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해 지금은 스위스를 본거지로 하는 시계 브랜드 해밀턴. 미국 감성을 잊지 않은 듯 해밀턴 시계는 90여 년간 500여 편이 넘는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언제나 시간을 이야기하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에도 마찬가지. 오는 8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해밀턴 빈티지 시계가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할리우드 영화 속 주인공들의 해밀턴 시계를 알아봤다.
영화 속 카메오 출연, 해밀턴 시계
기존의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를 기반으로, <테넷>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나단 크로리가 제품 기획 및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초침에는 영화의 주요 컬러인 블루 또는 레드 컬러 악센트를 주었다. 블랙 PVD 코팅 마감한 티타늄 케이스, 양옆의 돌출부와 러그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대담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벤츄라는 외계인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맨 인 블랙> 요원들의 필수품이다. 1957년 출시된 오리지널 모델을 충실히 계승한 것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의 방패 모양 케이스를 선보였다.
수퍼-루미노바 코팅 처리된 블랙 다이얼, 검정 가죽 스트랩까지 <인터스텔라> 속 시계의 디자인 코드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시계 초침에는 머피가 지구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공식을 계산해 낸 뒤 외쳤던 ‘유레카’ 문구가 모스 부호로 프린트돼 있다. 시계와 얽힌 영화 스토리를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부분.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 등장한 시계다. 유물을 손에 쥐기 위해 총을 드는 것도 불사하는 고고학자에게 썩 잘 어울리지 않는가. 아메리칸 스피릿을 표방하는 해밀턴의 역동성과 드레스워치의 우아함을 동시에 갖췄다.
<진주만>이 펼쳐지는 1941년 당시 군인들이 착용했을 법한 시대상을 반영했다. 기본적인 기능과 구성 요소들로 실용적이고도 터프한 느낌을 전하는 심플함의 정수.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가죽이나 캔버스 스트랩 버전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오펜하이머>에 등장한 해밀턴 빈티지 시계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제작한
<오펜하이머>는 제 2차 세계대전이 극으로 치달았을 무렵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원자 폭탄을 개발한 미국의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다. 이 같은 영화에서는 시대상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하기에 그들의 손목시계도 당시의 시계를 그대로 착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해밀턴은 시계 수집가와 마니아 네트워크를 활용,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출시된 빈티지 시계 6점을 준비했다.
킬리안 머피가 연기한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시계는 세 가지. 둥근 형태의 골드 케이스와 987 무브먼트가 적용된 쿠션 B(Cushion B)는 1930년대 초 제작한 것이다. 블랙 컬러 다이얼과 스몰 세컨드가 적용된 렉싱턴(Lexington) 및 아르데코 스타일의 엔디코트(Endicott)는 1940년대 제작된 모델이다.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키티 오펜하이머는 14k 골드로 만들어진 화려한 레이디 해밀턴 A-2(Lady Hamilton A-2)를 착용했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레슬리 그로브스 주니어 장군은 파이핑 록(Piping Rock)과 밀리터리 오드넌스(Military Ordnance)와 함께 등장했다. 강인하고 용맹한 밀리터리의 매력을 드러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타임 피스다.
플롯과 캐릭터를 구성할 때 아주 세심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오펜하이머>는 그가 시간을 탐미하기 위해 해밀턴과 협력한 또 다른 장이었다.
영화와 해밀턴
영화의 일부분이 되는 시계
어쩌면 우리가 본 영화 속의 시계들 대부분은 해밀턴의 손길을 거친 걸지도 모른다. 그만큼 해밀턴이 할리우드 영화와 끈끈한 인연을 다져왔다는 얘기다. 1892년 미국에서 탄생한 해밀턴 시계는 500편 이상의 영화에서 제품을 선보이며 할리우드의 중심부에 섰다.
해밀턴과 할리우드의 인연은 9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2년 영화 <상하이 익스프레스>에서 주인공 마를린 디트리히가 해밀턴의 플린트릿지(Flintridge) 시계를 착용하고 나온 것이 그 시작이다. 당시 유행한 아르데코 디자인에 힌지(경첩)로 여닫을 수 있는 커버를 갖춘 시계였다.
1961년에는 영화 <블루 하와이>에서 주연을 맡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해밀턴의 아이코닉 시계 벤츄라(Ventura)를 착용했다. 이후 벤츄라는 ‘엘비스 시계’라는 별명을 얻으며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는데, 당시만 해도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라는 게 생소했던 터라 그 파급력은 클 수밖에 없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두 PPL 광고가 아니라는 것. 할리우드와 해밀턴의 관계를 단순 광고로 바라보기에는 둘 사이의 관계가 너무나도 돈독하다. 해밀턴은 단순히 출연자 손목에 시계를 채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영화 제작 과정 초기부터 참여해 영화에 어울리는 시계를 선정 또는 자체 제작에 들어간다. 할리우드에 직접 시계 제작팀을 파견해 영화감독이나 소품 감독, 스타일리스트들이 원하는 시계를 만들어 준다고. 해밀턴 워치 메이커와 제작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시계 제작에 몰두한 결과, 영화의 일부분이 되는 시계가 탄생했다.
