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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위로·고향이 있는 곳, 거제 아웃도어 아일랜드
2023-05-03T20:40:49+09:00

장소와 공간을 잃어가는 청년들, 그들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

2022년 7월

저 문-너머, 아웃-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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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하단에서 아웃도어 아일랜드의 일상과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장소와 공간을 사유하다 

장소와 공간은 그저 정적으로 머물러 있는 사물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곳에서 쌓아왔던 기억을 환기시키고, 특정한 행위의 규범을 요구하기도 하며, 생각하고 느끼는 층위를 바꾸기도 한다. 시골에 있는 고향에 간 도시 멋쟁이가 다시 ‘촌놈’처럼 굴고,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살피고, 대자연 앞에서 사뭇 스스로를 낮추는 것과 같이 말이다.

때때로 누군가는 장소와 공간의 의미를 재창조하기도 한다. 사회적 갈등으로 피에 얼룩진 광장을 침묵과 경외의 장소로 상징화하는 것이나, 특정 카페에서 노인·동물·아이 등 특정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장소와 공간은 오가는 사람들의 인식·행동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행위자’와도 같다.

오늘날 우리에게 장소와 공간은 무엇인가?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장소와 공간은 사유화된 재산으로 인식된다. 토지와 집의 가치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으면서, 어떤 공간도 안식처라는 느낌을 받기 어려워졌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장소와 공간의 박탈감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높은 전세와 월세에 ‘집’은 ‘나의 집’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고, 휴식을 취하거나 대화를 나누려 해도 크고 작은 대가를 지불해야만 머물 수 있는 곳이 대다수이다.

실로 우리만의 장소와 공간을 소유하거나 만들어가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운 시대이다. 물론 이는 ‘서울 공화국’ 개념으로 대표되는 수도권 인구 편중 현상의 탓이 크다. 사회의 모든 물적·문화적·사회적·상징적 자본들을 독점하고 있는 수도권을 벗어나면 좀처럼 여하한 삶의 기회를 엿보기가 어렵다고 느껴진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우고 자라오기 때문에 좀처럼 다른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희박해 보이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이들이 있다. 경남 거제시 장승포로에 위치한 ‘아웃도어 아일랜드’.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 살이 체험과 창업·창직 기회까지 제공하며 그들만의 장소와 공간, 희망이 돋아나는 아웃도어 마을을 꾸리고 있는 이들이다. 실제로 아웃도어 아일랜드를 통해 거제에 정착하는 청년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모색하는 대안적인 공간과 장소, 젊음의 희망이 가득한 삶의 터전으로 들어가 보자.

거제에서 찾은 새로운 희망

시작은 단순했다. 아웃도어 아일랜드 박은진 대표는 그저 취미인 아웃도어 활동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릴 수 있는 곳을 물색하던 중 거제를 발견했다고 했다. 차를 타고 30분 남짓을 가야만 편의점이 나오는 외진 곳은 싫었고, 동시에 지근거리에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그의 욕심에 정확히 부합하는 곳이었다. 

