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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이 맛있어 봤자 얼마나 맛있으려나.’ <바비스 김밥랩 & 비빔보울>(이하 바비스)의 공동 창업자 이새암 대표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맛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김밥과 비빔밥을 ‘김밥랩’ 그리고 ‘비빔보울’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는데, 뭐가 다를까 싶었다. 그래도 사람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 몇 번의 사업 실패 끝에 치킨윙 전문점 <네키드윙즈>를 소위 ‘대박’으로 이끈 주역 중 한 명이었기에, ‘뭔가’ 있겠지 싶었다. 음식도 그렇지만, 사람을 대할 때도 항상 진정성 있는 그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일단 한번 들러보기로 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위치한 바비스 매장에 찾아가려고 이새암 대표에게 연락을 했는데, 다른 곳으로 오라고 한다. 그새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2호점을 차렸다고 한다. 1호점이 오픈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2호점이라니. 무리하게 확장을 할 사람은 아닐 텐데, 일단 이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실제로 먹어본 ‘김밥랩’은 확실히 미각을 즐겁게 해 줬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뭔가’ 있다. 이 집을 한 번쯤은 찾아야 할, 찾게 될 그 ‘뭔가’가.
미디어와 수많은 인플루언서의 극찬을 받으며 요식업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새암 대표의 새로운 F&B 사업 도전. 그 흔한 김밥과 비빔밥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넘보는 <바비스 김밥랩 & 비빔보울>의 야심 찬 스토리에 함께 귀 기울여보자.
김밥 ‘따윈’데, 이거 왜 맛있어?
F&B 사업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요즘이지만, 그 전제는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 바비스의 음식은 과연 이런 기본기를 갖췄을까? 그 흔한 김밥과 비빔밥을 어떻게 차별화 시켰을까?
느지막한 점심 바비스 2호점에 들러 주문한 메뉴는 ‘김밥랩 세트’와 ‘김치 비빔보울’이었다. 김밥랩 세트는 김밥랩, 컵라면 혹은 컵국, 음료수로 구성되는데, 일단 대표메뉴인 ‘바비스 김밥랩’을 먹어보기로 한다. 출출하기도 하고 좀 더 제대로 리뷰를 하기 위해 추천 받은 인기 메뉴인 ‘간장계란 김밥랩’과 ‘김치 튀김만두’도 주문해본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진행되는데, 커스터마이징 옵션이 다양하다. 김밥랩과 비빔보울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메뉴에 슬라이스 치즈, 햄, 생와사비, 청양고추, 계란, 불고기 등을 추가할 수 있고, 직접 개발한 매실고추장, 들깨마요 등의 소스도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김밥을 컷팅하지 않고 랩(wrap) 형태로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개의 김밥랩 중 ‘간장계란 김밥랩’은 랩 옵션을 선택했다.
“한번 드셔보세요.” 장황한 설명 없이 음식과 함께 건넨 이새암 대표의 이 한마디에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졌다. 처음 김밥랩을 입에 넣은 순간 ‘깔끔하다’, ‘깨끗하다’ 이 두 단어가 떠올랐다. 재료만 보면 일반 김밥과 다르지 않은데,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컷팅된 김밥 두세 개를 더 먹어보고 나서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일단 식감의 차이. 김밥의 속 재료들이 일반 김밥보다 더 작고 가늘게 손질되어 있다. 그래서 각 재료의 맛과 입 안에서 돌아다니는 느낌이 더 미세하게 다가온다. 잘게 다져진 단무지와 더불어 시큼달달하게 절인 양배추가 들어가 신선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배가해준다.
이것 말고도 뭐가 더 있는데, 조금 더 먹어본다. 그렇구나, 밥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김밥을 먹을 때 밥이 질면 밥이 아닌 떡처럼 느껴져 싫어하는데, 밥알이 톡톡 튄다. 그렇다고 설익거나 된 밥이 아니라 뭐랄까, 마치 잘 만든 스시의 샤리 같은 느낌이다. 적당한 익기와 식감으로 재료들과 따로 놀지 않는다. 아주 만족스러운 밸런스다. 밥 같은 경우 초대리를 사용해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1달 동안 밥 레시피만 연구할 정도로 신경을 쓴 결과물이라고 한다.