해밀턴은 시계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영화 시상식을 개최하기도 한다. 영화 제작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촬영감독과 프로듀서, 작가 등을 기리는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 시상식이다. 또한 차세대 영화 인재 육성을 위해 미국 조지아주의 사바나 예술 디자인 대학을 후원하는 등 계속해서 영화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해밀턴 시계
시계가 인류도 구했다
해밀턴 시계는 50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며 우주 공간을 여행하고, 인류를 구하며 시간을 나타냈다. 영화에 깊은 인상을 남긴 해밀턴 시계 몇 가지를 살펴보자.
<진주만>의 벤 애플렉이 연기한 레프 맥컬리 대위는 해밀턴 카키 필드 메카니컬(Khaki Field Mechanical)을 착용했다.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심플한 디자인과 내구성에 중점을 둔 시계다. 군인용 시계로 첫선을 보인 만큼, 캐릭터의 강인한 매력을 부각하기에 이만한 게 없을 터. 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영화 속 시대 배경은 당시 미 육군에 납품한 해밀턴의 역사를 떠올리게도 한다.
해밀턴 벤츄라는 <맨 인 블랙> 요원들의 필수품이다. 1957년 출시 당시 보기 드문 삼각형의 기하학적 케이스와 최초의 전자시계로 열풍을 불러일으킨 벤츄라는 <맨 인 블랙> 전 시리즈에 모습을 드러내며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상징으로 활약했다.
시계는 극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장치가 되기도 한다.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가 시계 초침을 통해 모스부호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 그 예다. 이를 위해 해밀턴은 미술 감독 나단 크로리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인터스텔라>만을 위한 시계를 만들었다. 시간이란 개념이 큰 줄기를 관통하는 영화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장면을 연출하고, 전체 스토리를 집약하는 장치로 시계만큼 적절한 매개체가 없는 셈.
<인터스텔라> 팬들은 영화 속 시계를 갖고 싶어 했다. 영화 소품용으로 만든 시계지만 이를 실제 제품으로 출시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친 것이다. 결국 해밀턴은 4년여의 심사숙고 끝에 머피 시계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시계 이름은 주인공 딸의 이름을 본뜬 ‘카키 필드 머피(Khaki Field Murph)’. 직경 42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블랙 다이얼, H-10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장착하여 영화 속 시계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또 다른 영화 <테넷>에서는 클래식한 해밀턴 스타일 디자인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기능을 넣은 시계를 선보였다. 18개월의 준비 기간 동안 해밀턴의 엔지니어들이 스위스의 스와치 그룹 연구소에서 기술 개발, 시험 및 제작 등의 과정을 진행하며 필요한 기술을 찾아낸 결과다. 디테일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놀란 감독인 만큼, 영화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시험 제작 과정을 거친 소품 시계만 수십 개에 달한다고. 해밀턴 워치 메이커들은 영화 제작 현장에 나가 직접 시계의 특별한 기능을 설명하고 <테넷>의 시간을 만드는 데 동참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시계는 시간을 오가는 스릴러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얽혀 들어간다. 고강도 액션과 함께 첩보 작전을 펼치는 주인공의 시계답게 티타늄 케이스와 블랙 다이얼은 묵직한 모습. 러버 스트랩 역시 검은색을 사용해 마치 시계가 아닌 특수한 장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테넷의 주요 컬러인 블루 또는 레드 컬러로 초침에 악센트를 주어 현대적인 감각도 살렸다.
시계는 작고 섬세한 물건이다. 그만큼 시계는 많은 영화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는 않지만,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그려내는 데 일조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앞으로 해밀턴의 시계가 어떤 영화에 또 등장하게 될까.
영화 속 해밀턴 시계 만나보기
영화계에 그 이름을 널리 알린 해밀턴의 시계들을 살펴보자.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공상 과학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 중이다.
기존의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를 기반으로, <테넷>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나단 크로리가 제품 기획 및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초침에는 영화의 주요 컬러인 블루 또는 레드 컬러 악센트를 주었다. 블랙 PVD 코팅 마감한 티타늄 케이스, 양옆의 돌출부와 러그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대담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벤츄라는 외계인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맨 인 블랙> 요원들의 필수품이다. 1957년 출시된 오리지널 모델을 충실히 계승한 것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의 방패 모양 케이스를 선보였다.
수퍼-루미노바 코팅 처리된 블랙 다이얼, 검정 가죽 스트랩까지 <인터스텔라> 속 시계의 디자인 코드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시계 초침에는 머피가 지구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공식을 계산해 낸 뒤 외쳤던 ‘유레카’ 문구가 모스 부호로 프린트돼 있다. 시계와 얽힌 영화 스토리를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부분.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 등장한 시계다. 유물을 손에 쥐기 위해 총을 드는 것도 불사하는 고고학자에게 썩 잘 어울리지 않는가. 아메리칸 스피릿을 표방하는 해밀턴의 역동성과 드레스워치의 우아함을 동시에 갖췄다.
<진주만>이 펼쳐지는 1941년 당시 군인들이 착용했을 법한 시대상을 반영했다. 기본적인 기능과 구성 요소들로 실용적이고도 터프한 느낌을 전하는 심플함의 정수.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가죽이나 캔버스 스트랩 버전으로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