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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의 유쾌한 반란? 다이슨 온트랙 리뷰 (+영상)
2024-10-17T15:06:4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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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디자인이 전부는 아니다.

다이슨(Dyson)이 헤드폰 시장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며 선보인 다이슨 온트랙(Ontrac). 공기정화 헤드폰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다이슨 존에 이은 두 번째 제품이다. 첫 시도에서 끝났다면 해프닝 정도로 여겨졌을 텐데, 후속작까지 나온 걸로 봐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내디딘 건 아닌 듯하다.

그래서일까. 새롭게 출시된 다이슨 온트랙을 직접 사용해 보니 그들이 얼마나 진심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음향 기기의 핵심인 사운드를 비롯해 디자인, 노이즈 캔슬링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게 여실히 다가왔으니 말이다. 어쩌면 잔잔했던 음향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뉴페이스가 다이슨이 될지도 모르겠다.

리뷰는 총 7가지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필자가 현재 쓰고 있는 헤드폰이 소니의 XM5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으로 자주 등장할 예정이니 참고 바란다.

구성품 및 디자인

구성품은 다이슨 온트랙과 전용 케이스, USB-C 충전 케이블로 심플하다. 공기정화 필터의 유무로 생겨난 차이인 건지, 전작인 다이슨 존보다 첫 개봉 시 마주하게 되는 담음새가 훨씬 깔끔해졌다. 다만 소니 XM5의 기본 구성에 포함된 3.5mm 케이블을 유용하게 쓰고 있는 입장에서, 유선 헤드폰으로 스위칭 시켜줄 케이블이 없는 건 조금 섭섭하달까.

만족도가 높았던 의외의 부분은 케이스였다. 전용 케이스는 슬립 구조로 되어 헤드폰을 담아 두지 않을 땐 얇고 평평한 형태로 변모한다. 부피가 확 줄어드니 케이스 때문에 가방에 여유 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이게 체감이 확실히 될 정도로 편리했다. XM5의 육중함과 에어팟 맥스의 옹졸함 사이 중간 지점을 영민하게 캐치한 느낌. 케이스가 상단뿐만 아니라 하단도 뚫려 있어, 담아둔 상태에서도 충전할 수 있는 점도 생각보다 간편했다.

디자인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유일무이하다는 점이다. 헤드폰 유저가 근 몇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비해 주로 선택받는 모델은 한 손으로도 셀 수 있는 수준. 다수의 지지를 받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뻔한 건 못 참는 개성파에겐 온트랙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심지어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컬렉션 런웨이에 등장하면서 패션계의 샤라웃까지 받았으니, 패션템으로 들여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색상은 CNC 코퍼, CNC 알루미늄, CNC 블랙 니켈, 세라믹 시나바 총 4가지로 출시됐다. 무난한 길을 고르자면 블랙 니켈이겠지만, 다이슨 하면 딱 떠오르는 시그니처 컬러는 아무래도 코퍼 쪽이 아닐지. CNC 컬러는 미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반짝이는 유광이 특징인 반면, 무광 코팅 처리된 세라믹은 비교적 차분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외부 이어캡과 이어쿠션의 커스터마이징은 다이슨 온트랙만의 독특한 시스템. 덕분에 색상 때문에 머리 쥐어짜며 고민할 필요가 없다. 탈장착은 트위스트 앤 락 방식으로 간단하게 가능하다. 쉽게 끼고 뺄 수 있는 데 비해 견고하게 잠금이 돼 구조와 마감에 대한 신뢰도 급상승. 외부 이어캡을 해제하면 헤드폰 구조 청사진이 나타나는데, 메카니컬한 모습이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이어캡을 뺀 채로 사용하면 고장을 초래할 수 있으니 주의.

이어쿠션과 캡은 각각 7개의 색상이 구비되어 있어, 이론적으로는 만들어 낼 수 있는 색 조합이 2천 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4개의 파츠를 모두 다르게 낄 사람은 몇 없을 테니까. 순정 컬러도 충분히 예쁘지만 다채로운 커스텀을 원한다면 쿠션과 캡에 약간의 투자를 감행해 보자. 판매가는 각각 69,000원. 가격대가 있는 만큼 배보다 배꼽이 커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착용감

다이슨 온트랙 제원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부분이 있었다. 무게가 451g이라뇨. 경추 브레이커라는 오명의 주인공 에어팟 맥스도 385g인데, 이를 크게 상회하는 무게에 일단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머리에 얹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어라, 생각보다 괜찮은데. 수치만 보고 했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착용감에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당연히 가볍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실제 중량에서 느껴지는 압박과 비교하면 깃털 수준. 일반적인 제품군이 배터리를 이어컵 쪽에 두는 데 비해, 온트랙은 헤드 밴드 안에 탑재해 무게를 분산시켰다는 게 다이슨의 설명이다. 어느 정도 무게가 기반이 되니 오히려 안정적으로 머리에 안착하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무조건 가벼운 게 능사는 아닐 수 있겠다는 새로운 시야가 트였다. 물론 헤드폰이라는 장르 특성상 고개가 치우치거나 장시간 착용하면 생기는 피로감은 어쩔 수 없었다.