거제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굵직한 산업 시설들이 위치한 탓에 높은 소득 수준과 편의 시설 등이 적절히 갖춰져있었고, 무엇보다 자연적인 조건이 유달리 좋았다. 사면이 바다인데다, 특히 서핑·패들보드·스노쿨링·카약·낚시·윈드서핑 등 대부분 해양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다양한 종류의 파도와 물길을 동시에 품고 있는 곳이었다. 산과 들판도 많아 등산·백패킹·트래킹에도 적합하고, 개발되지 않은 지역들이 많이 남아 있어 길을 가다 마음에 들면 곧바로 노지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아웃도어 아일랜드가 위치한 장승포로는 역사적 의미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상 지금은 거제가 시(市)이지만, 과거에는 장승포가 시였고 거제가 군(郡)이었다. 1950년 흥남철수작전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피난민을 싣고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거 부흥과 아픈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듯, 장승포로에는 깨끗하게 닦인 거리와 남루해진 전통 가옥들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도심의 각박한 삶을 떠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엿보는 아웃도어 아일랜드의 비전이 이 공간의 궤적과 사뭇 닮아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거제, 장승포가 아웃도어 아일랜드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바로 현지인들의 삶이었다. 박은진 대표는 “사실 제일 좋았던 게, 여기(현지) 분들 일상이 그냥 아웃도어인 거예요. 그냥 밖에 나가서 해수욕하고, 낚시하고 이런 게 일상인 거죠.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이렇게 생각 안 하시고, 그냥 일상이니까, 그게 자연스럽고 더 멋있어 보였던 거죠.” 라고 말한다. 요즘 트렌드처럼 장비를 부러 구매하고, 활동 장소를 물색하고, 먹거리를 사러 멀리 나가 장을 보는 등의 인위적임이 없는 일상화된 ‘아웃도어 바이브’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천혜의 자연과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인프라, 그리고 아웃도어 활동이 체화된 지역의 분위기를 콘텐츠화한다면, 분명 외지사람들도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사업에 추진력을 제공했다. 아웃도어 아일랜드가 가장 처음 바라본 대상은 아웃도어 ‘부캐’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예컨대, 서핑하는 디자이너, 캠핑 좋아하는 마케터, 혹은 그런 삶을 꿈꾸는 ‘워너비’들이 아웃도어 아일랜드에 와서 아웃도어와 일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삶을 살아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가 주효한다면, 아웃도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정착민이 늘고, 거리가 활기를 띄고 지역이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아웃도어 아일랜드가 말하는 ‘아웃도어’, 제2의 제주를 꿈꾸다 

‘아웃도어’라는 단어를 들으면 흔히들 떠올리는 것은 아마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혹은 캠핑·등산 같이 한정적인 활동일 것이다. 박 대표는 아웃도어 활동을 “문밖의 모든 것”이라고 표현한다. “일을 하다가 그냥 캠핑 의자 들고 가서 바다를 바라보고 쉬는 것이나 서울에서 한강에 나가 산책하는 것도 다 아웃도어라고 본다.”는 그는 “이런 아웃도어가 꼭 거제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실제로 아웃도어 아일랜드는 이러한 희망을 위해 조금 남다른 아웃도어 활동을 추구한다. 직접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소개하고 교육하기도 하며, 지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더 많은 아웃도어 활동을 경험해볼 수 있는 장소나 업체 등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작년까지는 행정안전부의 ‘2021년 청년 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역 살이 프로그램을 제공, 청년들이 지역에서의 삶에 대한 긍정적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제공했으며, 동시에 정착에 필요한 지역의 일자리와 직업 등을 소개하고 필요한 교육도 제공했다.

아웃도어 아일랜드에게 무엇보다 시급해 보였던 것은 부족한 지역의 놀거리와 문화적 요소들이었다. 조선소가 있어 인구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지역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만한 장소가 없어 대부분 인근의 부산이나 창원에서 여가를 즐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기근을 해소하기 위해, 또 젊은 청년들이 익숙한 놀잇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직접 마을 꾸미기에 나섰다.

드라마 <도시 남녀의 사랑법>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해변가 파티를 열고, 독서 등 다양한 취미활동과 연관된 세미나를 주최하고, 라운지, 공유주방, 코워킹스페이스, 목공방 등 다양한 활동의 거점들을 직원들, 지역민들,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함께 손수 꾸려나갔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지역민들이 몰려들었고, 프로그램 참가자들도 늘어나는 등 지역의 활력소로 점차 거듭나게 되었다. 필요한 것들, 즐기고 싶은 것들을 직접 마련하며 생기는 보람도 뒤따르는 보상 중 하나였다.

거제에서만 할 수 있는 아웃도어 요소들도 한몫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캠핑사이트가 아닌, 그저 일상생활을 하다가 발견한 목 좋은 곳에 ‘필 받으면’ 텐트를 피칭하기도 하고, 일이 따분하면 바다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패들보트를 타고, 인근 상인에게서 구한 저렴하고 싱싱한 랍스터를 그야말로 ‘밥 먹듯이’ 할 수 있다는 자연환경은 아웃도어 아일랜드가 추구하는 ‘아웃도어의 일상화’를 온몸으로 느낄 분명한 기회다.

