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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가 DJ 라이브 공연을 펼친 이유
2025-07-10T09:52:36+09:00
오데마 피게 음악

시계 장인이 음악을 만든다면?

스위스 르 브라쉬스 산자락 아래. 시계 장인이 망치로 금속을 두드린다. 울림은 짧고 맑다. 숨을 고른 장인은 다시 고개를 숙인다. 오데마 피게가 수십 년간 다듬어온 시간의 소리다.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시계 중 하나로 꼽히는 오데마 피게 미닛 리피터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를 넘어선다. 이는 마치 음악처럼 시간의 리듬과 음색을 조율하는 일. 기계적 정밀함과 청각적 감성, 리듬에 관한 집요한 탐구 모두는 이 작은 시계 안에 녹아있다. 여기서 오데마 피게는 묻는다. “시간이 리듬이라면, 우리는  음악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오데마 피게가 음악을 말하기 시작했다.

오데마 피게의 음악 사랑

시간을 연주하다

오데마 피게는 왜 음악을 이야기할까. 오데마 피게 연구 책임자 마이클 프리드먼(Michael Friedman)은 말한다. “시계 장인은 자신이 만든 소리가 청각적인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이는 “뮤지션이 악기를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고.

2006년부터 오데마 피게는 스위스 연방 공대(EPFL), 음향 공학자, 음악가와 함께 소리를 연구해 왔다. 그 결과 탄생한 기술이 바로 슈퍼소네리(Supersonnerie). 케이스백에 장착된 공(Gong)과 울림 구조를 재설계해, 미닛 리피터의 소리를 더 크고 맑게 향상한 알림 기술이다. 음색의 미세한 뉘앙스와 여운까지 설계한 결과물이다.

이는 기술 혁신과 동시에 하나의 작곡이기도 했다. 미세한 부품 하나하나를 조율해 완벽한 리듬을 구현하는 과정은, 마치 음의 뉘앙스를 수없이 반복하며 곡을 완성해 가는 여정. 오데마 피게는 음악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느끼고 다루는 방식을 탐구했다.

시간과 리듬은 같은 언어

보이는 시간, 들리는 시간

오데마 피게의 공동 창립자, 쥘 루이 오데마와 에드워드 오귀스트 피게는 기계적 정확성과 감성적 완성도를 동등하게 추구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오데마 피게로도 이어진다. 정확한 구조 속에 흐르는 미세한 리듬과 균형의 아름다움. 오데마 피게는 워치 메이킹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시간의 리듬을 조율하는 예술이라 표현한다.

이들이 말하는 ‘시간의 리듬’은 시계가 똑딱이는 소리, 태엽이 돌아가는 감각만을 뜻하지는 않을 터. 음악이 박자와 멜로디로 시간을 느끼게 하듯, 오데마 피게의 시계는 정교한 움직임과 사운드로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마치 삶의 순간들이 리듬을 따라 흐르듯 말이다. 한 음이 끝나는 순간 다음 음이 시작되는 음악처럼, 수백 개 부품이 정교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오데마 피게 시계는 리듬 속에서 시간을 연주한다.

시계는 시간을 보이게 한다. 음악은 시간을 들리게 한다. 시계는 시간의 경과를 디자인하고, 음악은 시간 위에서 감정을 연주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두 영역은 모두 시간이라는 공통 언어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AP x Music 프로젝트

문화를 함께 만드는 방법

오데마 피게는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거나 후원하는 브랜드가 아닌, 음악 문화를 함께 만들고 경험하는 플레이어가 되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AP x Music’ 프로젝트.

2024년 가을, 오데마 피게는 베를린의 전자음악 듀오 카이네무지크(Keinemusik)와 함께 산악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스위스 루체른 인근 뷔르겐슈톡산 정상, 해발 1,600m에서 울린 DJ셋 공연이었다. 자연의 장엄한 순간들이 전자음악 리듬 안으로 녹아들었고, 사운드와 풍경, 조명과 무대 연출이 어우러져 시간과 음악이 교차하는 순간을 완성했다.

산 정상에서 울리는 전자 음악을 듣고 하이엔드 시계를 떠올리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음악이 깊어질수록, 시간을 느끼게 만드는 리듬과 여운 속에서 시계 장인의 정밀성과 닮아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데마 피게가 음악에서 찾은 본질은 무엇일까. 올리비에 오델 AP x Music 책임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브랜드가 문화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문화를 존중하며 함께 존재하는 방식을 선택했죠.” 이는 광고보다 교감, 협업보다 공유, 후원보다 참여를 주된 가치로 삼겠다는 뜻. 시계 장인과 뮤지션 사이의 공통 언어를 탐구하려는 태도를 통해 오데마 피게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마크 론슨, 시계 공장을 방문하다

오데마 피게 공방에서 시작된 음악 프로젝트

오데마 피게의 오랜 친구, 마크 론슨이 오데마 피게 매뉴팩처를 처음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레코딩 스튜디오였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의 리허설 같았어요. 누가 지휘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각자의 박자로 완벽하게 흘러가더군요.” 수많은 파트가 정밀하게 조율되는 과정을 보며 그가 던진 말이다.

마크 론슨은 70년대 빈티지 테이프 머신을 손으로 고쳐 쓰며 음악을 만들어왔다. 그에게 기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사운드를 손끝에서 다듬고 조율하는 존재. 과거 아름다운 기술이 녹슬지 않도록 보존하는 작업은 시계 장인이 하는 일과 닮아 있다. 미세한 나사 하나, 소리의 공명 하나를 끝없이 조율하는 모습은 마치 스튜디오에서 믹싱을 조절하는 프로듀서의 손길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는 공방을 둘러보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곳의 공기는 조용했지만, 묘하게 음악적이었어요. 각자의 작업대에서 울리는 소리들이 마치 음계처럼 들렸습니다. 거기엔 박자도 있었고, 리듬도 있었죠.” 그의 말은 비유에 그치지 않았다. 마크 론슨은 오데마 피게 공방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싱킹 사운즈(Syncing Sounds)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신인 뮤지션들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공방에서 울리던 리듬이 스피커를 통해 음악으로 이어진 것이다.

브랜드는 조용히, 음악은 선명하게

함께 리듬 맞추기

오데마 피게는 음악 산업 안에서 결코 ‘우리가 만든 음악’이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을 나누는 방식에 참여한다’는 태도로 앞에 나서기보다 곁에 선다. 그저 음악이 오롯이 울리도록 조용히 뒤에 머문다. 

오데마 피게는 시계 장인과 뮤지션이 공유하는 감각을 탐구한다. 손끝의 정밀함, 울림의 감도, 흐름을 읽는 태도. 시계를 만드는 과정과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의외로 가까운 언어로 연결되어 있다.

오데마 피게는 그 언어를 조용히 듣고 느끼며, 함께 리듬을 맞춘다. 시계처럼 시간을 측정하고, 음악처럼 시간을 경험하며. 시계와 음악은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같은 리듬 속에서 공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