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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가 꿈꾸는 건축 세계 (+영상)
2025-04-07T08:35:41+09:00
롤렉스 건축

시계 브랜드가 건물을 짓는 이유는?

워치 메이킹과 건축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예술적 창의성과 기술적 전문성을 결합하여 정밀성, 기능성,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목표 의식이다. 디자인은 물론, 재료 과학을 적용하는 방법부터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려 사항에 기반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롤렉스는 건축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롤렉스에게 건축물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셈. 롤렉스는 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시계와 건축 두 세계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롤렉스와 건축, 모든 것이 시작된 곳

롤렉스와 건축물과의 인연은 1961년, 프레이-아카시아 지역에 본사를 설립하는 데서 시작됐다. 동일한 모양 두 개가 앞뒤로 나란히 선 형태에, 시계 제작부터 마케팅 및 A/S까지 모두를 한 공간에 배치한 건물. 말 그대로 롤렉스와 관련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금속과 유리로 된 건축에는 롤렉스가 중시하는 요소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밀한 디테일과 세밀한 조립과정, 탁월한 기술력과 같은 것들 말이다. 롤렉스에게 건축이란 형태와 기능을 연결하고, 아름다움을 향한 열정을 보여주는 방법이었다.

롤렉스 러닝센터

롤렉스가 그리는 시간의 흐름은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PFL) 내의 연구 도서관, 롤렉스 러닝 센터에서 구체화된다. 일본 건축가 듀오 사나가 디자인한 건물은 넓고 얇은 판이 아치 형태로 펼쳐지며, 마치 춤을 추는 듯 리듬감을 형성한다. 완만한 경사를 오르내리며 개방감을 강조한 구조도 두드러진다. 물리적 경계를 나누지 않은 보이드 건축 미학 덕분이다. 

사나는 모든 벽을 제거하고, 물리적 구획 없이 펼쳐진 공간을 만들었다.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처럼, 내부 공간 역시 공간의 흐름과 연속성에 중점을 둔 것이다. 연속적으로 개방된 공간에서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흐른다.

공간 분리는 수평면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높이를 높이거나 미묘하게 낮추어 영역을 구분하고, 물결 모양의 디자인은 공간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외부 풍경을 자연스레 끌어들인다. 이용자는 연속적으로 개방된 공간 사이를 이동하면서 사람들과 자유롭게 교류하게 된다. 롤렉스 러닝 센터는 롤렉스의 지속 가능성 가치를 건축적으로 구현해 낸 결과물과 같다.

펜실베니아 리티츠 시계 학교

정교함과 기술적 혁신. 이와 같은 시계 철학은 롤렉스의 건축 프로젝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롤렉스가 후원한 펜실베이니아 시계 학교는 이를 건축적으로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롤렉스가 시계 제조 뿐만 아니라, 건축적 기여를 통해 미래 기술과 혁신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학교는 펜실베이니아주 리티츠 근교의 한 시골 마을에 있다. 스위스 워치메이킹 중심지인 쥐라 산맥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기술 문명을 거부하고 전통과 소박한 농경 생활을 유지하는 지역사회, 스위스 출신 이민자들이 터를 닦은 곳이라는 점에서 미국 워치메이킹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에 적절했을 것이다. 

4,274m² 규모의 석조 건물에 들어선 리티츠 시계 학교는 미국의 건축가 마이클 그레이브스가 설계를 맡았다. 전통 헛간을 반영한 뾰족한 아치는 시골 풍경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높게 설치된 창문은 풍부한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여 스위스 시계 매뉴팩쳐와 유사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댈러스 롤렉스 빌딩

텍사스 댈러스에 우뚝 솟은 롤렉스 빌딩은 댈러스 도심에 지어진 최초의 사무실 건물이다. 지면에서 빌딩까지 계속해서 움직이는 듯한데, 건축가 쿠마 켄고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빌딩과 토지의 통합’. 일반적인 사무실 건물은 주변 땅과 분리되지만, 댈러스 롤렉스 빌딩은 지면 조경에서 시작해, 점차 뒤틀려 올라가며 지형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건물은 아래에서 위로 자연스럽게 흐르듯 이어진다. 지면과 건물의 경계를 허물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역동적 에너지를 전달하는 듯하다. 롤렉스 시계의 기계적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빛을 반사하는 외벽 유리와 금속 재료는 시계의 기계적 요소처럼 섬세하게 조화를 이룬다.

위로 올라갈수록 뒤틀리는 구조는 격자무늬로 얽힌 댈러스의 도로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건물 높은 곳에서 밖을 내다보면 댈러스 풍경을 색다른 앵글로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다. 빌딩 근처를 걷는 이도 일반적인 건물의 직각 리듬에서 벗어난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건축적으로 구현한, 롤렉스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뉴욕 롤렉스 빌딩

뉴욕의 롤렉스 빌딩이 새롭게 지어진다. 1970년대부터 뉴욕 맨해튼 5번가와 53번가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던 건물이다. 설계를 맡은 건 영국의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건축가다.

건물 디자인은 간결하다. 5개 큐브를 위로 쌓아 올린 25층짜리 건물. 위로 갈수록 점차 좁아지며, 각 큐브가 교차하는 부분에는 테라스를 배치했다. 독특한 점은 유리 외벽이 지그재그 모양으로 배열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외부 풍경을 왜곡하거나 반사하는 효과를 자아내며, 내부와 외부 공간 사이 독특한 시각적 연관성을 만들어낸다.

건물은 위로 갈수록 들쭉날쭉 중첩된 형태를 띤다. 건물 안의 에스컬레이터는 윗층 아트리움으로 연결된다. 시계태엽 모양의 설치작품이 놓인 곳이다. 정밀성과 우수성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듯이.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 전시회

2023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 전시회에서 롤렉스는 건축과 워치메이킹 간의 긴밀한 인연을 공간으로 선보였다. 평평한 지붕과 청동 및 양극 산화 처리된 금속, 유리 벽으로 구성된 각진 주름 형태의 건물이었다.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츄얼 데이-데이트의 베젤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이는 시계 디자인이 건축에 영감을 준 사례였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이렇게 말한다. “건축의 힘은 하나의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건물이 모여 우리가 살아가는 집단적 환경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있다”고. 이 말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 건물이 만들어내는 환경은 브랜드가 만드는 제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롤렉스에게 건축이란 시계를 더욱 아름답고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영감의 씨앗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