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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스 앤 원더스 2025에서 본 시계의 오늘과 내일
2025-04-15T18:55:26+09:00
워치스 앤 원더스 2025

시계, 그 이상을 만나는 시간.

매년 봄, 스위스 제네바는 전 세계 시계 애호가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로 변신한다. 올 한 해 시계 업계의 트렌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 워치스 앤 원더스다. 올해에는 총 60개 브랜드가 참여했고, 순 방문자 수만 5만 5천 명에 달하며 역대급 규모를 기록했다.

워치스 앤 원더스 2025는 단순히 새로운 시계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늘날 시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왜 시계가 여전히 매력적인 문화이자 예술의 대상인지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흐름의 최전선에서 시계가 말하고 있는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2025년의 시계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워치스 앤 원더스 2025 그 면면에 대하여.

시계의 역사가 탄생하는 곳

워치스 앤 원더스는 시계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가 쓰이는 곳. 올해에도 많은 워치메이커가 각자의 기술을 다투며 시계의 미래를 새롭게 열었다. 울트라-씬 부문의 제왕 불가리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을 선보였는데, 그 두께는 자그마치 1.85mm. 불가리의 멈추지 않는 도전은 계속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역사상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시계를 만들었다. 이름도 길다. 레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라 프리미에르. 41개의 컴플리케이션과 1,521개의 부품을 손목 위에 편안하게 올렸다. 밤하늘에 별자리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주는 등 5개의 진귀한 천문학적 기능과 웨스트민스터 미닛 리피터를 갖췄다고.

롤렉스가 새롭게 선보인 랜드 드웰러는 혁신 그 자체다. 7여 년의 연구 개발과 18건의 특허 출원을 거쳐 탄생한 롤렉스 기술의 총아로, 5Hz 고주파로 진동하는 무브먼트에 듀얼 휠 이스케이프먼트를 장착해 시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마치 기계식 시계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하는 듯이.

점핑아워 시계

점핑아워는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의 큰 화두였다. 점핑아워는 시침, 분침이 아닌 작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 한 시간마다 숫자를 새긴 디스크가 빠르게 점핑하듯 이동한다. 점핑아워는 디스크로 시간을 표시한다는 디지털 감성이 있지만, 복잡 미묘한 기계식 메커니즘으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워치메이킹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시간을 말해준다기보다는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재정의라고 해도 좋다.

까르띠에는 점핑 아워와 드래깅 미닛,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탱크 아 기쉐를 발표해 브랜드 워치메이킹에 정점을 찍었다. 1928년 디자인을 재해석한 버전으로, 핸즈를 제거하고 아워 윈도우와 미닛 윈도우만으로 시간을 표시한 디자인은 까르띠에 시계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손꼽힐 것이다.

제랄드 찰스는 브랜드 창립 25주년을 기념한 점핑 아워 마에스트로gc39를 공개했다. 2005년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하고, 그의 친구 앙투안 프레지우소의 무브먼트가 담긴 시계다. 케이스를 돌려 비밀처럼 숨은 무브먼트를 감상해 보길.

레이싱을 위해 태어난 시계

모터스포츠와 시계 브랜드는 단순 스폰서십 이상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정밀함, 속도, 열정, 기술 혁신과 같은 정신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두 분야는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다.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 세 개 부스에는 네 대의 포뮬러 1 차량이 전시됐다. 튜더는 포뮬러 1 팀 VCARB의 새로운 시계와 함께 F1 차량을 전시했고, 영화 <F1>의 스폰서 IWC는 영화 속 시계와 함께 레이싱카 및 레이싱 슈트를 전시해 몰입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모터스포츠와의 인연을 가장 잘 활용한 브랜드는 태그호이어다. 올해 F1 공식 타임키퍼로 선정된 태그호이어는 두 대의 차량을 전시했는데, 아일톤 세나가 1988년 브라질 그랑프리에서 몰던 맥라렌 차량과 막스베르스타펜의 차량이 그것. 1980년대 태그호이어 포뮬러 1 시리즈1을 다시 발매한 것에서는 질주를 위한 준비를 단단히 마쳤다는 기세가 느껴졌다. F1에서 영감받은 대담한 컬러웨이와 가볍고 단단한 TH-폴리라이트, 솔라그래프 무브먼트가 돋보이는 시계였다. 

클래식은 영원히

유구한 헤리티지를 지닌 워치메이커들은 각각 고유한 아카이브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선보였다. 과거 향수에 기대는 단순 복각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입혀 그 시절 정신을 미래로 이어가려는 시도다. 

위블로는 2005년 처음 발표했던 빅뱅의 20주년을 기념한다. 새로운 소재부터 구조적 혁신, 디자인, 최신 기술을 아우르며 혁신의 장을 펼친 모델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택 사파이어부터 티타늄 세라믹, 킹 골드 세라믹, 매직 골드까지. 보기 드문 소재를 활용해 위블로의 탁월한 소재 혁신 기술을 보여줬다. 과거 빅뱅으로 이룬 것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위블로가 지닌 잠재력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예거 르쿨트르는 올해를 리베르소의 해로 명명했다. 1931년 출시 이래로 모던함과 우아함, 획기적 혁신이라는 정신을 줄곧 구현해온 모델이다. 2025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는 9개의 새로운 리베르소를 선보였다. 기존 모델의 새로운 해석부터 완전히 새로운 칼리버까지. 90년 넘는 시간의 본질을 유지하며 시대에 맞춘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이얼은 하나의 캔버스

올해에는 다이얼에 예술혼을 실은 시계들이 많았다. 단순히 ‘예쁘다’를 넘어서, 예술 작품과 같은 정교함을 보여준 정도였다. 

특히 바쉐론 콘스타틴 레 캐비노티에는 한정판 미술품을 보는 느낌이었다. 에나멜, 기요셰, 핸드 인그레이빙 등 전통적인 기법을 사용해 시계 다이얼을 마치 작은 캔버스처럼 활용했다. 1843년부터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사를 상징해 온 랜드마크, 투르 드 릴 시계탑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였다. 투르 드 릴의 역사적인 풍경을 다이얼에 섬세하게 담아내어 제네바의 풍부한 전통과 기술을 보존하고자 하는 헌신을 보여줬다.

파텍 필립은 희귀 수공예 전시회를 열어 에나멜, 조각, 상감세공, 보석 세팅 등 400년 이상 이어진 전통 수공예 기법의 정수를 선보였다. 에르메스 아쏘 로카바르 드 리르 다이얼은 에르메스의 창의적 표현을 위한 캔버스가 됐다. 말털로 상감세공을 하는가 하면, 인그레이빙, 미니어처 페인팅 기법 등 정교한 공정을 통해 장난스러운 말의 표정을 풍부한 색상과 질감으로 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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