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 크로노마스터 리바이벌 섀도우. 프로토타입만 제작됐다가 결국 출시되지 못한 채 다락방에 잠들어 있었던 비운의 모델이 50여 년 만에 세상 밖에 얼굴을 알렸다. 이 시계의 배경을 보면 10년, 20년 영화판에서 힘겨운 무명 생활을 거치고 마침내 이름을 알린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그만큼 드라마틱한 여정을 지녔다.
지난해, 제니스 매뉴팩처의 비밀 다락방에서 존재조차 알지 못하던 의문의 시계가 발견됐다. 1970년에 탄생 후 잠만 자고 있었던, 어쩌면 누군가 발견해 주길 묵묵히 기다리던 그 모델, 크로노마스터 리바이벌 섀도우. 반세기간 지속된 기나긴 기다림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37mm 케이스, 블랙 다이얼에 그레이 악센트, 가장자리가 집게발처럼 생긴 독특한 핸즈와 타키미터 스케일 등 프로토타입 고유의 디테일은 그대로 이식했고, 스포티한 케이스 셰입은 1969년 데뷔한 오리지널 엘 프리메로 ref. A384에서 가져왔다.
영감은 빈티지에서 시작했지만, 한층 모던한 인상을 연출하기 위해 PVD 코팅 스틸에서 다크 매트 피니시가 강조된 마이크로 블래스티드 티타늄 케이스로 변화를 줬다.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지키던 자리는 엘 프리메로 칼리버 4061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가 대체했다. 가격은 8,200달러. 무브먼트의 스펙, 다이얼의 맵시에는 이견이 없을 터인데, 다소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는 케이스 셰입으로 호불호가 좀 갈릴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