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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학생으로 입학해 초등학생으로 졸업했다. 이 대혼란기를 겪었던 연식답게 오랜 친구들을 만나면 옛날이야기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나이가 들수록 했던 얘기가 가장 재밌고, 같은 이야기도 늘 새롭다고 했던가. ‘그땐 그랬지’를 연발하며 당시를 정확히 헤아리기 위해 햇수를 셈하다가 손가락 열 개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굳이 자각하고 만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해리포터를 밤새 읽으며 나에게 언제 입학허가증이 날아올까 두근거리던 밤이. 하지만 기숙사를 배정받고, 퀴디치 경기를 하며 볼드모트와 대적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도 한낱 머글이었다. 주문 대신 공식이나 외우고 앉아있어야 하는 신세였던 거다.
‘라떼’는 의무교육이라는 명목하 8세에 가방과 신발주머니 들고 입학하면 별일이 있지 않고서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잔말 말고 다녀야 했던 곳이 바로 학교다. 요즘엔 보다 선택지가 많아져 원하는 것을 일찍 알고 더 빠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도록 하는 특성화 학교나 대안 교육 기관, 재택교육 등도 꽤 보편화된 교육 방식으로 자리한다. 나는 아주 보통의 삶을 살았기에 이와 무관했다.
삶의 마디마디는 영상이 아닌 사진으로 기억되듯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여러 장면이 머릿속에 지나간다. 하지만 인생의 막대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10대를 쭉 반추하면 나는 애석하게도 양가감정이 불쑥 치민다. 그리고 두 개의 감정 중 불편한 마음 쪽으로 추가 기울고 만다. 친구들과 먹은 학교 앞 떡볶이, 첫사랑의 추억, 이른 등교 시 고요한 교실 풍경, 교정에 흩날리던 꽃향기, 방과 후 클럽활동 등 이딴 수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안 맞아, 학교
학교는 자신의 생존과 안위를 위해서라도 사회적 관계 맺기가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나는 리더십, 적극성, 사회성 등과는 거리가 멀었고, 내향적이고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관계 지향성 기질 탓, 성적표는 죽 쒀도 관계는 죽 쑤기 싫은 사람이랄까.
하지만 우리 모두 다 함께 질풍노도의 시기 아니었나. 자잘한 다툼은 자주 발생했고 썩 성격이 맞지 않는 친구와도 현재 어울리는 무리에 속해 있다면 적당히 잘 지내야 했기에 마음 피로도가 늘 높은 상태였다. 물론 학생의 본분인 공부도 자기효능감을 높여줄 정도로 잘했던 것이 아니니, 크게 재미를 볼 구석도 없었고. 초등학생들 간의 오묘한 알력 관계를 극사실주의로 다룬 영화 <우리들>을 보면서 트라우마처럼 저릿한 기억 하나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생활 수준의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까지 떠안지는 않았다. 서울, 강북의 맨 윗동네에서 학창 시절 대부분을 보냈는데 그곳은 복도식 주공 아파트 단지촌이 즐비했고, 생활 수준도 다 고만고만했다. 지금처럼 아파트 브랜드, 차종, 부모님의 직업 등으로 줄을 세우는 일도 없었다. 반면 강남 8학군을 졸업한 대학교 친구는 스스로를 ‘강남 거지’라고 칭하곤 했는데 같은 반에는 한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유학파 친구들이 상당수를 차지해 어쩔 수 없는 삶의 간극이 느껴졌다고 그때를 기억했다.
생존을 위한 딴짓
그래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학창 시절을 견딜 수 있는 나만의 샛길을 모색했다. 학교는 맨날 가야 했고, 맨날 가기 싫었으니까. 물론 그 방법이 크게 어긋나서 문제. 학원비를 소위 ‘삥땅’ 쳐 만화책을 사봤고, 무협 소설과 중국 드라마에 빠져 엄마에게 중국어 학원을 보내달라고 시위했고(물론 처참히 반려 당했고), 교과서 대신 소설책을 읽었고,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 재킷을 펴놓고 작사를 하겠다며 끄적이고, 아이돌 노래 대신 변진섭 아저씨 목소리를 들이며 울적한 나에게 심취했다. 크게 혼내기도 애매한 지점을 파고들며 ‘노잼’ 학교생활을 견디기 위해 딴짓을 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때를 귀한 시절이라 여긴다. 학교라는 공간은 천생이 방만하고 나태한 나에게 삶을 꾸준히 영위할 수 있는 ‘맷집’을 길러주었다. 심야 라디오 방송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듣고 아침잠이 쏟아져도 학교에 갔고, 비가 와도 또 눈이 와도 나는 교문으로 입성했다. 가끔 지각도 해 칠판을 부여잡고 아침부터 매타작을 당하기도 했지만. 학교는 지금 내가 두 발을 딛고 있는 이 거대한 사회에서처럼 싫으나 좋으나 부대끼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분쟁이 생기면 사과하고, 또 사과받으며 그렇게 사는 법을 몸으로 체득하게 해주었다고 믿는다.
아울러 학교를 둘러싼 여러 추억들은 당신과 ‘공통의 기억’을 향유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마고치를 사고 싶어 했고, 포켓 몬스터 씰을 모으고, 국진이 빵을 같이 뜯어 먹었던 그 소소한 기억은 마치 당신과 내가 알던 사이였던 것처럼 오묘한 유대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2월 임볼든 콘텐츠 테마는 ‘학교’다. 앞서 언급했듯 그때를 추억하게 해주는 공감 가득한 이야기부터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을 위한 아이템 큐레이션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으니 이번 달도 여기에 눕자. 2월 10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개되는 아낌없이 주는 임볼든 이벤트도 꼭 참여해 보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