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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뛰어넘어, 점핑 아워 시계가 돌아왔다 (+ 영상)
2025-12-11T15:02:22+09:00
점핑 아워 시계

바늘 없는 시계?

최근 시계 시장에서 점핑 아워 컴플리케이션과 기쉐 디자인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점핑 아워 시계는 프랑스어로 작은 창문을 뜻하는 기쉐(guichet) 처럼 작은 창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구조. 2020년대 들어 점핑 아워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복고의 반복이 아니다. 시계 브랜드들은 과거의 실험적 디자인과 미니멀리즘, 최신 기술을 접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계 언어를 확장하고 있다. 지금 이 시계 디자인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점핑 아워 시계

창으로 시간을 읽다

점핑 아워 시계는 손목시계가 막 자리를 잡아가던 20세기 초반 실험 정신에서 출발한다. 시작은 1883년 워치메이커 요제프 팔베버가 고안한 특허였다. 숫자가 인쇄된 디스크가 회전하며 점프하듯 시간을 바꾸는 구조였고, 이후 IWC와 오데마 피게 같은 워치메이커들이 이를 세련되게 다듬으며 바늘 없이 시간을 읽는 새로운 방식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1920~30년대에 접어들며 실험은 더욱 대담해진다. 모든 숫자 인덱스를 지우고, 오직 좁은 창만을 남겨 현재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작은 창 속에 시간만 조용히 떠오르는 모습은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아날로그 기술로 구현한 기계식 디지털 디스플레이’라고 할 만했다. 시간은 더 이상 동그란 다이얼을 따라 흐르지 않았고, 순간적으로 도약해 나타나는 정보가 됐다.

점핑 아워 시계

이 실험적 정신은 1928년 까르띠에의 탱크 아 기쉐(Tank à Guichets)에서 절정에 이른다. 탱크 특유의 실루엣을 유지한 채 다이얼을 금속으로 완전히 덮고, 단 두 개의 창만 남겨 시간을 드러낸 것. 장식을 덜어내고 금속의 볼륨감을 전면에 드러낸 이 디자인은 미니멀리즘과 모더니즘 조형 감각이 만나는 지점이 됐다.

2020년대의 재해석

복고와 현대 사이

2020년대에 들어서자, 워치메이커는 과거 점핑 아워 시계를 현대적 감각과 기술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창문형 디스플레이가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능적 측면 : 기술이 만든 단순함

점핑아워는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컴플리케이션이다. 작은 창 뒤의 디스크가 정확한 순간에 점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세한 에너지 제어와 안정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단정한 외관 안에 기계적 긴장이 촘촘히 숨어 있는 셈이다.

점핑 아워 시계

기술적 정교함이 다시 가치가 된 오늘날. 워치메이커는 이 대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절제된 디자인 뒤편에서 정교한 엔지니어링이 작동하는 구조는 브랜드의 창의성과 기술력을 가장 우아하게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점핑 아워를 통해 워치메이커는 기술자이자 예술가로서 어떤 시선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게 된다.

디자인적 측면 : 숫자가 남긴 여백

점핑 아워의 매력은 단순하다. 한 번에 하나의 숫자만 나타난다는 것. 바늘이 사라진 다이얼에는 더 이상 움직임이 없고, 작은 창 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숫자만 남는다. 숫자는 마치 손목 위에서 튀어 오르듯 나타나고, 시간만이 또렷해진다.

이는 1920~30년대, 미래의 시간 읽기를 상상하며 시작된 실험이었다. 숫자가 뛰어 나타나는 모습은 기계식 장치가 만들어낸 일종의 아날로그적 디지털. 바늘 없이 시간을 작은 창으로 보여주는 이 구조는 혁신 그 자체였다. 바늘이 사라지자 시계는 시간보다 오브제에 가까워졌다. 시간 표현 방식에 대한 모더니즘적 실험이었다. 바늘을 비워낸 자리에는 조형적인 존재감이 자리했다. 

점핑 아워 시계

기계식 디스크가 순간적으로 숫자를 바꾸는 장면은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닮았지만, 그 움직임의 질감은 분명 아날로그적이다. 오늘날 점핑 아워의 부상을 디자인 언어로 설명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숫자 하나가 남기는 여백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조용한 맥박. 현대 미니멀리즘과 빈티지 감성이 공존할 때 생기는 독특한 미적 긴장. 역사적 기술과 감성적 코드가 교차할 때 시계는 자신만의 미학으로 완성한 작품이 된다.

시장적 측면 : 특별한 문법을 향해

점핑 아워와 기쉐 디자인의 재등장은 시장이 새로운 문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이를 가장 먼저 감지했다. 까르띠에나 루이비통 같은 메종은 자신의 역사와 아이코닉 실루엣을 기반으로, 오래된 창문형 디스플레이를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한다. 단순 복각 이상의 전략이다. 이들은 브랜드 헤리티지에서 출발해 “왜 지금 이 디자인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제시한다.