“메뉴 개발, 구매/물류, 디자인, 브랜딩 등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보니까, 각 분야에 대한 감도와 깊이가 다른 것 같아요. 밥 같은 경우… 소스 공장도 왜 레시피는 같아도 생산하는 탱크가 달라지면 맛이 달라진다고. 그래서 계속 다른 밥솥들에 시도를 하면서 감도를 잡아 왔고….”
밥통에까지 진심인 이 남자, 점점 더 신뢰가 간다.
독특한 맛과 향도 났는데, 함께 들어간 들깨마요 소스 때문이었다. 너무 낯설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익숙하지도 않은 바비스만의 확고한 개성으로 활약한다. 또한, 소스가 너무 많으면 아마 헤비한 캘리포니안 롤 같았을 텐데, 아주 적당량이 들어가 김밥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뒤이어 먹어본 커팅되지 않은 랩 형태의 ‘간장계란 김밥랩’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깔끔한 건 여전한데, 더 묵직하고 든든했다. 어림잡아보아도 100가닥은 되어 보이는 얇게 썰린 계란 지단들이 적당한 단맛과 함께 신기하게도 은근히 안키모(아귀간) 같은 눅진함을 선사한다. 이것도 만족.
비빔보울은 기본적으로 김밥랩에 사용되는 동일한 재료들로 구성된다. 다만, 들어갈 수 있는 재료의 양이 한정적인 김밥랩과 달리 각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가 재료의 맛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소스의 맛과 향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함께 곁들인 만두는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데, 딱 적당한 정도로 튀겨 내 고기반찬 없으면 밥 못 먹는 이들의 헛헛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맛있게 먹고 다시 한번 나름의 평가의 시간을 가져봤다. 솔직하게 말하면, 확실히 맛있는 김밥은 맞지만, 전율과 희열을 느낄 정도의대단한 맛은 아니다. 그런데, 차별성이 확실했다. 요즘 말마따나 ‘힙한’ 김밥이라고 할까. 김밥을 먹을 일이 있다면, 그리고 접근성만 허락된다면 구태여 이 집을 찾을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김밥랩 한 줄이 3,900원부터, 세트가 6,300원부터. 한 끼 식사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도 매력적이다.
전문가들이 ‘고작’ 선택한 게 김밥 & 비빔밥
바비스는 이새암 대표가 <네키드윙즈> 사업을 할 때부터 협업해왔던 F&B 사업, 디자인, 브랜딩, 식품물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궈낸 브랜드이다. 이들은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도 있다. 브랜드본부 내 브랜드 본부장, 메뉴개발 팀장, 디자인팀장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하며 서로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게 되었다고.
김밥과 비빔밥으로 외식업에 뛰어든다는 것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김밥과 비빔밥이라면 아무 데서나 흔하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말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것이 ‘고작’ 김밥과 비빔밥이었어야만 했을까? 바비스 창립 멤버들의 고민도 똑같은 지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OO김밥, XX김밥 이런 것처럼 지역 특산물을 사용해서 만드는 김밥 아니고서는, 웬만하면 김밥은 그냥 김밥이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일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의 핵심이냐, 아니면 고객들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인 금액에 이 정도 맛이면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를 가늠하고 그 가격 안에서 맛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답이냐. 이런 고민을 했을 때 후자의 방법이 우리에게 맞는 것 같다….”
저렴하고 접하기 쉬운 음식이라는 김밥과 비빔밥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고려한 선택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다른 김밥과 같이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확실히 구별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일까?
바비스가 구체화한 차별화 전략은 ▲합리적인 가격과 독자적인 레시피로 기존 김밥과는 색다른 맛을 제공하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음식-서비스-공간 사이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 고객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음식점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음식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공간, 브랜드 이미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목표이다.
이러한 차별화 목표는 얼마나 성공적으로 실현됐을까. 앞서 묘사했던 대로 맛은 일단 합격이고. 나머지 부분들이 중요할 텐데. 요즘 나름의 가시적 성과들이 보인다고 한다. 영업 기밀을 조금 더 파헤쳐보기로 한다.
내 마음대로 말아먹는 김밥과 비빔밥, 이거 혹시 써브웨이?