이어쿠션 쪽은 어떨까? 인조가죽이 아닌 부드러운 마이크로 스웨이드 소재로 제작돼 꽉 조인다기보다 살짝 얹은 듯 폭신한 촉감이다. 더불어 헤드폰 크기가 거대한 덕분에 이어쿠션도 넓어 귀를 확실하게 잡아준다. 30분 이상 착용 시 일정 수준의 열감이 올라오긴 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귀의 편안함은 확실하게 챙길 수 있는 셈.

MZ 헤드폰 룩의 완성, 목에 걸었을 때는 어떨지 궁금할 수 있겠다. 머리에 얹었을 때도 그랬지만, 목에서는 더욱더 가볍게 느껴졌다. 헤드폰이 존재한다는 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 수준으로 말이다. 목에 건 상태에서 이어캡을 세워두면 쇄골 쪽에 닿는 게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조작감

조작 방식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 필자의 선호를 밝히자면 직관적인 물리 버튼 제어를 좋아한다. 힘을 가했을 때 손으로 전달되는 딸깍임의 차짐은 터치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맛이기 때문이다. 터치 제어가 기본값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 단순 버튼도 아닌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조이스틱의 탑재가 어찌나 반갑던지. 스틱은 방향에 따라 재생, 일시 정지, 건너뛰기, 빨리 감기, 되감기를 비롯해 음성 제어까지 실행할 수 있다.

철권 커맨드라도 입력하는 양 요리조리 스틱을 조작하는 건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물리 버튼답게 반응도 빠르고 정확했다. 다만 정확한 조작을 위한 힘의 정도가 있는데, 이를 파악하고 익숙해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원래 생각했던 정도보다 약하게 눌러야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반대로 상상 이상으로 강하게 쳐야 하는 조작도 있다. 바로 노이즈 캔슬링 전환이다. 사용 설명서는 ANC 전환을 위해 이어캡을 두 번 탭하라고 말하지만, 헤드폰 어디를 쳐도 무관하다. 터치가 아닌 물리 충돌을 인식하는 듯. 필자는 헤드 밴드 쪽을 두피 마사지하듯 두드리며 노이즈 캔슬링을 켜곤 했다. 터치가 아니기 때문에 톡톡보다는 툭툭이나 탁탁에 가깝게 힘을 가해야 작동한다. 

사운드

다이슨이 온트랙을 출시했을 때 사람들이 의구심을 표출한 건 아무래도 이전작 때문이겠다. 지금껏 유례 없던 공기정화 헤드폰의 등장은 워낙 강렬했으니까. 하지만 다이슨 존도 다른 쪽에 모든 포커스가 집중돼서 그렇지, 사운드 자체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그 평가는 이번 제품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이슨 온트랙은 사운드를 훌륭하게 구현한다. 특히나 톤밸런스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자체 EQ를 통해 특정 음역이나 악기를 두드러지게 강조하지 않고, 엔지니어의 의도에 가장 가까운 사운드를 구현하고자 한 노력이 느껴진달까. 소리가 자극적으로 꽂히지 않기 때문에 조금은 슴슴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랜 청취에도 피로감이 덜하다.

탑재된 40mm 네오디뮴 드라이버가 구현하는 대역폭은 일반적인 수치를 상회한다. 소니 XM5를 포함한 대부분의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이 20Hz~20kHz의 주파수 범위를 제공하는 데 비해, 다이슨 온트랙은 6Hz~21kHz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베이스 저음역을 탁월하게 살리는 면모를 Hozier의 ‘Too sweet’를 들으며 확인할 수 있었다.

보컬의 표현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 박정현의 ‘이름을 잃은 별을 이어서’와 같이 반주가 미니멀한 가요에서 목소리의 디테일을 상당히 잘 잡아낸다. 같은 맥락에서 악기 구성이 심플할수록 좋은 소화력을 보여줬는데, 피아노의 잔향과 손가락의 도약과 같은 디테일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한다. 클래식이나 재즈를 즐겨 듣는다면 헤드폰 선택지가 하나 늘었으니 기뻐하도록 하자.

