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뙤약볕을 피하려 눈에 불을 켜고 그늘을 찾아 헤매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늘을 향해 스멀스멀 다가오는 햇빛은 공포 영화보다 더 무섭게 느껴질 정도. 평소에는 움직이는지도 몰랐던 구름이, 어쩐지 이럴 때만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는 건 기분 탓일까. 안 되겠다, 올해는 나만의 그늘을 들고 다녀야겠다. 태양을 피하고 싶은 자, 양산을 쓰자. 남자 양산 시대가 도래했으니까.
‘남자가 무슨 양산이냐’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은 이제 그만 넣어둘 때가 됐다. 당장 더워 죽겠는데 테토남, 상남자 타이틀이 뭐가 중요하겠나. 인터넷에서 수년간 떠돌았던 ‘지디가 양산 써주면 좋겠다’라는 기대 섞인 농담도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양산 쓴 남자가 속속들이 나타나는 걸 보면, 사실 남자들도 마음속으로는 양산을 쓰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남자 양산은 꽤나 대중적이다. 사이타마현에서는 양산남자(日傘男子)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양산 쓰기 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인식 개선 캠페인부터 양산 무료 대여에 이르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중. 공식 SNS 계정까지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양산에 진심이다. 남녀노소, 특히 남성들이 양산을 쓰고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여럿 볼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방문해 보자.
남자야말로 양산을 써야 한다
더위와 탈모가 두렵다면
어째서 ‘기록적인 폭염’이라는 키워드는 매년 튀어나오는 걸까. 지구는 끊임없이 핫해지고, 우리는 무력하게 더워할 수밖에 없다. 이제 더위는 참고 자시고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는 셈. 하지만 우리는 인간. 자고로 도구를 사용하는 게 우리네 인간의 덕목 아니겠는가.
최근 여름용품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건 손풍기. 나는솔로 10기 영수가 지독히도 손풍기를 찾는 걸 보면 시원하긴 한가보다 싶겠지만, 써 본 사람은 다 안다. 손풍기는 더운 곳에서 사용하면 시원해지기는커녕 더운 바람만 만들 뿐이다. 야외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 그에 비해 양산은? 쓰는 것만으로 체감온도가 10도는 떨어진다고 하니, 웬만한 여름용품과는 비교가 민망할 정도로 파격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게다가 남자라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영원한 걱정거리, 탈모에도 양산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자외선은 피부 노화의 주범이다. 잊지 말자, 두피도 피부다. 자외선은 모낭 세포를 노화시키고, 심각한 모발 손상 또한 초래할 수 있다. 더불어 머리의 열감은 탈모 진행에 가속 페달과 같은 존재. 머리에 햇빛이 직통으로 꽂히면 열 오르는 건 굳이 말 안 해도 알 거라 믿는다. 남자 양산, 빠른 구매가 저속 노화의 지름길이다.
디자인만 보고 고르지 말아요
생각보다 고려할 게 많아요
먼저 양산의 본질, 자외선을 충실하게 차단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반드시 우산 대신 양산을 써야만 하는지를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수중에 우산밖에 없다면 급한 대로 우산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어두운색 우산의 경우 약 90%의 자외선을 차단한다. 하지만 양산은 특화 제품 아니겠는가. 제품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양산은 100% 차단까지도 가능한 만큼, 매서운 자외선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산을 선택함이 맞겠다.
차광률도 눈여겨봐야 할 요소. 말 그대로 빛을 차단하는 정도기 때문에, 열을 막아내는 게 주목적이라면 꼭 확인하도록 하자. 요즘에는 발수 기능까지 더해진 우산 겸 양산, 소위 우양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연히 편하고 좋지만, 겸용이라 하더라도 지속해서 비를 맞으면 UV 코팅이 벗겨질 수 있으니 구별해서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바야흐로 유니섹스 시대, 라고는 하지만 완전히 시선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은 대다수의 남성이 화려함보다는 차분한 계열을 선호한다. 예전에야 샤방샤방하게 레이스 달린 게 양산의 미덕이었지만, 요즘은 심플한 제품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샤랄라한 쪽이 좀 더 취향이라면 절대 말리진 않겠다. 사이즈도 가능하면 가방에 넣고 다니기 용이한 작은 쪽으로 선택하는 편이 좋다. 들고 다니기에 거추장스러우면 챙기지도 않는 게 남자 아니겠는가.
남자 양산 추천 8
입맛대로 골라보세요
벌써부터 햇빛이 쨍쨍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사람, 한둘이 아닐 거다. 기억하자. 구매 결정이 빨라질 수록 소중한 내 피부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어떤 남자 양산을 사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은 에디터맨이 처리했으니 안심하시길.

