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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소개팅’으로 보는 매력적인 남자의 조건
2025-12-05T15:48:23+09:00
72시간 소개팅

5명의 남자, 5가지 매력.

요즘 연프 좀 보는 사람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72시간 소개팅>이 막을 내렸다. 보는 내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연출은 멸종 위기였던 에디터의 연애 세포를 제대로 자극했다. 장면의 감각도 뛰어났지만, 많은 이를 매료한 핵심은 역시 출연자. 인플루언서 데뷔작으로 전락한 연애 프로그램 시장 속 서로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매력적인 남녀의 모습은 신선하면서 설렘이 가득했다.

즐겁게 감상했다면 이제는 흡수할 차례. 여자가 호감을 느끼는 매력적인 남자의 좋은 예시가 줄줄이 나왔으니 낱낱이 파헤쳐 보자. 누구처럼 ‘얼굴이 재밌다’라는 말은 듣지 못할지언정, 행동만큼은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매력남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72시간 소개팅> 속 매력적인 남자의 조건을 모아봤다. 물론 사람 바이 사람,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불변의 진리는 유념하자.

* 이 글에는 <72시간 소개팅>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준비하는 자가 마음을 쟁취한다

Ep 1. 현구와 미소

소개팅이든 데이트든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남자가 실수하는 게 있다. 본인의 입장을 투영해 준비한다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상대의 취향에도 맞을 거라 어림짐작하고, 이게 제일 비싸니 받는 사람도 좋아할 거라 착각한다. 절대 아니다. 모든 준비는 철저히 상대방에 맞춰야 한다. 물론 무조건 비싼 게 취향인 사람도 있겠다만 그건 논외로 두고.

72시간 소개팅 현구 미소

2박 3일의 빠듯한 일정 가운데, 현구(남)와 미소(여)에게 한 시간 남짓의 여유 시간이 주어졌다. 각자의 숙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 현구는 밖으로 향했다. 얼마 전 생일이었던 미소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궁금해하던 도넛을 사고, 갖고 싶다고 언급한 마이클 잭슨 LP를 구매했다. 빈티지 재즈를 즐겨 듣는다는 그녀를 위한 추천 LP도 함께. 선물을 받은 그녀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

미소가 이렇게나 감동을 받은 이유는 뭘까? 현구가 선물을 준비하기까지 오롯이 자신을 생각해 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가는 말로 떠내려갈 수 있었던 찰나를 기억해 줬다는 사실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여자는 자신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선사하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낀다. 선물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도취한 남자가 아니라.

72시간 소개팅 현구 미소

상대방의 정보가 없는 상태라면, 만남의 정보를 기반으로 준비하자. 현구는 방문하게 될 식당 메뉴에 올라가는 간 마의 명칭이 ‘토로로’라는 걸 미리 공부했다. 오래 걸어 다닐 일정에 대비해 휴족시간을 준비해 왔다. 어찌 보면 시답잖게 느껴지는 사소한 준비가 웃음꽃을 피웠다. 아, 그렇다고 현구처럼 처음 보는 상대방을 위해 편지까지 써가지는 말자. 어디까지나 특수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던 전략이니까.

티 안 나는 다정이 더 설레는 법

Ep 2. 범중과 수민

유독 영화 속 장면 같았던 범중(남)과 수민(여)의 72시간. 바에서 계획에도 없던 노래를 부르고, 새벽 사원이 훤히 보이는 강가에서 와인을 기울이고. 화려하게 반짝이는 방콕의 나날은 수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연상미를 물씬 풍기며 대화와 관계를 주도했으니까. 그런 수민은 여행의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저만 챙겨주는 줄 알았는데, … 오히려 제가 챙김을 받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72시간 소개팅 범중 수민

수민이 마지막에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 범중은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어색한 남자다. 감정의 표현도 서툴다. 무용을 하며 아픔을 삭이는 게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 수민도 한때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었지만, 지금은 베풂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 그래서 범중에게 옷을 선물하기도 하고, 다정함을 나누는 즐거움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종 선택 직후 수민은 이번 여행에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휘 둘러본다. 그때 알게 된다. 범중이 얼마나 자신을 신경 쓰고 있었음을. 사진 대부분의 피사체는 범중이 아닌 수민이었다. 알게 모르게 사진을 찍어주고, 앉을 땐 치마를 가릴 가방을 건네고, 쇼핑 중에 적극적으로 옷을 골라주고. 소박하지만 자연스러운 배려는 상대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차근차근 호감도를 높일 것.

72시간 소개팅 범중 수민

주의 사항. ‘배려’가 메인 키워드는 맞지만 ‘자연스러운’ 또한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내가 널 배려하고 있다’라고 가열차게 티를 내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다. 무심한 듯, 몸에 밴 행동인 듯 툭툭 나오는 다정이야말로 듬직한 남자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배려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지 않다면? 지독한 학습과 연습만이 살길이다.

연애는 맞춰가는 과정의 연속

Ep 3. 상열과 채원

연애는 부딪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소개팅으로 만나면 기껏해야 서너 번 만나고 사귀게 된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자만추를 하더라도 연인으로서의 모습은 전혀 다르기 마련이다. 수십 년을 남남으로 살아온 둘이 어떻게 일순간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수 있겠나. 결국 연애의 핵심은 그 부딪침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렸다.

