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름다운 여름이 도래했다. 1년 중 어느 때보다도 복장이 한껏 얇아지고 짧아져야 할 것 같은 지금이, 바람막이를 살 가장 좋은 시기라면 믿으시겠는가. 냉방병 유발하는 에어컨 바람도,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날씨 속 러닝 코스도, 만연한 녹음 속의 여름 산행도 경량 바람막이 하나로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으니까.
봄이나 가을에 입던 바람막이로 충분하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아서라. 여름에는 여름에 어울리는 바람막이가 있기 마련이다. 간절기 바람막이를 지금 날씨에 입었다간 생각보다 뛰어난 보온성 덕분에 땀복으로 변모해 버릴지도 모른다. 올여름 키링처럼 가지고 다닐 경량 바람막이 추천 리스트, 헤매지 말고 여기서 해결하자.
바람막이 체크 리스트
가볍게, 뽀송하게, 시원하게

편의성
여름의 바람막이는 상시 착용템이 아니다. 특수 상황에 언제라도 입을 수 있게끔 준비해 두는, 이를테면 EDC 같은 것. 그렇기에 무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다. 100g 내외라면 초경량, 300g 정도까지는 경량이라고 부를 만한 가벼운 무게다. 수납을 위한 파우치를 제공하거나, 자체적으로 압축할 수 있는 패커블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면 금상첨화다.
주머니의 유무나 위치도 미리 파악하는 게 좋다. 경량 바람막이 특성상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디테일만으로 구성되는데, 그 과정에서 주머니조차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 잡동사니가 넘쳐나는 보부상 유형이라면 주머니가 있는 제품으로 선택하자.

발수력
기후 변화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의 스콜과 같은 갑작스러운 비가 빈번하게 내린다. 폭우에도 거뜬한 방수를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가볍게 내리는 빗줄기 정도는 막아줄 기능성을 갖추면 아무래도 좋다. 주로 나일론 소재가 많이 쓰이고, DWR 코팅처럼 발수를 위한 처리를 활용하기도 한다. 기왕이면 모자가 달린 제품을 구매하는 게 소중한 모발을 비로부터 보호하기 좋겠다.

통기성
이름부터 바람을 막기 위한 기능성 의류에 웬 통기성이냐 싶을 수 있겠다. 등산을 위해서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일상용으로 바람막이를 입을 생각이라면 월등한 방풍 기능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적당히 바람이 통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땀이 줄줄 나는 날씨에서도 너무 습하지 않게끔 도와줄 것이다.
바람도 막으면서 공기도 통하기를 바란다면? 고어텍스처럼 방풍과 통기성을 균형 있게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거나, 두 기능을 부분적으로 구분해 설계한 바람막이를 고르도록 하자. 통풍구 역할을 하는 벤틸레이션이 있으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환기를 할 수 있어 유용하다.
가방 한편에 쏙, 경량 바람막이 추천 8

130g의 가벼운 무게답게 살랑거릴 정도로 얇은 옷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바람을 잘 막아주는 반전 매력을 지녔다. 냉기가 도는 실내나 바람 부는 산 정상에서 부담 없이 툭 걸치기 딱. 반대급부로 통기성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땀이 많이 나는 운동용으로는 부적합할 수 있다. DWR 코팅 처리가 되어 있어 방수 기능 또한 유의미한 수준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노스페이스가 바람막이를 주름잡았다면, 지금은 아크테릭스가 그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는 중이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아크테릭스만의 감성은 도무지 따라올 자가 없으니까. 가벼운 무게와 한 손 사이즈로 작아지는 패커블 지퍼, 적당한 발수로 활용도가 높다. 허리 쪽 주머니가 없는 건 아쉬운 점. 인기가 인기인 지라 색상에 따라서는 구매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바람막이에서도 스타일을 포기할 수 없다면? 과감하게 핑크를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양방향 지퍼를 활용해 다양한 무드를 연출하기 좋고, 착장에 깜찍함을 더해줄 후면부 목 부분의 노란색 살로몬 택도 매력적이다. 냉감 기능과 흡습속건으로 뜨거운 여름에도 적합하며, 등과 후드 부분에 마련된 벤틸레이션을 열면 땀으로 축축해진 속사정까지 해결할 수 있다.

추천 제품 중에서 무게가 두 자리 숫자로 가는 바람막이는 블랙다이아몬드가 유일하다. 초경량 원단으로 98g이라는 깃털 같은 무게를 완성했고, 접어서 정리하면 웬만한 주머니에도 들어갈 사이즈로 변모한다. 휴대성으로는 비견할 자가 없는 수준. 방풍 기능이 우수하고,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PFC가 들어가지 않은 DWR 솔루션을 적용했다.

북유럽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브랜드, 피엘라벤. 감성적인 디자인과 귀여운 여우 패치, 알맞게 떨어지는 핏이 예술이다. 바람을 잘 막아내면서도 투습성이 좋아 땀 배출이 잘 된다. 허리 쪽 주머니는 메쉬 라이닝으로 되어 있어 환기구 역할을 대신하며, 세탁이 손쉬워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패킹이 불가하고, 타 경량 바람막이와 비교하면 다소 무거운 편이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스쿼미시의 인기에 견줄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 일상과 운동, 패션을 넘나들며 사랑받는 파타고니아의 대표작이다. 많은 이가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다방면으로 장점이 두드러진다. 105g으로 가볍고, 내구성 발수 처리로 가벼운 비에 대응할 수 있다. 패커블로 휴대하기도 편한데, 가격까지 합리적이니 모두가 애정할 수밖에. 방풍이 좋은 만큼 통풍은 잘 되지 않으니 참고하자.

그 어떤 기능보다도 젖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 이거다. 독점 개발한 멤브레인 3 레이어 방수 원단으로 구현해 낸, 생활 방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완전 방수로 온몸을 지켜줄 테니. 무게 또한 170g밖에 되지 않으니, 어쩌면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일 지도 모르겠다. 방풍과 투습 기능도 발군. 다소 높은 가격대가 흠이라면 흠이다.

가벼운 무게와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자유롭고 편한 활동이 가능하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클라터뮤젠 특유의 사선 지퍼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가미됐다. 아웃도어 제품임을 알 수 있는 독특한 지점은 패브릭에 식물성 모기 기피제를 코팅했다는 점. 산에만 모기가 있는 건 아니니까, 어찌 됐든 여름이 괴로운 이유 하나를 덜어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