구조라 해수욕장 인근 아기자기한 골목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감성 충만한 카페와 맛집도 위치하고 있고,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대나무 숲길과 노을을 바라보며 거제의 섬과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구조라 성길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박 대표는 거제가 제주도와 비슷하지만,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역에 대한 사랑을 내비쳤다.

“제주 버금가는 자연이 있어요. 그런데 제주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그렇게 많지도 않고. 그래서 조금 한적하게 또 다른 제주 같은 느낌을 즐길 수 있고. 그리고 이게 보는 자연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자연이거든요. 그러니까 약간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시는 분들,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는 맞춤형으로 해볼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서울 촌놈’들이 받고 간 위안 

‘서울 촌놈’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도시 촌놈’이라는 말에서 파생된 조어인데, 도시 혹은 서울에서만 살다 보니 그 안에서의 삶 외에는 문외한인 사람을 풍자하는 단어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생각보다 실재하는 ‘서울 촌놈’은 꽤 많은 듯하다. ‘거제도 택배가 되냐?’, ‘버스가 자주 다니긴 하냐?’와 같은 당황스러운 질문을 실제로 많이 들었다고 하는 박 대표이다.

“짠하죠.” 박은진 대표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다만, 연민이나 질책의 눈초리가 아닌, 더 많은 가능성을 접하지 못하는 환경을 사는 그들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서울에 동생이 있다는 그는 동생이 구했던 월셋집에 가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회고한다.

“저는 오히려 약간 그분들이 좀 짠할 때가 있거든요. 저희끼리는 서울 촌놈이라고 하긴 하는데. 예를 들면 그런 게 있어요. 제 동생이 서울에서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결혼했지만, 결혼하기 전에 혼자 살 때 오피스텔에 월세를 60만 원을 내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제가 갔는데 방이 진짜 원룸. 5-6평 정도 그런 데서 60만 원을 내면서 살고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그거보다 저렴하게 내고 사는데 30평형 아파트에 살고. 아파트에 풀장도 있어요.”

그의 안타까움은 단지 물질적인 간극에만 그치지 았았다. “여기를 안 와봤으니까 모르는 거잖아요. 경험을 해보면은 또 다른 걸 알 텐데.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정말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모르는 거예요. 안 살아봐서. ”

그렇다면 정말 이곳을 경험하고 간 사람들은 생각이 바뀌었을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충분히 앞으로를 긍정할 만한 성취들이 있었다.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퇴사를 해서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너무 지쳤고 모든 게 다 소진이 돼서 내려와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약간 번아웃인 거죠. 그런데 그 친구가 결국은 여기서 두 달 넘게 생활하다 보니까, 날이 좋으면 트래킹도 가고 바다도 가고 이렇게 살다 보니까 거기서 자연 치유가 됐다 해야 할까? 그래서 오히려 아 이렇게 살아야겠다, 라고 생각을 해서 정착을 하고 오히려 자기가 했던 그런 경험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그렇게 계속 살고 싶다는 그런 친구들도 있었고…”

아웃도어 아일랜드를 찾는 많은 이들은 실제로 직장생활, 인간관계 등 도시에서의 삶 요소요소에 소위 ‘현타’를 느낀 사람들이라고 한다. 물론 모두가 만족하고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지점에서 위안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쌓인 듯했다.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 바깥에서 해답을 찾기보다는 내면으로만 침잠하는 경향이 있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한 번쯤 용기 내 봄 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집에서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멍을 때린다고 해서 생각을 안 하는 게 아니잖아요. 몸이 쉬더라도 머리는 계속 생각을 하는 거죠. 그래서 계속계속 더 피곤해지고. 그런데 밖에 나와서 이런(아웃도어) 활동들을 하면은 거기에 몰입이 되니까 그 생각들이 진짜 딱 끊기는 느낌이 있단 말이죠. 서핑한다 하면은 파도를 잡기 위해서 거기에 되게 몰입을 하게 되고. 캠핑을 하게 되면 텐트도 피칭해야 되고 밥도 해야 되고. 그 순간에 되게 몰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오히려 잡생각들이 없어진다고 해야 될까. 그렇게 실마리들이, 생각이 풀리는 경우도 많이 경험을 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좀 정신적으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지치고 힘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청년들을 설득한다면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 박 대표의 대답은 심플하면서도 단단했다.

