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닫기

임볼든 앱을 홈 화면에 추가하여 간편하게 이용하세요.

하단 공유버튼() 선택 후, '홈 화면에 추가(홈 화면에 추가)'

도쿄 바이닐 성지, 맨하탄 레코즈가 서울에? (+영상)
2025-02-13T15:54:10+09:00
맨하탄 레코즈

서울은 처음이지?

바이닐 레코드 판매량이 CD 판매량을 넘어선 지 3년째. 턴테이블이 없어도 바이닐을 샀다는 말은 그리 놀랍지 않다. 아날로그 부활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뻔한 이야기일 뿐. 그런데 최근 바이닐에 대한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도쿄의 맨하탄 레코즈가 서울에 매장을 냈다는 것이다.

맨하탄 레코즈는 레코드 수집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그 역사만 자그마치 45년. 이제는 일본 안에서 힙합, R&B와 같은 흑인 음악의 중심지가 됐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맨하탄 레코즈는 어떻게 일본 음악 문화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을까? 그리고 서울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맨하탄 레코즈

바이닐의 성지

맨하탄 레코즈가 처음 문을 연 건 1980년 4월. 시부야 경찰서 뒷골목의 4평 남짓 작은 가게였다. 손님들은 다다미 바닥에서 신발을 벗고 앉아 레코드를 골랐다. 초기엔 소울과 재즈, 펑크가 중심이었다. 

가게를 오가는 사람들은 갖고 싶은 음반을 종이에 적어 건넸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 맨하탄 레코즈는 절판되어 일본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레코드에 주목했다. 미국의 중고 음반 가게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맨하탄 레코즈는 당시 일본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음반을 구할 수 있는 명소가 됐다.

지금의 모습을 갖춘 건 1993년부터. 세계적으로 힙합 문화가 유행했고, 맨하탄 레코즈는 힙합과 R&B 등 흑인 음악 중심으로 컬렉션을 늘렸다. 가게 안은 새로운 음악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당시 미국 음악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인기 음반이 발매되는 날에는 가게 앞에 선 사람들로 100미터 넘게 줄이 이어졌다고.

시부야는 ‘레코드 마을’이었다. 타워 레코드, 시스코 등 유명 레코드점이 있었고, 한 건물에 레코드 가게가 여러 개 있었을 정도. 한 걸음 나아가면 레코드 가게를 하나씩 마주했다. 음악 애호가들이 시부야로 발걸음을 옮긴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대 흐름에서 살아남기

가장 많은 레코드 샵이 모인 곳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시부야. 하지만 사람들이 더 이상 레코드를 사지 않으면서 거리는 조용해졌다. 디지털 음원이 시장을 점령했고, 레코드 가게는 하나둘 문을 닫았다. 

뉴욕 최신 문화는 맨하탄 레코즈로부터

희귀 음반을 구할 수 있다는 건 맨하탄 레코즈를 지탱하는 커다란 기둥. 미국 수입반을 빨리 구매할 수 있고, 뉴욕의 최신 문화를 소개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맨하탄 레코즈는 이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새로운 사운드를 발견하고 탐험하는 공간, 다양한 시대와 지역의 음악을 큐레이팅한다는 점이다.

맨하탄 레코즈는 음반 제작에 나섰다. 레코드 레이블 ‘맨하탄 레코딩스’를 설립, 매력적인 아티스트와 작품을 세상에 소개하기 위함이었다. 이 모든 건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망이었을 것이다. 맨하탄 레코즈는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음악 문화의 허브 역할을 했고, 뉴욕의 바람을 느끼면서 한 걸음 앞서나갔다.

음악 자체에 집중하기

디지털 음원 서비스도 시작했다. 널리 알려진 대표 싱글부터 숨겨진 명곡까지, 디제이가 좋은 곡만을 엄선해 논스톱으로 들려주는 믹스 테잎 <THE HITS>이다. 방법은 20개 곡을 활용해 하나의 흐름을 만들기. 스크래치, 반복 등 DJ 믹싱에서만 들을 수 있는 효과도 사용했다. 기존 앨범과는 다른, 새로운 듣기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THE HITS>가 처음 발매된 2012년 6월은 EDM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R&B가 없는 세상에서 맨하튼 레코즈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가 좋아할 만한 R&B 곡을 엄선해 제안하는 것. 맨하탄 레코즈는 음악 필터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고, <THE HITS>는 발매될 때마다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늘 트렌디하게

이제는 문화 플랫폼으로

맨하탄 레코즈의 아날로그 감수성은 현재 지금도 유효하다. 감각적인 로고 디자인을 활용한 굿즈가 바로 그것. 의류, 머그잔, 음반 수납함 등 제품을 선보이며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국내 힙합 레이블 AOMG, 서울의 콤팩트 레코드 바, 부산 셀렉트숍 발란사 등 트렌디한 브랜드와의 협업도 이어졌다.

맨하탄 레코즈는 단순 음반 가게가 아닌, 다양한 음악 경험을 제안하는 문화 플랫폼이 됐다. 아날로그 본질을 지키되, 시대 변화에 기민하게 변화하는 것. 맨하탄 레코즈 45년 역사를 이끌어온 힘은 여기에 있다.

서울에 온 맨하탄 레코즈

여기 왜 왔어?

시부야 문화의 한 축이 되는 음악. 그 장면을 만들어내는 맨하탄 레코즈 구성원들은 모두 시부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한 가지. 시부야의 맨하탄 레코즈는 왜 서울에 왔을까?

맨하탄 레코즈는 이렇게 답한다. 서울과 도쿄 사이의 문화적 연결을 높이고 싶었다고. 한국의 DJ 및 음악 팬들이 일본 음악 문화와 더욱 긴밀하게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한국의 음악 및 바이닐 문화가 점점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맨하탄 레코즈 서울은 실제 시부야에서 판매하고 있는 레코드를 그대로 들여온다. 도쿄의 다채로운 음악 경험을 만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굿즈도 있다. 서울의 감각으로 만나는 새로운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맨하탄 레코즈가 서울과 만나 일으킬 화학 반응이 기다려진다.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