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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명사가 되다, 지포 라이터 (+영상)
2025-02-20T15:06:24+09:00

시대를 초월하는 남자의 EDC.

지금은 라이터에게 있어 명백히 불리한 시대다. 담배는 백해무익의 이미지가 공공연해졌고, 마초남은 다수의 이성이 기피하는 대상이며, 더 이상 생존을 위해 불을 소중히 여길 필요도 없다. 그래서 지포 라이터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한다. 주류로부터 멀어지는 흐름 속에서, 90년 넘게 명성을 이어가며 누적 판매량 6억 개를 달성하는 그 묵묵한 걸음이.

수많은 남성이 여전히도 지포 라이터를 찾는 건 합리성에 의거한 행동은 아닐 거다. 당장 편의점만 가봐도 쓰기 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플라스틱 가스라이터가 지천으로 널렸으니까. 그럼에도 지포 라이터를 선택하는 이유는? 당연히 멋이다. 반짝이는 실루엣과 특유의 경쾌한 오픈음은 비흡연자의 마음마저도 흔들어 놓는다.

지포(Zippo)는 엄연히 한 회사의 이름이지만, 어느새 오일 라이터를 통칭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지포의 상징성은 설명 완료.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남자의 풍취, 지포 라이터를 소개한다.

지포 라이터의 시작

편하고 예쁜 건 진리

지포 라이터가 첫 불꽃을 피우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지포의 창립자 조지 G. 블라이스델(George G. Blaisdell)은 어느 날 파티에 참석했고, 흡연을 위해 친구와 함께 테라스로 향한다. 그곳에서 좀처럼 담뱃불을 붙이지 못하고 낑낑대는 친구의 모습을 보게 된다. 블라이스델은 더 괜찮은 라이터를 사라며 핀잔을 줬지만, 친구의 대답은 ‘잘만 되는데 뭐 어떠냐’는 식이었다.

당시 그의 친구가 쓰던 제품은 오스트리아산 벤진 라이터. 그가 기능성을 언급한 건, 심지 부분의 굴뚝 디자인 덕분에 바람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이 분리형으로 되어 있어 양손을 써야 했고, 크기도 상당했기에 편의성은 영 꽝이었다. 바람을 이길 수 있으면서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라이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블라이스델의 머릿속에 번뜩였다.

그는 머지않아 개발에 착수했다. 오스트리아 라이터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개선하는 재구성의 방식으로. 핵심은 ‘한 손’이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컴팩트한 크기, 한 손으로 여닫을 수 있는 일체형 뚜껑. 내부 연료통의 크기를 최적화해 부피를 줄였고, 몸통과 뚜껑을 연결하는 경첩을 달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1933년, 최초의 지포 라이터는 그렇게 탄생했다.

품질에 대한 지포의 자신감은 대단하다. 소모품을 제외한 제품 수리를 평생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만 봐도 알 수 있다. 발송비만 지불하면 망가진 지포도 깨끗하게 수리되어 돌아온다. 소생 불가라고 여겨지더라도 일단 보내자. 동일 제품으로 교환해 준다. 설립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원칙은 제품력에 대한 신뢰는 물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는 가치를 선사하고 있다.

전쟁과 함께 성장하다

찰나의 기쁨을 선사하다

2차 세계 대전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지포에게는 도약의 발판이었다.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담배는 잠시라도 현실을 잊게 해주는 한 줄기 빛. 담배 가는 데 라이터 가니, 군인이라면 라이터 하나쯤은 필수였다. 미국이 세계 대전에 참전하면서 지포는 민간 판매를 중지하고 군용에 집중했다. 비바람이 불어도, 진흙탕을 굴러도 불을 밝히는 탁월한 내구성 덕분에 지포는 군인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처럼 느껴졌다.

2차 대전에서 수백만 군인의 주머니를 채운 명성은 베트남 전쟁에서도 이어졌다. 더 이상 담배의 부속품 역할도 아니었다. 빛나는 케이스에 얼굴을 비추며 면도를 하고, 소금을 보관해 부족한 염분을 보충했다. 전장에 피어난 불꽃은 야전 식량을 데우는 따스함이면서, 적진을 불태우는 극열함이었다. 그렇게 지포는 전쟁을 머금고 남성의 아이콘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지포 라이터는 군인에게 일종의 부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가슴팍에 넣어둔 라이터가 총알을 막아 준 덕분에 목숨을 구한 미 육군 안드레즈 중사의 실화 덕분이다. 심지어 총알을 맞고 찌그러진 라이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불을 뿜었다고. 안드레즈 중사에게 따랐던 행운은 지포의 상징성을 굳건히 하는 결정타가 되었다.

군인들은 전쟁터를 떠난 후에도 지포를 소중히 간직했다. 그들에게 지포는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증거이자 전우와의 유대가 담긴 작은 기념비였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지포의 불꽃처럼, 그들의 기억은 각자의 라이터에 아로새겨져 여전히도 이어지고 있다.

