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손목 위에선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대립의 축은 바로 시계의 크기. 크고 과감한 시계가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편, 작은 사이즈의 시계는 세련되고 클래식한 무드로 빠르게 복귀 중이다. 점점 더 커지거나, 점점 더 작아지거나. 중간은 없다!
큰 사이즈는 구조적 아름다움과 기술적 과시를 위한 무대. 작은 사이즈는 정제된 미니멀리즘과 젠더리스 감각을 상징한다. 어쩌면 사이즈는 스타일이 아닌 태도의 문제.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빅 사이즈
여전히 유효하다
큰 시계는 존재감과 구조적 아름다움, 시계의 표현력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의 기계 예술이 된 시계는 구조적 아름다움과 기술적 디테일, 기술 과시를 위한 플랫폼이 되는 것.
스켈레톤 구조, 투르비옹, 멀티 컴플리케이션 같은 기술의 정수는 큰 케이스에서 진면목이 드러난다. 기계식 무브먼트의 미세한 움직임, 다층적으로 쌓인 다이얼 구조, 시선을 사로잡는 입체감 등. 정밀한 기술과 섬세한 설계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또한 다이버, 파일럿 등 실용 목적에서 출발한 시계는 본질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낮은 시야, 두꺼운 장갑, 물속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시간을 빠르게 읽고, 기능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니 말이다. 입체적인 케이스와 시각적 임팩트는 생존을 위한 조건과도 같다.

직경 49.1mm로 빅사이즈 시계의 미학을 정면으로 밀어붙였다. 날카로운 모서리와 입체적인 구조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외관은 강인함 그 자체. 메탈 오픈워크 다이얼 위에 얹힌 대형 풀스크린 LCD는 지샥의 구조적 철학을 상징한다.
분침은 새롭게 개발한 자석 고정 구조를 적용했다. 샤프트에 직접 고정되는 대신 자기력을 이용해 부착되며, 충격 시 유연하게 움직여 위치를 스스로 제자리로 복구하는 구조. 덕분에 더 큰 바늘과 입체적인 다이얼, 더 과감한 스타일링이 가능했다.
specification
- 케이스 직경 : 49.1mm
- 케이스 소재 : 레진
- 무브먼트 : 디지털
- 방수 : 200m

46mm 케이스는 복잡한 기능을 명료하게 담아내기 위한 필연적 공간. 회전 슬라이드 룰, 30분 및 12시간 크로노그래프 카운터 등 내비타이머 특유의 파일럿 기능은 넉넉한 다이얼 없이는 빛을 발할 수 없다.
복잡한 레이아웃이지만 시각적으로는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다. 브라이틀링이 자체 제작한 칼리버 B01는 안정된 플랫폼 덕분에 슬라이드 룰 베젤과 크로노그래프 버튼을 여유롭게 배치할 수 있었다.
specification
- 케이스 직경 : 46mm
- 케이스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 무브먼트 : 브라이틀링 01
- 방수 : 30m

직경 47mm가 갖는 진정한 의미는 바로 충실함이다. 1950년대 해군에 납품된 빈티지 모델과 동일한 사이즈를 일반 소비자 모델로 선보였다는 점. 과거 스페셜 에디션에서만 가능했던 역사를 일반 라인업으로 복원했다는 점은 전통에 충실하겠다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았다.
케이스 형태부터 크라운 가드 샌드위치 다이얼까지, 당시 군용 모델과의 디자인적 유사성은 거의 복제품에 가깝다. 뛰어난 가독성의 다이얼, 3일 파워 리저브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백 등은 잠수 상황에서 신뢰받았던 쓰임새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결과다.
specification
- 케이스 직경 : 47mm
- 케이스 소재 : 폴리시드 스틸
- 무브먼트 : P.3001 칼리버
- 방수 : 100m

직선적인 구조에 모서리를 부드럽게 다듬어 형태의 긴장감과 유려함을 동시에 구현했다. 넓은 45mm 스퀘어 케이스는 파텍 필립에겐 대담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
내부에는 파텍 필립의 칼리버 26‑330 S C 무브먼트가 자리한다. 21K 골드 중앙 로터가 보장하는 안정적인 와인딩, 고진동 환경에서도 오차를 최소화하는 지로맥스 밸런스와 스피로맥스 헤어스프링 등 무브먼트는 정밀 기술의 집약체. 복잡한 기술을 담기 위해 충분한 설계 공간은 필수적이었다.
specification
- 케이스 직경 : 47mm
- 케이스 소재 : 로즈골드, 스틸
- 무브먼트 : 26-330 SC 칼리버
- 방수 : 30m