72시간 소개팅 상열 채원

채원(여)은 채소를 좋아한다. 상열(남)은 채소를 싫어한다. 식당에 방문한 둘은 채소가 가득 든 수프 카레를 마주하게 된다. 연근이 맛있다며 먹어보라 말하는 채원과 연근이 싫은 상열. 그럼에도 상열은 채원의 권유에 연근을 베어 문다. 본래 가진 선호와 조금 다르더라도, 상대의 취향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다. 채원이 제일 좋아한다고 한 브로콜리, 가지, 연근을 본인의 워스트 3라고 굳이 언급한 건 조금 아쉬웠지만.

옷 가게에서 상열은 채원이 골라준 모자를 샀다. 아쉽게도 상열의 마음에 드는 제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고 집에 둬도 되니까’ 정도로 받아들인다. 풍경 좋은 곳에 도착한 둘, 상열은 사진기를 꺼내 채원과 셀카를 찍는다. 참고로 상열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호감이 있으면 뭘 못 하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본인의 선호를 벗어난 행동을 시도하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다.

72시간 소개팅 상열 채원

억지로 참으면서 상대에게 맞추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그렇듯 상대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있고, 그걸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충분히 시도해 봐도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그때부터는 조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선행된 시간이 윤활유가 되어 둘 사이의 절충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 것이다. 기억하자. 이해와 존중은 남자를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메커니즘을.

포기가 필요한 순간을 알 것

Ep 4. 현웅과 영서

모든 에피소드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현웅(남)과 영서(여)의 이야기. 실제로 커플이 된 유일한 출연자이기도 하다. 두 남녀는 사실 프로그램 포맷 상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웅은 영서를 선택했지만, 영서는 현웅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게 8월 29일에 72시간의 소개팅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10월 1일, 현웅은 다시금 영서에게 연락을 건넨다. 그 용기가 발단이 되어 만남까지 이어진 것이다.

72시간 소개팅 현웅 영서

현웅은 사흘간의 시간 동안에도 브레이크 없는 불도저였다. 영서의 최애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를 졸면서 정주행하고, 드라마에 나오는 나폴리탄을 뚝딱 만들어 대접했다. 만년필 잉크가 떨어졌다는 기억하고 몰래 만년필 선물을 준비했다. 소개팅이 끝나갈 즈음에는 사실상 고백에 가까운 말들을 영서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영서는 현웅과의 만남이 희생하는 연애로 이어질 까봐 두려웠다. 서로에 대한 지나친 배려심이 현웅과 영서, 두 사람 모두의 정체성을 흐릴까 걱정했다. 그래서 호감을 표하는 현웅에게 핑계를 대며 에두른 거절을 전한다. 미안함에 눈물을 훔치는 영서를 보며 현웅은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서가 불편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게끔 분위기를 조성한다.

72시간 소개팅 현웅 영서

만약 그 자리에서 현웅이 자신의 마음을 계속 어필했다면 둘은 이어질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내가 호감을 전했을 때 상대방이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그 순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쉽게 마음을 접으라는 말은 아니다. 때가 있다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건 일말의 가능성도 없앤다. 정녕 상대를 향한 마음이 진심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순간의 감정이 아님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할 방법을 강구하자. 여자는 감정에 진중한 남자에게 마음이 동한다.

X는 X일 뿐 연연하지 말자

Ep 5. 세준과 세진

우리네 나이쯤 되면 연애가 처음인 사람은 드물다. 즉 대부분은 나 이전에 만난 X가 존재한다는 거다. 대다수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이 사실이 때로는 문제의 발단이 된다. 특히 이전 연애의 기간이 길수록,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을수록. 세진(여)은 7년 가까이 장기 연애를 했다. 이별한 지는 3개월. 누군가에게는 이상해 보일 거로 생각한 건지, 멋쩍어하는 세진에게 세준은 장난을 친다. “헤어진 지 3일 만에 여길 나왔다고요? … 이거 최악인데요?”

72시간 소개팅 세준 세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이전의 연애를 언급하는 세준을 보며 세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좋았다. 다들 함구해 주는 부분을 대놓고 끄집어내 주니 오히려 슬픔이 덜했기 때문. 세준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아직 한 구석에 X가 자리한 세진의 마음에 도달하기 위해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시의적절한 유머는 메마른 땅에도 새싹을 피우는 위대한 양분이다.

세준이 내내 장난스러운 태도만으로 일관한 건 아니다. 그의 목표는 ‘대만’ 하면 세준만 생각나게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이미 전 남자친구와 대만을 방문했던 세진이었기에. 세준은 부단히 노력했다. 세진이 가고 싶던 곳, 세진이 해보지 못한 경험으로 72시간을 가득 채우면서. 덕분에 ‘이전의 여행보다 더 선명하게 남을 것 같다’라는 세진의 기분 좋은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72시간 소개팅 세준 세진

세준은 과거에 대한 질투 대신 이해를, 불편함 대신 여유를 품는다. 새로운 기억이 과거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꾸게끔 행동한다. 상대의 과거를 이겨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행위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나와 있을 때 더 편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