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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함께 지낸 시간과 편안함의 정도는 비례하기 마련이다. 설렘이 정서적 안정감으로 바뀌었다는 건, 그만큼 사랑의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는 얘기일 거다. 하지만 안정감이 무료함으로 바뀌는 순간, 권태기가 급습할지니 가끔은 도발적인 이벤트로 관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함께 보며 얘기를 나누고,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한발 더 나아가 격정의 순간으로 몰아넣어 줄 넷플릭스 작품들을 골랐다. 마침, 밤이 길어졌다.
아이즈 와이드 셧(1999)
<샤이닝>, <시계태엽 오렌지> 등을 만든 영화계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16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이다. 그가 감독, 각본, 제작 등을 맡았지만, 끝내 편집을 끝내지 못한 채 심장마비로 숨을 거둬 몽환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더욱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기는 작품이다. 실제 부부였던 니콜 키드먼과 톰 크루즈를 섭외해 현실성을 가미한 이 영화는 결혼이라는 제도권 세계로 발을 들였지만, 거세 되지 않는‘욕망’을 주제로 주인공들을 선택의 딜레마 속에 몰아넣는다. 이 영화를 본다면 당신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연인과 자연스럽게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며 결혼관을 맞춰 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로 ‘폴리아모리’가 취향일 지도 모를 일. 러닝타임 160분.
뉴니스(2017)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이 손가락질받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변화하는 세대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데이팅 앱을 통한 연애가 MZ세대가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 커플, 과연 괜찮을까? 만남에 드는 노력이 덜한 만큼, 만남도 가벼워지지는 않을까? 나 몰래 계속 앱에서 다른 이성과 시시덕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어플을 통해 연인을 만났는데 이런 걱정이 든다면, 이 영화를 함께 감상해볼 것을 추천한다. 데이팅 앱을 통해 연인이 된 주인공 마틴과 가비가 겪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갈등을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사실적인 에피소드와 감정묘사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러닝타임 118분.
빅 마우스(2017)
애니를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꼭 한번 볼 만한 작품. 사춘기 청소년의 폭발하는 성적 호기심과 욕구를 유쾌하게 다룬 섹시 코미디로서,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그림체와 달리 수위가 꽤 높다. 2차 성징, 호르몬, 생리, 오르가슴 등의 성과 관련한 소재를 구분해 집중적으로 다뤄 연인과 각 소재에 대한 섹시한(?) 대화를 하기에도 좋다. 대부분 청소년, 더 나아가 많은 이들의 성적 욕구를 숨김없이 솔직히 표현해 단지 가벼운 작품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왜곡된 성 관념에 유쾌하게 일침을 놓는 블랙코미디 요소도 겸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시들시들(?)해져 가는 사람이라면, 청소년기의 왕성하고 강직했던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 일어설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시즌 5까지 제작되었으며, 각 시즌은 10화 내외.
인간중독(2014)
‘중독’이라는 건 참 무서운 단어다. 무언가에 중독되면 답도 없다.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 뭘 해도 그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고, 손에 일도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그 대상이 부하직원의 아내라면? 이건 뭐 그냥 파국의 끝을 향해 달리는 KTX와 다를 바 없는 흐름이다. 월남전 영웅이라는 완벽한 커리어와 가정을 이루고 사는 남자 주인공. 그의 아내는 내조의 끝판왕으로 남편의 진급과 임신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저돌적인 여성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의 진급에 도움이 되고자 마련한 봉사 모임 출범식에서 남자 주인공은 중독의 대상을 만나게 된다. 반듯한 이미지의 두 남녀가 서로에게 정신없이 빠져드는 모습이 꽤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2015)
개봉 당시 워낙 선정적인 장면들이 많다는 소문에 많은 남성이 하이라이트 구간을 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웹서핑을 했던 바로 그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사실 굳이 뭘 또 3편씩이나 만들었나 싶은 정도로 스토리, 연기력, 대사 등, 영화의 모든 면이 2000년도 개봉한 ‘미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처참하다. 인생 모든 스킬을 풀 스탯 찍고 사는 듯한 젊은 억만장자가 우연히 인터뷰를 통해 만나게 된 한 평범한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며 둘의 진부한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남자 주인공의 남다른 성적 취향 때문에 SM 적인 요소가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밤 연인과 뜨거운 시간을 기대하고 있다면 남자와 여자 모두의 므흣한 환상을 채워줄 수 있는 이 영화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섹스토피아(2017)
뜨겁고 끈적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격정적인 정사씬을 봐도 모자랄 판에 다큐멘터리가 웬 말. 게다가 최근 논쟁적인 젠더 이슈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섹스를 위해서 연인이 함께 고민해 볼 만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원나잇 스탠드를 쿨한 것으로 여기는 섹스 문화와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섹시함의 기준, 00살까지 동정을 떼지 못하면 남자답지 못하게 여겨지는 문화 등 20대들이 가지고 있는 성과 관련한 진솔한 이야기와 인식을 접해볼 수 있다. 연인 간 성적 인식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할 기회가 흔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성에 대한 서로의 솔직한 의견들을 나누고 함께 추구할 성적 가치에 대한 합일점을 만들어낸다면, 더 건강하고 깊은 교감을 나누는 성생활이 가능할 것. 러닝타임 86분.
핫 걸스 원티드: 턴 온(2017)
도파민 한도치를 끌어 올리고 싶어 외설적인 장면을 찾고 있다면 미안하다. 앞서 소개한 <섹스토피아>와 마찬가지로 딱히 흥분되는 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제목과 달리 베드신, 누드신 이런 거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와는 전혀 딴판인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인식과 사회적 인식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내용은 돈과 명성을 위해 포르노 업계에 몸을 던지는 어린 여성들의 생활을 주로 다루며, 연일 새로운 얼굴의 등장으로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며 몸과 마음이 황폐해져 가는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2015년 다큐멘터리 <핫 걸스 원티드>의 내용을 세분화된 주제로 나누어 제작한 넷플릭스 리시즈로서, 원작보다는 좀 가벼운 분위기로 연출해 큰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여성의 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성들의 육체에 대한 자기 정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파악한다면, 그녀의 몸과 마음을 더 소중히 대할 수 있을 것. 그래서 더 깊은 공감에 기반한 잭스도 가능할 것. 총 6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