2호점이 오픈한 지 2달 남짓인데, 벌써 몇 건의 가맹 문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별도로 가맹점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1호점에 자주 방문했던 사람, 지나가다가 들렀던 사람, 어디서 보고 왔는지 대관절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뭔가’ 있다는 방증이다.
김밥을 취급하는 다른 음식점과의 또 다른 차별점이라면 선택과 집중이다. 대다수의 ‘김밥’이 들어가는 상호를 가진 음식점들이 김밥 외에 찌개류 등 여러 가지 분식 메뉴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김밥과 비빔밥으로만 승부를 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커스터마이징’, 그러니까 고객의 입맛대로 먹을 수 있는 김밥랩과 비빔보울을 제공하는 것이 바비스만의 특별함이다. 여러 가지 김밥랩과 비빔보울 메뉴에 다양한 속 재료와 소스, 커팅/랩 옵션, 자유로운 세트 구성까지 제공돼 소비자에게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한다. 물론 추후 확장하는 상황에 따라 일부 분식은 더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써브웨이 주문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속 재료를 미리 잘게 썰어 준비해 놓고, 고객이 벨트라인을 따라가며 재료와 소스, 컷팅/랩 여부를 하나하나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반응이 영 신통치 못했다.
“써브웨이의 방식은 지금도 높게 평가해요. 고객과 원온원(one-on-one)으로 교감하는 시스템이잖아요. <네키드윙즈>도 서비스가 매우 중요했고 그래서 고객과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늘 알고 왔던 사람이라 큰 고민 없이 우리도 (써브웨이 방식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김밥은 한 명이 와서 다섯 줄씩 사가요. 그런 주문 하나만 들어와도 시스템이 마비가 되는 거죠. 이런 걸 저희야 설립 멤버니까 견디는데, 나중에 프랜차이즈가 됐을 때를 생각하면 직원 교육과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만족스럽지 못한 고객과의 소통은 소통을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손님도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에 당황스럽고, 직원들의 피로도도 너무 높아 서로 불편했던 것. 거기다 재료를 너무 많이 넣을 경우 김이 터져 완전 커스터마이즈를 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키오스크 주문 방식으로 이를 대체하고, 대신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트의 경우도 다양한 종류의 컵라면과 컵국, 음료수 선택권을 제공해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써브웨이 방식을 살짝 비틀었더니 반응이 달라졌다. 취향이 확고한 MZ세대 고객들이 입맛에 맞게 메뉴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으니 매장 방문과 배달 건수가 확실히 늘어났다고.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잡았다고나 할까. 의외로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의 방문도 종종 있다고 한다. 추억의 비빔밥을 젊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간 듯하다. ‘만족스럽지 못한 고객과의 소통은 소통을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이새암 대표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소통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법. 때로는 과도한 친절과 접촉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최고의 소통일 수 있을 터.
창업주 소비자도 만족하는 음식점,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꿈꾸다
근데, 잠깐. 김밥이면 김밥이지 김밥’랩’은 뭔가. 바비스의 비전이 뭐냐는 막연한 질문에 대한 이새암 대표의 답변은 바비스의 음식만큼 간결했다. TV에도 나오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끝내주는’ 맛집의 방향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바비스의 음식처럼 소박한데 또 신박했다. “간편하고 캐주얼한 한식 메뉴로 단기적으로는 국내 프랜차이즈화, 조심스럽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글로벌 프랜차이즈도 꼭 해보고 싶어요.” 애초에 <네키드윙즈>와는 방향이 다른 브랜드였던 것이다. 시작부터 그냥 한번 찔러보는 것이 아니었다.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BI)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 바비스였다. 그 방법론도 탄탄해 보였다.