다이버 워치가 지닌 기술 미학, 그 탐험의 최종 진화형. 다이버 워치는 물속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직경 50mm, 두께 17.8 mm라는 거대한 툴 워치는 기능을 위한 구조적 필연이 된다.
굵은 핸즈와 높은 대비의 인덱스, 러닝 인디케이터, 오버사이즈 데이트 디스플레이. 모든 정보는 크고 명확하게, 한눈에 들어와야 했다. 시계는 복잡성과 명료함을 동시에 담기 위한 공간 설계와도 같고, 필요한 게 있다면 공간을 만들면 된다.
specification
- 케이스 직경 : 50mm
- 케이스 소재 : 5등급 티타늄, 카본 TPT
- 무브먼트 : RMAC2
- 방수 : 300m
스몰 사이즈
작은 시계의 귀환
작은 시계가 돌아오고 있다. 얇고 가볍고, 절제된 인상. 작은 사이즈는 손목 위에서 더 자연스럽고, 오히려 그 안에 담긴 디테일은 더 도드라진다. 정갈한 다이얼, 슬림한 케이스. 작다는 건 더 적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더 자세히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작은 시계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열려 있는 선택지가 됐다. 젠더리스 디자인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작은 사이즈 시계를 남성 여성 구분 없이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된 것. 작은 시계는 성별을 가르지 않고, 취향을 말해주는 것이다.

새롭게 출시된 까르띠에 탱크 루이 미니는 성별 구분 없이 모두를 사로잡는다. 클래식한 실루엣과 절제된 디테일, 그리고 작디작은 24mm의 사이즈는 손목 곡선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며 ‘작을수록 더 매력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극도로 작은 크기의 핵심은 디자인의 절제와 젠더리스적 감성에 있다. 화려하거나 크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태도, 특정 성별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우아함 같은 것들이다. 여전히 보수적인 시계 시장에서, 크기와 성별이라는 전통적 구분을 자연스럽게 지워낸 것은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변화와도 같았다.
specification
- 케이스 직경 : 24mm
- 케이스 소재 : 옐로우 골드
- 무브먼트 : 쿼츠
- 방수 : 30m

롤렉스가 새롭게 선보인 랜드 드웰러 36mm. 오이스터쿼츠에서 영감받은 날렵한 케이스 라인과 플랫한 주빌리 브레이슬릿은, 형태의 긴장감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작은 크기는 더 고도화된 설계와 정밀한 엔지니어링을 요구했다. 롤렉스 최초의 5Hz 고주파 무브먼트, 칼리버 7135는 그 기술적 해답. 고진동 구조에서 비롯된 뛰어난 정확도, 66시간의 파워리저브,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다이나펄스 이스케이프먼트까지. 작은 케이스 안에는 롤렉스의 밀도 높은 기술력이 응축돼 있다.
specification
- 케이스 직경 : 36mm
- 케이스 소재 : 에버로즈 골드
- 무브먼트 : 칼리버 7135
- 방수 : 100m

IWC의 스포츠 워치 인제니어가 35mm 사이즈로 등장했다. 오랫동안 40mm 이상의 크기로만 선보였던 모델이 보다 다양한 손목에 맞춰 디자인된 것. 작아진 만큼 더 정제된 디자인 언어와 세련된 착용감이 담겼다.
강인한 인상은 그대로다. 베젤을 고정하는 다섯 개의 노출된 나사, 정교하게 브러시드 처리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그리고 인제니어 특유의 격자무늬 다이얼까지. 사이즈는 줄었지만 보다 단단해졌고, 본질은 더욱 또렷해졌다.
specification
- 케이스 직경 : 35.1mm
- 케이스 소재 : 골드
- 무브먼트 : 칼리버 47110
- 방수 : 100m

랑에 운트 죄네 1815가 34mm라는 콤팩트한 사이즈로 돌아왔다. 두께 또한 6.4mm로 얇아지며, 빈티지 드레스 워치처럼 가볍고 투명한 인상을 남겼다.
사이즈가 작을수록 디테일은 더욱 정제된다. 착용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핵심 요소로 모이고, 작은 요소 하나하나는 시계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는 것. 정밀하게 장식된 3/4 플레이트, 글라슈테 스트라이프, 수공 인그레이빙이 새겨진 밸런스 콕과 골드 차통까지. 정제된 디테일은 모든 것을 말하고, 작아진 시계는 본질에 더욱 가까워진다.
specification
- 케이스 직경 : 34mm
- 케이스 소재 : 핑크 골드
- 무브먼트 : L152.1
- 방수 : 30m

오랜 시간 크고 강인한 툴 워치를 만들어온 벨앤로스가 처음으로 36mm 모델을 선보였다. BR-05의 도시적인 디자인 언어를 정제된 크기와 비율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거칠기보다는 세련됨, 부피보다는 밀도. 벨앤로스 특유의 어반 시크 무드를 작고 날렵하게 구현했다.
단순한 사이즈 축소는 아니다. BR 05만의 시그니처를 유지하면서, 케이스 비율과 러그 곡률, 브레이슬릿의 너비 등을 전면 재설계해 조화로운 균형을 만들어냈다. 이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전통적 구분을 넘으려는 전략적 움직임이기도 하다. 벨앤로스의 공동 창립자 브루노 벨라믹은 “모든 밀리미터는 중요하다. 이 작은 변화가 더 큰 새로운 사용자층을 만든다”라고 언급했다고.
specification
- 케이스 직경 : 36mm
- 케이스 소재 : 새틴 폴리시드 스틸
- 무브먼트 : 칼리버 BR-CAL.329
- 방수 : 10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