“우리랑 놀래? 이거 같아요. 그러니까 아웃도어 활동이 되게 많이 준비해야 될 것 같고 신경을 많이 써서 가야 될 것 같고 이렇긴 한데. 그냥 여기 와서 우리랑 놀자, 라는 생각인 것 같거든요. 우리 오늘 캠핑 갈 건데 너 갈래? 따라갈래? 오늘 파도 좋단다. 서핑 갈 건데 서핑 갈래? 하면 그냥 몸만 오는 거예요. 그냥 와서 우리랑 같이 그렇게 놀고. 그리고 일정 시간에 자기 시간이 필요하면 자기 시간을 가지고. 내가 일을 해야겠다면 일을 하고. 그런데 그 남은 시간에 할 거 없고 혼자 우울해하기보다는 그냥 가볍게 우리랑 같이 놀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창업 블루오션 

이상은 항상 필요하지만, 이상이 몽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땅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한다. 거제에서의 아웃도어에 기반한 삶은 분명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기분 좋은 일탈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삶이 영구히 지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아웃도어 아일랜드가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무리 매력적이더라도 일거리와 벌이가 없다면 이는 그야말로 일장춘몽에 불과할 것이다.

아웃도어 아일랜드는 이러한 현실적인 요소까지 폭넓게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조선업 및 연관 산업 외에는 여느 지방과 마찬가지로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거제이지만, ‘창업’과 관련해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간단하다. 앞서 말했듯, 거제도민들의 소비력이나 문화적 욕구에 비해 문화적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제대로 파악만 한다면, 거제는 그야말로 창업의 블루 오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박은진 대표의 설명이다.

“수도권에 비하면, 경쟁이라는 체제 안에서는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어요. 단순히 유휴 공간을 조금 활용해서 공간창업을 하더라도 여기는 카페, 이런 것만 새로 열려도 지역 안에서 소비하고 싶은, 문화를 소비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원체 많다 보니까 되게 많이 몰리는 편이고. 그 외의 다른 영역의 서비스들. 예를 들면 여행 관광, 커뮤니티, 문화, 이런 쪽으로 제공하는 생산자들이 없으니까…”

“또 다른 것은,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수도권이랑 지방 도시의 시간의 흐름이 되게 다르거든요. 수도권은 되게 빠르잖아요. 유행도 되게 빠르고. 그런데 서울에서 유행하던 것들이 부산에 내려오는 데 그래도 일정 시간이 걸리거든요. 부산에서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중소도시들로 내려오는 데 또 걸리는 거죠. 그 시간을 잘 좁히는 작업을 해야 된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아웃도어 아일랜드가 목격한 창업 사례들은 대부분 매우 빠른 지역 반응을 이끌어 낸다고 한다. 독립서점, 편집숍이 하나만 열려도 지역 젊은 층 중심의 단체 채팅방이나 카페 등을 통해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꾸준히 성황리 속 장사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아웃도어 아일랜드 프로그램 참여 후 창업을 한 사례도 인상적이다.

“한 친구가 저희 공간에서 창업 테스트를 6개월 정도를 했어요. 칵테일 바를 했거든요. 다들 의아해하죠. 이 장승포에 바를 차렸을 때 과연 그게 될까? 저희도 사실은 되게 의문이었고. 사람도 다 어르신들밖에 없고 이런데 여기서 칵테일을 마실 사람이 있겠어? 했는데 실제로 저희 공간에서 6개월간 테스트를 했을 때 지역에 있는 어르신들이 와서 칵테일을 드시기도 했고, 관광객들도 장승포에 왔다가 들리기도 하고. 그래서 그 친구가 저희 공간에서 테스트를 끝내고 바로 인근에 칵테일 바를 차렸는데, 잘 됩니다. 잘 먹고 사는 것 같아요.”

