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가장 재미있게 타기 위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코스다. 아무리 좋은 자전거와 동료들이 있어도, 매일 가는 한강 자전거길이나 뻔한 남산·북악 같은 업힐 코스만 타면 애정과 관심은 금방 식는다.
더는 변할 게 없는 똑같은 길만 지루하게 달리는 라이더라면 아래의 추천 코스를 참고해 조금 더 먼 곳으로 눈을 돌려보길. 물론 여기엔 쉬운 코스도, 어려운 코스도 있다. 하지만 이 리스트를 모두 정복한다면 적어도 ‘자덕’ 타이틀을 획득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동시에 새로운 풍경이 선사하는 감동이 당신의 라이더 인생 2막을 열어줄 것이다.
삼막사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안양시의 대표적인 업힐 코스. 원래 삼막사 업힐은 비포장 시멘트 도로라 주로 MTB 라이더들이 찾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새롭게 아스팔트 포장을 마쳐 지금은 로드바이크들도 줄기차게 오르는 업힐 명소가 됐다. 코스 시작점은 삼막사 주차장이지만, 경인교대 안양캠퍼스부터 오르막이 시작되기 때문에 대부분 이곳을 출발지로 잡는다.
경인교대부터 삼막사까지는 3km의 업힐이 꾸준히 이어진다. 평균 경사도가 10%에 육박하며, 순간 경사도는 17%에 이르는 구간도 있다. 사실 삼막사에서 그 위로 1km가량 페달을 더 밟아 올라가면 통신탑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비포장 길이며, 평균 경사도도 12%로 부쩍 상승하는 난코스다. 대신 완주한다면 그만큼 더 큰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추가하면 좋은 코스: 염불암, 망해암
마침 가까운 곳에는 염불암과 망해암이라는 또 다른 대표적인 수도권 업힐 코스가 존재한다. 체력이 남는다면 이곳도 가보자. 다행히 삼막사보다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쉬운 코스다.
분원리
일명 ‘낙타등’ 코스로 대표적인 수도권의 명소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서 342번 지방도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쭉 돌고, 아래쪽의 88번 지방도를 통해 돌아오는 30km 내외의 순환 코스다. 짧은 업-다운힐이 수없이 반복되는 형태라 입문용으로도 적합하고, 숙련자에겐 2~3회전씩 도는 하드코어 트레이닝 용도로도 좋다.
특히 분원리 순환코스 중 상단의 342번 지방도 방향은 차량통행이 거의 없어, 매끄러운 공도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자전거로 넘쳐나는 남한강 북단이 아닌 남단을 지나는 길이기 때문에 한적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반면 88번 도로로 돌아오는 길은 차량통행이 꽤 있는 편. 취향에 따라 342번 지방도를 타고 동쪽 끝부분에 있는 보급소 격인 홍가네슈퍼를 반환점으로 찍고 돌아와도 좋다. 대신 라이딩 거리도 5km가량 더 늘어나니 참고하자.
소조령-이화령
충청남도 괴산군과 경상북도 문경시의 경계에 위치한 곳으로, 국토종주 라이더들이 만나는 최대 난관이다. 보통 인천 아라뱃길에서부터 종주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2~3일 차에 이화령을 넘게 된다. 체력이 떨어지고 안장통이 심해지는 이 타이밍에 6km에 가까운 긴 업힐을 만난다고 생각해보라. 자전거를 그대로 길에 버리고 싶을 정도의 막막한 심정과 함께 피로감까지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어디까지나 국토종주 코스를 달릴 때의 상황. 실제로 이화령 자체는 평균 경사도가 5%에 불과할 정도로 완만한 업힐이다. 가장 험난한 구간의 순간 경사도도 10% 내외 수준으로, 오히려 이보다 앞서 예고없이 등장하는 소조령을 더 긴장해야 한다. 열심히 이화령을 오르다 보면 함께 올라가고 내려가는 라이더들을 숱하게 마주치면서 나름의 동지애도 다질 수 있다. 덕분에 심적인 부담감도 덜한 편이니 자신 있게 한번 도전해보자.
추가하면 좋은 코스: 새재 자전거길
사실 소조령-이화령으로 이어지는 2연속 업힐은 한강종주 자전거길과 낙동강 자전거길 사이에 있는 새재 자전거길에 포함되는 구간이다. 지방도로를 경유하는 구간이지만, 차량 통행이 드물고 전국의 자전거길 중에서도 가장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길이다. 여유가 된다면 해당 코스 전체를 달려보자.
만항재
함백산 자락의 야생화 군락지인 만항재는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해발 1,330m의 업힐 코스다. 엄청난 해발고도를 보며 유추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고한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르막이 서서히 시작되는 상갈래교차로를 기점으로 잡아도 만항재 정상까지 거의 8km에 가까운 장거리 코스가 이어진다.
사실 평균 경사도 자체는 8% 이하로 그리 강한 업힐은 아니다. 문제는 역시 길이. 아무리 경사도가 완만해도 보통 업힐 한 코스 기준으로 3km 내외의 거리에 익숙한 라이더라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가도 가도 도통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길을 묵묵하게 견디며 페달을 돌려야 한다. 정상에 도착하면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고, 전이나 어묵 같은 간단한 음식과 함께 음료를 판매하는 쉼터도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길.
추가하면 좋은 코스: 운탄고도(화절령-새비재-타임캡슐공원)
MTB나 사이클로크로스 라이더라면 만항재 정상이 오히려 다른 시작점이 된다. 쉼터 옆의 임도를 따라 운탄고도를 달릴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운힐 위주의 임도 코스를 맛볼 수 있다. 화절령과 새비재를 지나 고랭지배추밭의 풍경을 감상하며 내려가다 보면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로도 유명한 타임캡슐공원도 지나치게 된다.
섬진강자전거길
4대강 자전거길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자전거 전용 도로와 길이 잘 닦여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라이더들이 최고로 꼽는 길은 단연 섬진강 자전거길이다. 인프라는 좋지만 수많은 보행자와 각종 탈것이 뒤섞인 한강, 300km의 엄청난 길이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인프라와 대책 없는 길 상태의 낙동강 길을 가본 라이더라면 누구나 이 명제에 공감하는 편이다.
다른 강가의 자전거길과 비교하면 종주 거리는 150km로 그리 길지 않다. 여기에 잘 닦인 비단길 같은 도로, 깨끗한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 업힐이 거의 없는 평지 위주의 구성은 섬진강 자전거길을 최고의 관광 라이딩 코스로 만들었다. 순창, 곡성, 구례, 하동, 광양 등 다양한 지방을 지나기 때문에 다채로운 풍경과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