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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F1 시즌을 이끌어갈 시계는?
2026-03-27T13:42:58+09:00
F1 시계

게임은 시작됐다.

올해 포뮬러1은 더 재밌어졌다. 캐딜락과 아우디 F1 팀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고, 브라이틀링은 처음으로 현대 포뮬러1에 합류했다. 팀의 변화만큼이나 흥미로운 건 이와 함께하는 시계 브랜드의 움직임이다. F1의 지형도가 바뀌면서, 이를 둘러싼 브랜드 역시 새로운 경쟁 구도에 들어선 것. 손목 위에서 또 하나의 기술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F1과 시계는 같은 문법을 공유한다. 0.001초 단위의 정밀함, 극한의 진동과 열, 압력을 견디는 구조, 그리고 공학으로 완성되는 디자인. 이런 환경에서 작동하는 시계라면, 이는 기술을 증명하는 하나의 장치가 될 것이다. 이번 시즌 F1을 이끌어갈 시계는 무엇일까?

2026 F1 선수들의 손목시계

0.001초의 순간을 손목 위로

태그호이어

F1 시계
©태그호이어

태그호이어는 이번 시즌 F1의 중심에 있다. 2025년 태그호이어가 F1 공식 타임키퍼로 복귀하면서다. 피트레인, 트랙 사이드, 방송 그래픽까지, 레이스가 치러지는 모든 곳에서 태그호이어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F1 시계
©태그호이어

팀 단위의 서사도 이어진다. 태그호이어와 오라클 레드 불 레이싱과의 파트너십은 2016년부터 지속 중. 그 중심에는 포뮬러 1 크로노그래프가 있다. 44mm 샌드블래스트 티타늄 케이스, 블랙 DLC 코팅한 알루미늄 베젤, 그리고 레드 포인트가 들어간 블랙 다이얼. 여기에 칼리버 16 크로노그래프를 더해, 브랜드의 모터스포츠 DNA를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말 그대로 스피드 측정을 위한 시계다.

리차드 밀

F1 시계
©리차드 밀

리차드 밀은 F1 자동차의 구조와 철학을 그대로 시계에 옮긴다. 스쿠데리아 페라리와의 파트너십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둘의 협업은 공동 브랜딩을 넘어설 만큼 급진적이다. RM 43-01 페라리만 봐도 그렇다. 투르비옹과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를 결합한 복잡한 구조 위에 카본 TPT 케이스를 적용했다. 매우 가볍고 강성이 높아 실제 F1 자동차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재다. 여기에 페라리 디자인 팀이 직접 참여해, 시계 구조와 형태를 페라리답게 완성했다.

F1 시계
©리차드 밀

리차드 밀의 협업은 맥라렌 F1 팀에서도 이어진다. 경량화와 복잡 기능이라는 F1 핵심 키워드를 밀어붙인 RM 50-03이 대표적. 맥라렌 레이싱 엔지니어링에서 활용되는 티타늄과 카본 TPT, 완전히 새로운 소재인 그래핀을 사용해 무게가 40g도 채 되지 않는다.

IWC

2026 시즌 IWC의 방향은 더 분명해졌다. 팀의 중심이 된 조지 러셀에게 디자인의 주도권을 넘긴 것이다. 그동안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온 루이스 해밀턴이 팀을 떠나며, 자연스럽게 조지 러셀이 그 역할을 넘겨받았다.

F1 시계
©IWC

러셀은 파일럿 워치 오토매틱 41과 크로노그래프 41, 두 가지 모델을 선택했다. 블랙 세라믹 케이스와 매트 블랙 다이얼을 기반으로, 러셀의 레이싱 헬멧에서 영감받은 베이비 블루 컬러를 더했다. 대담하지만 과하지 않은 느낌이 러셀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F1 시계
©IWC

기술적 완성도는 그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크라운과 푸셔에 사용한 세라타늄 소재는 F1 엔지니어링이 만드는 신뢰의 극치. 티타늄의 경량성과 세라믹의 내구성을 함께 갖춰 그리드 위에서 빛을 낸다. 두 모델 모두 1,063 피스 한정 생산이며, 케이스 백에는 러셀의 드라이버 넘버 63이 새겨져 있다.