기반이 없는 곳에서 사업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구축해 나가는 것은 분명 어렵고 고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행에는 흠과 결만 따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사업을 모방하거나 인수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상 무의 영역에서 본인들이 원하고 필요한 일을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은 웬만한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반면 거제에서의 창업은 다르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자신의 노력과 땀이 깃든 일이 뻣뻣한 화폐나 통장의 숫자로 표현되지 않고, 고스란히 자신의 만족과 자긍심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런 거죠. 그러니까 도시에서 일을 할 때는 너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같이 일을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내가 부품처럼 소비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잘 짜여진 시스템 안에서. 그게 또 맞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런데 여기는 아무래도 인프라적으로도 부족하고 네트워크도 부족하고 사람들 자체가 어쨌든 수도권에 비해서 절대다수로 부족하다 보니까. 뭔가 A-Z까지를 본인이 다 감당을 해야 하는 지점이 있단 말이죠. 그런데 그거를 했을 때 얻어지는 성취는 사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도 저희들이 창업·창직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를 무조건 한 사이클을 해보기를 추천을 하거든요. 그게 상품의 규모나 서비스의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어쨌든 한번 경험을 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보고 본인이 정말 하고자 했던 일을 한번 해보고 그게 맞는 지도 체크해보고. 어쨌든 그 과정을 다 해봤을 때 얻어지는 성취감이나 본인의 성장이나 이런 것들이 되게 젊은 세대들한테 중요하고, 그런데 그런 걸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여기에서는 힘을 받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청년들에게 고향을 만들어 주는 곳

아웃도어 아일랜드의 바람 중 하나는 ‘청년들에게 고향을 만들어 주는 곳’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도시의 비싼 집값과 물가, 불안정한 노동, 도구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공간과 장소를 빼앗긴 청년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일일지 모른다.

“저희가 같이했던 친구들에게 항상 했던 얘기가, 그게 있거든요.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라는 얘기를 하고. 그런데 이게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만 계속 살다 보면 보이지가 않거든요. 내 행복이 옆에 있는데. 그런데 그런 거를 조금 전환할 수 있는 기회들이 어쩌면 지방 도시에 있을 수도 있다, 라는 거고.

힘든 것도 없다고 할 수는 없죠. 아무래도 수도권에 비해서 부족한 인프라도 많고 네트워크도 부족할 수 있고 정보도 부족할 수도 있고. 그래서 단순히 좋은 것만 보고 내려올 필요는 없다. 안 좋은 거나 어렵거나 힘든 얘기들도 충분히 듣고 내려와도 좋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기회들이나 문화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런 말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역 살이나 지역 체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을, 공간들이 많이 탄생을 하고 있으니까, 자기 삶의 지향점이 맞닿아 있는 곳에서 한번 살아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살아보고 아니면 다시 가면 되니까. 그런 기회들을 한번 놓치지 않고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고. 그중의 하나가 여기 아웃도어 아일랜드일 것 같아요.”

아직은 작은 마을을 막 만들어 가는 단계지만, 그 꿈만은 바다만큼 광활했다. 아웃도어 거리, 마을을 넘어 아웃도어 관련 기업들이 정착을 하고, 또 제품들을 현지인들과 함께 공유하며 더 질 좋고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을 만드는 거제를 꿈꾸는 그들이다.

“아웃도어 아일랜드는 진짜 아웃도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 타운이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여기에 단순히 방문하는 사람들만 있어야 되는 게 아니라 그런 아웃도어 콘텐츠나 우리들이 이야기 하는 일상적인 아웃도어 라이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또 같이 모여져야 되는 거잖아요. 나이키를 보면 실제로 아웃도어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에 본사를 두고 현지 주민들과 소통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조금 그런 아웃도어 기업들이 여기에서 살면서 일을 하면 어떨까…”

아웃도어 아일랜드

2022년 7월

저 문-너머, 아웃-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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