일부 브랜드는 점핑 아워를 보다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데일리 워치로 확장하며 새로운 소비층을 노린다. 전통적인 컴플리케이션의 문턱은 낮추되, 점핑 아워 특유의 시각적 경험은 그대로 남겨두는 방식이다. 고전적이지만 특별한 매커니즘, 단순해 보이지만 존재감을 남기는 디스플레이는 다른 카테고리와 겹치지 않는 영역을 만들어낸다. 이는 젊은 컬렉터 또는 기능보다 스토리,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점핑 아워 시계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흐르지만, 워치메이커는 그 시간을 늘 다르게 다뤄왔다. 점핑 아워에는 워치메이커가 쌓아온 시간과 헌신, 실험정신이 응축되어 있다. 작은 창으로 숫자가 순간 점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교한 디스크, 바늘 없이 시간을 읽기 위해 거친 수많은 시도와 기술적 고민, 장인적 손길 등 겹겹이 말이다. 여기에는 1920~30년대 실험적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과거의 실험과 현대 미니멀리즘이 공존하도록 완성한 과정 또한 포함된다. 시간을 새롭게 읽는 것은 워치메이커가 시계에 담은 가치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최근 브랜드에서 선보인 점핑 아워 시계는?

01
클래식의 귀환

까르띠에 탱크 아 기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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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프리베 컬렉션에서 재출시된 탱크 아 기쉐. 아르데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과거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시와 분을 표시하는 작은 창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했으며, 9755 MC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해 시와 분을 독립적으로 구동하도록 설계됐다. 1928년의 대담한 실험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으며,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철학과 미적 감각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시계다.

02
전통과 혁신의 만남

루이비통 땅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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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땅부르 디자인에 점핑 아워 요소를 결합한 모델. 매끈한 일체형 브레이슬릿과 미니멀하게 처리된 러그, 광택 나는 다이얼이 세련미를 유지하면서, 점핑 아워 무브먼트가 시각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무브먼트는 루이비통 매뉴팩처 라 파브리크 뒤 탕이 개발한 자동 칼리버 LFT MA01.01. 두 개의 디스크가 천천히 회전하며 시간을 표시하고, 분침은 의도적으로 투명하게 처리해 점핑 아워의 신비로운 매력을 강조한다.

03
젠타 디자인의 정수

제럴드 찰스 마에스트로 GC39 2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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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 젠타가 2005년 디자인한 GC39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브랜드 창립 25주년을 기념한다. 바로크풍 케이스 디자인과 티타늄의 가벼움을 결합해 시그니처 실루엣을 세련되게 완성했으며, 다이얼 중앙 라피스라줄리 위에 새겨진 메타 기요셰 패턴이 빛을 반사한다. 제럴드 젠타 특유의 정교한 마이크로 인그레이빙 기법이 돋보이며, 점핑 아워 컴플리케이션의 시각적 매력을 강조한다.

04
독일 장인정신의 손길

A. 랑게 & 죄네 차이트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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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디스크(시 한 개, 분 두 개)를 통해 시간을 표시되며, 각 디스크는 자체 개발 칼리버 L043.1의 레몬투아 시스템으로 구동되어 정확하고 즉각적인 점프를 보여준다. 수평 레이아웃은 디지털 시계의 논리를 연상시키지만, 416개의 정교한 부품으로 구성된 무브먼트는 여전히 랑에 운트 죄네의 장인정신을 충실히 반영한다.

05
레트로-퓨처리즘 점핑 아워

차펙 타임 점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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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부활 10주년을 기념하며 선보이는 전략적 모델로, 인하우스 칼리버 10.01을 처음 선보인다. 전형적인 점핑 아워 표시 방식을 확장해, 케이스 중앙의 원형 창으로 시간을, 하단 곡선 창으로 분을 읽도록 설계했다. 두 개의 사파이어 디스크와 분 트레일 방식으로 시각적 긴장을 더하며, 19세기 포켓 워치를 레트로-퓨처리즘 감각으로 재해석한 매끈한 곡선은 보다 미래적인 느낌. 전면의 3차원 기요셰 패턴이 블랙홀 같은 깊이감을 만들어, 점핑 아워의 독창적 매력을 강조한다.

06
산업적 디자인

우르베르크 UR-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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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하는 위성 프리즘으로 점프 아워와 트레일링 미닛을 표시한다. 플립업 후드를 열면 UR-13.01 오토매틱 무브먼트로 구동되는 디지털 초침과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등의 추가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티타늄과 스틸 소재로 제작된 각진 케이스는 산업적 미감을 강조하며, 슈퍼루미노바 코팅으로 가독성을 높였다. 복잡한 내부 메커니즘은 기어와 샤프트 시스템으로 에너지가 전달되어 기계식 구조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