 제작의 이면에 감춰진 철학이 무엇인지 그 비밀을 확인할 수 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리는 톰삭스의 NFT프로젝트 ‘로켓 팩토리 페인팅’에서는 상징적인 브랜드를 차용한 로켓 부품과 이들을 조립한 로켓 NFT 가운데 14점을 선정해 제작한 회화를 8월 20일까지 전시한다. 

9월 11일까지는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붐박스 회고전’이 진행된다. 턴테이블, 모래시계, 우산 등이 한데 모여있는 ‘Guru’s Yardstyle’ 등 그가 20년간 발전시켜온 ‘붐박스’의 시리즈를 관람할 수 있다. 톰 삭스만의 재치와 독창성을 바탕으로 한 붐박스 시리즈는 평범한 일상의 재료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총 13점이 공개된다.

사진 제공 톰 삭스


동시대 사진가들의 독창적인 시각 <Marie Claire: Beyond Fashion>

패션지로 잘 알려진 마리끌레르(Marie Claire)에서 창간 30주년을 바라보며 사진가와의 협업을 되새기고자 사진전을 개최했다. 곽기곤, 김신애, 김형식, 목정욱, 박배, 박현구 등 국내외 주목 받는 사진작가 22인이 참여해 동시대 사진가들의 일상적 경험을 함께 선사하는 <Marie Claire : Beyond Fashion>전은 패션을 넘어 작가 개개인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담아낸 사진 작품들로 채워졌으며 저마다의 예술성을 함축하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가로수길 부근 신사하우스에서 진행되며, 패션 그 너머의 세계를 탐구한 사진들을 통해 그들의 다채로운 관점과 매혹적인 감성을 목도할 수 있을 것. 네이버 예약을 통해 무료 관람할 수 있고, 일부 작품은 구매가 가능하다. 동시대 사진가들의 감각과 감성이 응축된 사진을 마주하는 동시에 직접 소장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Marie Claire: Beyond Fashion>전은 8월 9일까지 계속된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27 신사하우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 20주기 추모전 <Colors of Yoo Youngkuk>

한국 근대미술은 단색화로 대변된다. 김환기와 더불어 한국 추상미술의 양대산맥으로 불린 유영국은 1964년 마흔여덟 살이 되던 해, 다양한 드로잉과 산을 모티프로 한 대형 사이즈의 추상회화들을 발표한다. 같은 해 첫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그는 색채를 서서히 쌓아 올리고 두텁게 만드는 등 철저히 계산된 구도와 색채의 선택을 통해 작가적 세계관의 외연을 확장해 나간다. 특히 이 시기에는 비정형(非定型)적 추상에서 기하학적 형태로의 전회가 두드러지는데, 빨강, 파랑, 노랑이라는 삼원색을 기반으로 군청, 초록, 보라, 검정 등 다양한 색채 변주도 함께 일어나며, 색을 통한 추상회화적 미학의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생전 유영국은 자신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그것에 대해 “바라볼 때마다 변하는 것이 산이다.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는 말그대로 산을 재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재하는 산이 아닌 작가 내면의 산이 캔버스에 옮겨지기까지 식민, 해방, 전쟁, 냉전과 반공 시기를 관통하며 유영국은 현실적 예속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작가적 존재 의미를 되묻고 새로운 예술적 실천 방식과 창작 방법을 모색해왔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Colors of Yoo Youngkuk>은 산과 자연을 모티프로, 강렬한 원색과 기하학적 구도로 절제된 조형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영국 작품만의 예술사적 의미에 주목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유영국 20주기를 맞이해 기획된 이번 회고전은 다채로운 추상미술과 조형 실험의 궤적을 중심으로, 시기별 대표 회화작품 68점과 드로잉 21점 그리고 추상 작업의 일환이자 새로운 기법과 시도를 보여주는 1942년 사진 작품 및 작가의 활동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등으로 구성되었다.

유영국의 색채 실험과 조형언어를 간결하게 파악할 수 있는 대표작을 비롯해, 자연의 요소를 추상적 형태로 변환해 단순화된 형태와 유화의 마티에르를 살린 작품, 강렬하고 원초적이며 서사적이고 균형 있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중후기 작품, 자연 추상의 세계관을 다양한 화폭으로 담아낸 회화, 기하학적 추상과 조형 실험이 절정에 달했던 60년대 중후반 및 70년대 초기작까지. 마치 마음으로 본 것 같은 추상 현실의 풍경을 통해, 유영국은 지금도 우리에게 풍경없이 풍경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준다. 8월 21일까지.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국제갤러리 서울
문의 (02)735-8449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올라퍼 엘리아슨 개인전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

우리의 인식을 전환하는 경이로운 작업들로 현대 미술계를 선도해 온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개인전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가 PKM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국내에서 5년만에 개최되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신작 조각들, 워터컬러 페인팅 및 대형 판화 등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이미지의 엄선된 작업들이 공개된다.

전시 제목으로부터 가늠할 수 있듯, 엘리아슨은 새로운 관점을 열어 줄 불확실성의 상태로 관객을 초대하고자 의도했다.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데 기준이 되어온 오랜 관습들로 인해 인간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직시하지 못하는 현 시대에, 여기 그리고 지금에 대한 인식을 일깨울 불확실성의 지대로 관람자가 들어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사각지대 안쪽에서 개인, 타인, 작품 그리고 공간이 그리는 궤적들은 서로 교차하며 관계를 맺고, 그간 우리가 보지 않았거나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비로소 드러나게 된다.

렌즈 플레어 현상에서 기인한 <Seeing Sensitivity Flare>에서는 렌즈가 태양이나 밝은 광원을 향할 때 고리나 원의 형태로 나타나는 빛의 현상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사진 및 영화 분야에서는 이를 폐기해야 할 요인으로 간주해왔고, 엘리아슨은 오히려 이러한 오류를 모든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치환해 그 놀라운 결과물을 우리 앞에 선보인다.

<Your Polyamorous Sphere>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플라톤의 입체’, 즉 동일한 정다각형에서 파생될 수 있는 유일한 3차원 형태 다섯 개를 하나의 결정체로 결합한 행잉(hanging) 조각으로, 투과와 반사가 동시에 일어나는 색채 효과 필터 유리를 포함, 총 세 개의 색유리 층이 보는 각도에 따라 예기치 못한 색상 조합과 구조를 드러낸다. 그로 인해 전 벽면에 색 그림자가 발생하고, 전시장은 다채로운 경험의 장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 이와 같이 신작들로 구성된 전시는 수학, 과학, 천체물리학 등 다학제에 걸친 엘리아슨의 광범위한 탐구를 다매체에 걸쳐 보여주며, 관람자의 감각을 유연하게 증폭시킨다. 

더불어 개인전 도록, 아티스트 북, 프로젝트와 워크숍 자료집, 스튜디오 매거진 등 작가의 주요 출판물 39 종을 열람할 수 있는 리딩룸이 특별 마련되어, 관객은 엘리아슨의 작품 세계 전반과 이번 전시가 지니는 의미를 스스로 해석해볼 수 있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위치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40
문의 (02)734-9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