각인으로 기록되는 역사

지포의 시간은 지포에 남는다

지포에 기억을 새긴다는 건 정신적인 부분도 있지만, 물리적인 차원도 존재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 군인들 사이에서는 라이터에 자신만의 문구를 각인하는 게 하나의 관행처럼 여겨졌다. 그 내용은 생존을 부르짖는 간곡한 바람부터 세상에 내뱉는 냉소, 가족에 대한 그리움까지 가지각색. 전시 때 실제로 사용된 빈티지 라이터는 컬렉터 사이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도화지라도 된 듯 무엇도 담아내는 여백의 미는 지포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도 했다. 오늘날 흔하게 볼 수 있는, 판촉 문구를 새기거나 부착한 라이터의 모습은 사실상 지포가 대중화한 것이나 마찬가지. 오래 사용한다는 장점과 맞물려 장기적인 광고가 가능했기에 기업 입장에서도 달가운 홍보 수단이었다. 석유, 보험, 자동차 등 다수의 기업이 라이터에 새겨졌고, 이는 지포의 초기 성장을 이루는 동력이 됐다.

수집가가 주목하는 각인은 하나 더 있다. 하단에 새겨진 날짜 코드다. 여느 수집품이 그렇듯 제조 일자는 가치 판단의 주요한 기준. 날짜 코드는 품질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시간의 흔적을 담는 기록으로 탈바꿈했다.

지포 로고를 기준으로 좌우를 확인하면 몇 살 먹은 지포인지 파악할 수 있다. 왼쪽의 알파벳은 순차적으로 월을 나타낸다. A가 1월, B는 2월인 식이다. 오른쪽 숫자는 제작 연도다. 10은 2010년, 20은 2020년이다. 1986년부터 2000년도까지는 로마식으로, 그보다 이전에는 특정 기호로 연도를 표기했다.

그렇다면 언제 생산된 지포에게 높은 값이 매겨질까? 아무래도 연식이 오래될수록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본인의 지포에 날짜 표시는 온데간데없고 로고만 새겨져 있다면 일단 기뻐하자. 날짜 코드는 1958년 이후부터 시행된 정책이기 때문에, 그보다 오랜 세월을 품은 모델일 테니. 물론 모조품일 확률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특허받은 시그니처 사운드

누구나 들어봤을 ‘딸깍’ 소리

청각적 자극은 잔상을 남긴다. ‘두둥’ 하는 인트로 사운드만 들어도 넷플릭스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처럼. 지포 라이터도 그렇다. 라이터를 열 때 청아하게 울리는 특유의 ‘딸깍’ 소리는 마치 지문처럼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지포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수없는 음악에서 샘플링으로 차용됐다.

블라이스델은 소리에 대한 감각이 탁월했다. 브랜드 이름의 유래만 봐도 그렇다. 지퍼(Zipper)라는 단어의 발음이 좋아서, 별 뜻 없이 이를 변형해 만들었다고 하니. 여닫는 소리 역시 철저한 설계를 통해 의도적으로 구현했다. 2018년에는 사운드 자체에 대한 상표권까지 얻었다고 하니, 회사 또한 얼마나 소리에 진심인지 엿볼 수 있다.

기능의 일부로 여겨지는 만큼 소리가 정상적으로 나지 않으면 당연히 무상 수리의 대상이다. 이는 라이터 사운드로 명성이 자자한 또 하나의 브랜드, 듀퐁 라이터와의 완벽한 차별점이다. 듀퐁의 소리는 지포와 달리 우연의 결과로 만들어져, 기대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불량이 아니다. 당연히 A/S도 받을 수 없다.

백 년 가까이 흐른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지포는 여전하다. 클래식한 디자인, 손에 감기는 그립감, 맑게 퍼지는 소리까지도. 조용하지만 강하게 이어지고 있는 그들의 행보는, 세상 모든 게 바뀌더라도 변하지 말아야 할 남자의 진정성을 응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진정한 남자는 변하지 않는다. 지포가 그렇듯이.

당신을 위한 지포 라이터 추천 5

01
다이하드 속 그 모델

클래식 브러시드 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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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 오브 클래식. 영화 <다이하드>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환풍기를 기어나가며 켰던 바로 그 모델이다. 전후면을 브러싱 처리해 만들어진 특유의 까끌까끌한 촉감이 특징. 측면은 유광으로 되어, 한 제품으로 두 가지 맛을 누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02
찰떡 컬래버

할리 데이비슨 2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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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브랜드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할리 데이비슨. 어쩌면 지포와의 만남은 예견된 운명이었을지도. 깔끔한 새틴 크롬 기반에 블랙 카본 파이버를 더했다. 할리 데이비슨의 방패 로고를 마무리로 완성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03
새것인데 빈티지하네

클래식 앤티크 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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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빈티지 모델에 손을 뻗게 한다. 그러다 가격 보고 화들짝. 하지만 지포는 그럴 필요 없다. 직접 앤티크 컬렉션을 생산해 주니까. 빈티지한 황동에 시간의 상흔을 감쪽같이 표현했다. 클리어 코팅 덕분에 지금의 모습을 오래 간직할 수도 있다.

04
실버? 구리? 난 둘 다

바이메탈 코퍼 바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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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은 순은, 하단은 구리로 제작된 하이브리드 케이스 모델. 구리라는 재질 특성상 쓸수록 색상이 눈에 띄게 변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멋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저 녹이 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호불호가 존재하니 유의하자. 순은 제품인 만큼 가격대가 있다.

05
칠흑을 삼키다

슬림 하이폴리쉬 블랙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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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만 봐도 알 수 있는 유광 블랙의 검증된 멋. 주변의 어둠을 빨아들인 듯 새까만 검정에 로고를 무심히 달았다. 그에 비해 앙증맞은 크기는 반전 매력 포인트. 가로 3cm, 세로 5.6cm 사이즈로 클래식 모델보다 확연히 작은 슬림 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