EQ는 전용 앱인 마이다이슨(MyDyson)에서 설정할 수 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프리셋은 저음 부스트, 중립 모드, 몰입 모드 3가지. 직접 사운드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아쉽게도 없다. 추후 펌웨어 업데이트로 EQ 부분을 좀 더 강화해주길 기대해 본다.

노이즈 캔슬링

이번에 온트랙을 공개하면서 다이슨이 가장 강조한 기능이 바로 노이즈 캔슬링이다.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밝힌 만큼 소비자가 기대치를 높게 잡아도 무죄. 다행히 실망할 일은 없겠다. 직접 경험해 본 결과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자신감을 가졌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탁월한 ANC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8개의 마이크를 통해 주변 소음을 초당 38만 4천 번 모니터링하는 첨단 노이즈 캔슬링 알고리즘으로 최대 40dB의 소음을 차단한다는 게 기술적인 설명이다. 번잡한 길거리, 만석 상태의 카페, 지하철역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시끄러움을 맞닥뜨렸지만 온트랙 안에서의 세상은 고요할 뿐. 기술도 기술이지만 귀를 완전히 커버하는 이어패드와의 시너지도 차음에 한몫하는 듯하다.

주변음 허용 모드도 중요하다. 간혹 이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 중에는 허용 수준을 넘어 필요 이상으로 주변음을 과장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만큼 실제로 귀에 들리는 듯 자연스러운 소리를 구현하는 게 관건인데, 온트랙은 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드물게 풍절음이 들어오긴 했으나 거슬릴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마이다이슨 앱에는 ANC 관련 흥미로운 기능이 있다. 외부 소음과 듣고 있는 사운드의 데시벨을 실시간으로 트래킹하는 소음 노출 그래프다. 이를 통해 내가 듣고 있는 소리와 바깥 소음 중 어떤 게 더 큰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볼륨을 조절하는 데 참고할 수도 있지만, 신기한 볼거리로써 하나의 유희가 되기도 한다.

통화 품질

최고의 통화 품질로 칭찬이 자자한 소니 XM5를 실사용 중인 입장이기에, 조금은 불합리한 대결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예상외로 호적수였다. 듀얼 빔포밍 마이크를 거쳐 전달되는 목소리는 확실히 고품질이었고, 배경 소음도 깨끗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통화 상대에게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 이상 헤드폰으로 통화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으니 말이 필요한가. 통화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노이즈 캔슬링이 꺼지는데, 온·오프를 직접 설정할 수 있었다면 더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편의 기능

장거리 여행이 잦다면 다이슨 온트랙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해 볼 법하다. 최대 55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 배터리 덕택에 여행 내내 충전 걱정은 없을 테니까. 10분 충전으로 2.5시간, 30분 충전으로 9.5시간의 청취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고속 충전 기능도 있어 웬만해선 0%를 구경하기도 힘들다. 충전 중에도 헤드폰 이용이 가능하다는 소소한 장점도 있다.

음악에 심취해 나도 모르게 볼륨을 일반적인 수준 이상으로 높여본 경험, 다들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청력을 위해 볼륨을 80dB의 안전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설정도 어플리케이션 내에 준비돼 있다. 사소하지만 세심한 다이슨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개인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편의성은 반응 속도였다. 머리 감지 센서를 통해 헤드폰을 쓰고 벗으면 자동으로 음악이 재생 및 정지가 되는데, 동일한 기능이 있는 타 헤드폰보다 확실히 빠르게 반응했다. 전원을 켜고 블루투스에 연결되기까지의 시간도 순식간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가격. 다이슨 온트랙은 정가 기준 699,000원으로 책정됐다. 첫인상은 비싸게 느껴졌지만, 따지고 보면 에어팟 맥스보다 낮은 가격대인 셈. 각자가 어느 부분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적어도 구매 후보로 삼을 만한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마무리

30년 이상 공력 음향 기술과 소리에 대해 연구한 다이슨 입장에서 음향기기 분야는 하나의 숙원사업이었을 지도 모른다. 출시 전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다이슨은 보란 듯이 제대로 된 헤드폰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증명해 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가격은 성능 대비 다소 높게 느껴지고, 선택의 폭이 좁은 EQ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건 다이슨 온트랙은 그들이 출시한 겨우 두 번째 헤드폰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수십 년간 특정 분야에서만 활동해 온 음향 기업들과 견주어볼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건 확실히 인정받아야 할 성과다. 온트랙이 매력적인 만큼이나 다이슨의 다음 스텝 또한 기대가 된다.


해당 콘텐츠는 다이슨코리아로부터 제품을 무상대여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