국내에서는 압도적인 인지도를 누리는 Wpc 브랜드의 양산이다. 완벽에 가까운 자외선 차단은 기본, 수납 시 17cm밖에 되지 않은 작은 사이즈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 다니기 좋다. 디자인은 일반적인 우산과 큰 차이가 없어 부담이 없고, 색상이 은근 다양해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Specification
- 사이즈: 54cm
- 자외선 차단율: 99.9%
- 무게: 241g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해 4대째 이어지고 있는 우산 명가 도플러. 그 유명한 롤스로이스 우산을 납품하는 제조사로 알려져 있다. 카본 기반으로 제작돼 138g이라는 말도 안 되게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지만, 웬만한 강풍에도 끄떡없는 튼튼함까지 겸비했다. 고밀도 코팅 원단으로 우산 역할도 거뜬하다.
Specification
- 사이즈: 50cm
- 자외선 차단율: 99.8%
- 무게: 138g

브랜드 이름부터 자신감 느껴지는 산바리아 100(SUNBARRIER 100)의 제품. 4중 구조 원단으로 자외선·적외선·가시광선 모두 100% 컷. 특수 직물로 제작되기 때문에 하나하나 손바느질로 생산한다고. 흔하지 않은 디자인 또한 매력 포인트. 블루와 모카 2가지 색상이 있다. 발수 처리가 되어 있으나 이음새 부분에 비가 샐 수 있으니 유의하자.
Specification
- 사이즈: 50cm
- 자외선 차단율: 100%
- 차광률: 100%
- 무게: 270g

이 양산을 가방에서 꺼낼 땐 조심하자. 가방에서 꺼낸 우산이 맞나 싶을 정도로 커서 사람들이 놀랄지도 모른다. 둘이 써도 무리 없을 넉넉한 사이즈. 더워할 여자친구를 위해 미리 챙겨두면 단번에 센스 넘치는 남자친구가 될 수 있다. 기능성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
Specification
- 사이즈: 60cm
- 자외선 차단율: 100%
- 차광률: 100%
- 무게: 305g

우산 이모티콘이 떠오르는 귀여운 아치형 디자인. 육안으로도 차이가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소재감. 내가 바로 대나무다! 하고 자기주장하는 듯한 손잡이. 가방에 넣고 다닐 순 없는 사이즈라 편의성은 떨어지지만, 이런 양산이라면 잔뜩 뽐내고 싶어서라도 들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Specification
- 사이즈: 55cm
- 자외선 차단율: 100%
- 차광률: 100%
- 무게: 356g

1928년 시작된 크닙스는 세계 최초로 접이식 우산을 개발한 유서 깊은 브랜드. U 시리즈는 가장 작고 가벼운 라인이다. 자외선에 더해 코팅으로 외부의 열까지 차단해 양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듀오매틱 방식으로 자동과 수동 중 원하는 대로 펼치고 접을 수 있는 점도 좋다.
Specification
- 사이즈: 53cm
- 자외선 차단율: 99%
- 무게: 205g (색상별로 상이)

20년 넘게 자외선 차단 원단 및 의류를 개발해 온 쿨리바. 미국에서는 최초로 피부암 재단의 추천 마크를 받았다고. 최적의 통풍과 안정성을 위한 이중 캐노피 디자인이 특징이다. 눈에 띄게 무거운 중량이 아쉽지만, 일상에서 무게 치며 운동한다 셈 치면 오히려 좋아.
Specification
- 전체 사이즈: 105cm
- 자외선 차단율: 98%
- 무게: 430g

‘바다에서 정상까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극한의 필드 테스트로 제품을 개발하는 씨투써밋의 우양산이다. 항공 알루미늄 우산대는 바람에도 끄떡없고, 코듀라 원단은 변색 변질에 강하다. 출시 용도는 우산에 가깝지만, UPF 50+로 강렬한 자외선 걱정도 내려놓을 수 있는 만능 아이템이다.
Specification
- 전체 사이즈: 98cm
- 자외선 차단율: 98%
- 무게: 265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