김밥‘랩’의 경우 국내적으로는 차별화를, 국제적으로는 보편화를 추구하는 콘셉트이다. 잘라 먹는 김밥의 경우 식탁에 놓고 젓가락을 사용해 먹어야 하는 반면, 자르지 않은 랩 형태의 김밥은 언제 어디서나 한 손에 들고 다른 일을 하며 먹을 수 있는 형태이다. 햄버거, 부리또, 타코와 유사하게 손에 들고 먹는 랩(wrap) 문화가 더 익숙한 외국인들까지 고려한 선택이다. 젓가락질에 수반되는 교육도 필요가 없다. ‘랩’과 ‘보울’이라는 단어 선택도 ‘김밥’과 ‘비빔밥’을 영어 음자로 쓰는 것보다 확실하게 와닿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김밥을 스시로 부르기도 하는 영어권에서 오히려 김밥과 비빔밥의 독립적 의미를 확고히 인식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랩’ 콘셉트는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김밥이란 워낙 잘라져 나오는 것이 익숙한 우리니까. 집에서 김밥을 말 때 통째로 먹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입 베어 물 때 길게 잘린 속 재료가 통째로 딸려 나오는 불편을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 랩 형태의 김밥을 먹어본 고객들은 계속 랩만 찾는다고 한다. 최근에 와서는 랩 주문이 오히려 늘고 있다고도 한다. 속 재료가 잘게 다져져 있기 때문에 베어 먹었을 때 딸려 나올 일도 없고, 입안 가득 베어 물 때 드는 식감과 심리적 만족감이 작용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외국인 고객도 점차 늘고 있는데, 당연히 랩을 더 많이 찾는다. 글로벌 프랜차이즈화의 청신호라 봐도 좋을까.
앞서 말한 가맹점 문의는 창업주들이 뭔가 냄새를 맡았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부터 소비자(B2C)뿐만 아니라 창업주(B2B)들도 고려한 바비스이다. 창업주들이 선호할 만한 포인트들이 확실히 보인다. 선택과 집중 덕분에 많은 메뉴를 섭렵할 필요도 없고, 조리 방식도 간결해 인건비도 아낄 수 있다. 써브웨이처럼 잘게 다져진 재료들을 정량에 맞춰 김과 밥 위에 올리고 말면 끝이다. 비빔보울도 동일하게 손질된 재료를 사용해 소스 및 재료의 양만 다르게 조합하면 된다. 프랜차이즈화를 위한 기본 조건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맛과 시스템은 갖춰졌는데, 요즘은 그것만으로 성공하기 부족한 시대지 않을까. 감성, 감성이 있어야 한다. 바비스 매장 인테리어를 둘러보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김밥/비빔밥 음식점과는 거리가 멀다. 음식처럼 깔끔하고, 젊고, 힙하다. 흰색, 녹색, 노란색, 주황색 조합으로 이루어진 매장 테이블과 의자는 식욕을 돋우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센스 있는 선택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하고 또 감각적인 느낌을 주는, 유행을 타지 않는 색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매장 벽화와 인테리어 소품 등에 들어가 있는 캐릭터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호이자 대표 캐릭터인 ‘바비’는 한국의 ‘밥’을 음차했고, 댄(Dan)이라는 캐릭터는 ‘단무지’를, ‘해밀턴(Hamilton)’은 ‘햄’을, ‘킴벌리(Kimberly)’는 ‘김’을 의인화 한 것이다. 캐릭터 디자인 또한 각 재료의 특성을 반영했는데, 단무지의 시큼하고 톡 쏘는 느낌이 댄의 노란색 머리와 시크한 표정으로 표현됐다.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다. 맛, 서비스, 시스템, 공간, 이미지의 짜임새에 빈틈이 잘 보이지 않는다.
김밥 ‘따위’도 이렇게 괜찮을 수 있네요
‘김밥이 맛있어 봤자 얼마나 맛있으려나.’라는 처음의 질문은 말끔히 해소됐다. 덤으로 얻은 게 있다면,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는 것. 산해진미같이 현란한 맛은 아니지만, 일반 김밥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정성과 디테일, 힙한 맛을 발견할 수 있다. 내 취향껏 만들고 조합해 먹을 수 있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바비스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와 이미지,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모든 발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리라 확신한다.
긴 줄을 기다려 마침내 맛보는 유명한 맛집의 먹거리도 좋지만, 가끔은 부담 없고 익숙한 메뉴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기대치 않게 나만의 아지트 같은 장소를 발견할지도 모를 노릇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익숙했다고 느꼈던 것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바비스에서 여러분도 그런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바비스 김밥랩 & 비빔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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