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트렌드의 첨단을 달리는 이들에게 가장 핫한 코드가 정작 시대를 역행하는 레트로라니.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던 구시대의 기술은 어느새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레트로니, 클래식이니 하는 단어들은 어느덧 힙스터의 훌륭한 덕목이 됐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래의 아이템을 주목하길. 이 정도만 쟁여둬도 최소한 힙스터 코스프레 정도는 할 수 있다.
모름지기 레트로란 과거의 그릇에 현대적인 알맹이를 담아야 하는 법. 그런 의미에서라면 미니의 첫 전기차보다 오히려 스윈드(Swind)의 E 클래식 미니가 레트로 본연의 속성에 더 충실한 편이다. 왜냐고? 스윈드 E 클래식 미니는 분명 80kW의 전기 모터와 완충 시 최대 200km까지 달릴 수 있는 24kWh 배터리를 넣어 놨지만, 이 녀석의 껍데기는 바로 진짜 구형 클래식 미니이니까. 다만 옵션이 아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가격도 우리 돈으로 1억 원을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그래도 클래식 미니에 대한 로망 혹은 미련이 남은 사람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지점도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일으킨 광풍에 편승할 수도 있었던 영화 ‘로켓맨’은 안타깝게도 흥행 참패를 기록했으나, 다행히 엘튼 존이 남긴 유산에는 별다른 스크래치를 내지 못했다. 그는 유독 자신만의 스타일이 강하게 묻어나는 선글라스들을 자주 애용하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커틀러 앤 그로스(Cutler and Gross)의 제품들이다. 마침 올해로 창립 50년째를 맞이해 50주년 컬렉션을 발표했고, 여기에는 엘튼 존이 격하게 아끼던 0734 모델도 있다. 물론 이걸 쓴다고 해서 당신이 엘튼 존이 되진 않겠지만.
오리지널 블레이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나이키 블레이저 미드 ’77 빈티지. 나이키가 이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올봄에는 블레이저 미드 ’77 캔버스 컬렉션을 내놓기도 했다. 빈티지에 비해 존재감이 강하지는 않지만, 사실 이런 심플함이야말로 질리지 않고 아이템을 오래 아껴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좌우 힐탭에는 각각 ‘Blazer’와 ‘1977’의 타이포도 새겨져 있다. 색상은 비교적 무난한 블랙과 아이보리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산뜻함을 전면에 내세운 핑크 컬러도 마니아층이 꽤 있다.
연식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방과 후 친구들을 집으로 이끌고 와 4:3 비율의 브라운관 TV 앞에 앉아 콘솔을 연결해 게임을 즐기던 어릴 적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스웨덴의 러브 훌텐(Love Hulten)이 예스터데이 비전(Yesterday Vision)을 통해 그 옛 감성을 다시 생동감 있게 살려냈다. 19인치 4:3 비율의 화면에는 CRT 모니터의 곡률도 살아있다. 심지어 우측에는 마호가니 다이얼까지 달려있다. 이 정겨운 모습을 보고서 옛 추억에 빠져들지 않을 자, 누구인가.
써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기계식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는 차진 손맛을. Azio의 레트로 콤팩트 키보드는 섬세한 디테일이 빼어난 레트로 키보드다. 금속과 목재, 가죽 같은 클래식한 소재를 요리조리 조합해 옛 타자기의 감성을 그대로 살려냈다. 혹여라도 피로할 당신의 손목 건강을 위해 각 타자기엔 손목 받침대도 세트로 따라간다.
국내에도 꽤 준수한 레트로 키보드가 몇몇 있지만, 우드와 가죽 디테일까지 갖춘 키보드는 아직 찾아보기 힘든 현실. 클래식의 끝판왕을 찾아 헤맨 키보드 유목민이었다면 이젠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은 220달러. 우드, 블랙, 화이트, 블랙 앤 브론즈 등 당신의 깐깐한 취향을 만족시킬 가지각색의 컬러가 구비돼 있다.
레트로와 클래식을 사랑하는 아이폰 유저라면 레트로덕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편리함이나 기능보다는 그 자체가 주는 감성과 자극이 좋아서 레트로에 끌리는 것이니까. 아이폰을 레트로덕에 쏙 넣어주면 당신이 그리던 빈티지 무드의 TV가 탄생한다.
일단 영상 시청하기에 딱 좋은 각도로 핸드폰을 지지해줘서 사용이 편안하다. 게다가 매일 보던 핸드폰 화면이지만 클래식 TV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최첨단 스마트기기의 기능에 아날로그적 감성까지 함께 누릴 수 있는 것. 레트로덕이 없던 어제의 휴식과 레트로덕이 있는 오늘의 휴식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이 둘의 명확한 차이를 아는 당신은 진정한 힙스터.
테이프 위 구멍을 막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녹음해 본 적 다들 있겠지. 그게 뭐냐고 애써 천친 난만한 표정 짓지 말자. 동시대 향유한 흔적, 얼굴 주름이 말해주니까. 유행은 다시 돌고 돌아 색상부터 힙한 Ninm Lab의 IT’S OK 카세트 플레이어가 우리 앞에 찾아왔다.
카세트 플레이어도 가만히 허송세월하지 않았다. 무려 블루투스 5.0 기능을 탑재했다. 재생, 되감기, 빨리 감기, 정지, 녹음 등 5개 버튼이 적용되었고, 사랑하는 그녀에게 영상 편지 말고, 잔잔한 음성 메시지 띄우라고 60분짜리 공테이프도 챙겨줬다. 무게는 약 152g, 크기는 118x84x33.5mm. 색상 또한 분홍, 흰색, 파랑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알다시피 남자는 무릇 핑크니, 고민의 여지는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