브라이틀링

F1 시계
©브라이틀링

브라이틀링은 2026 시즌 가장 흥미로운 이름이다. 애스턴 마틴 아람코 포뮬러 원 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처음으로 현대 F1 그리드에 처음 합류했기 때문이다.

사실 브라이틀링과 레이싱의 인연은 깊다. 1907년 레옹 브라이틀링이 개발한 비테스(Vitesse)는 약 402km/h까지 속도를 측정할 수 있었던 초기 크로노그래프였고, 1959년에는 드라이버 그레이엄 힐과 짐 클라크가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를 착용한 채 레이스에 나섰다. 브라이틀링은 조금 늦게 돌아왔을 뿐, 레이스와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셈이다.

F1 시계
©브라이틀링

브라이틀링의 F1 데뷔를 기념하는 모델은 내비타이머 B01 크로노그래프 43 애스턴 마틴 F1 팀 에디션. 파일럿 워치 내비타이머를 트랙 위로 옮긴 형태다. 내비타이머 최초의 티타늄 케이스에 포지드 카본 다이얼을 결합했고, 애스턴 마틴의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컬러로 레이싱 감성을 더했다. 1,959 피스 한정 생산은 애스턴 마틴 팀의 F1 데뷔 연도를 의미한다.

H.모저 & 씨

언제나 다른 방식으로 시계를 표현하는 H.모저 &씨. BWT 알핀 F1 팀과의 협업은 ‘시계의 괴짜’ H.모저 & 씨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블루와 핑크라는 강렬한 팀 컬러, 그리고 재도약을 노리는 팀의 서사가 모저의 실험적인 성향과 잘 맞닿아 있는 것. 

F1 시계
©H.모저 & 씨

스트림라이너 알핀 드라이버스 & 메카닉스 에디션은 스켈레톤 디자인으로 시계 내부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V자 브리지, 휠 형태의 로터, 블루 스틸 케이스 등 자동차의 요소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다. HMC 700 무브먼트는 일반적인 크로노그래프와 달리, 서브다이얼 없이 중앙축에서 시간을 표시한다. 기능은 복잡하지만 시각적으로는 더 단순한 H.모저 & 씨의 미니멀리즘을 잘 보여주는 시계다.

튜더

튜더의 파트너는 비자 캐시 앱 레이싱 불스 포뮬러 원 팀. 오라클 레드 불 레이싱의 자매 팀으로, 젊고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드라이버는 리암 로슨과 신예 아비드 린드블라드. 롤렉스보다 젊고 실험적이며, 스포티한 튜더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F1 시계
©튜더

튜더는 대표 모델인 블랙 베이 크로노그래프를 중심으로 꾸준히 레이싱 감각을 발전시켜 왔다. 최근에는 카본이나 티타늄, 세라믹 소재를 사용하고, 과감한 다이얼 디자인을 시도하면서 점점 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아직 시계가 없는 팀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캐딜락, 아우디 F1팀의 손목은 비어 있다. 꽤 이례적인 일이다. F1에서 시계 브랜드는 단순 스폰서를 넘어, 팀의 기술과 이미지를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미계약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 브랜드 전략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더 열려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시계 브랜드와의 협업은 팀의 감성을 구체화하는 마지막 작업이 될 것이다.

F1 시계
©캐딜락

이 지점에서 캐딜락의 행보가 흥미롭다. 캐딜락이라는 이름은 매우 크고, 직선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이 만들어온 럭셔리와는 분명 다른 부분이다. 아우디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아우디 철학이 F1 안에서 어떤 감성으로 자리 잡을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 이 빈자리는 앞으로 이 팀들이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힌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