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탱(Mustang)은 명실상부한 포니카의 아이콘이다. 물론 그 이름에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는 건 아니지만, 분명 한 시대를 수놓은 상징적인 모델로 그 확고한 헤리티지가 있다. 이 머스탱에 전기차가 나온다는 것,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인정해야 하고, 지구의 건강도 생각해야 하니깐. 그런데 전기차에, 그것도 SUV라니. 이 사실을 과연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머스탱 마하-E는 바로 이 논란의 중심에 선 문제작이다. SUV, 그것도 요즘 유행하는 쿠페형 디자인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이 차의 전면부에는 당당하게 달리는 말 배지가 붙었다. 일단 디자인에서는 머스탱 고유의 기조를 이어받은 부분들이 일부 보인다. 역동적인 그린하우스와 세 줄의 세로형 바 타입 테일램프같은 요소들이 있고, 실내 인테리어는 한층 안정적으로 다듬었다.
파워트레인은 사륜구동과 후륜구동의 두 가지로 나뉘며, 트림에 따라 주행거리 또한 차이가 난다. 일단 후륜구동 모델의 경우 전기 모터가 내는 최고출력은 225마력, 최대토크 41.0kg.m을 기록한다. 하지만 사륜구동 모델은 58.0kg.m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완충 시 주행거리는 후륜구동 캘리포니아 루트1 모델 기준으로 무려 483km에 달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포드(Ford)에서 내놓은 말끔한 전기 SUV다. 문제는 이 차량의 전면부에 포드 마크가 아닌 머스탱 배지를 달았다는 점이다. 그냥 포드의 이름을 달고 나왔어도 충분히 기본 이상은 해줬을 SUV에, 전혀 상관도 없는 머스탱 이름만 끼얹어 어떻게든 뭐라도 취해보려는 얄팍한 속셈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문제다.
하지만 정작 마하-E와 머스탱 사이에서는 그 어떠한 접점도 찾을 수 없다. 낮게 웅크린 채, 작은 차체를 마치 뚫고 나올 법한 근육질의 몸으로 꿈틀거리며 튀어 나갈 것 같은 머스탱은 이제 평범하게 시장의 트렌드나 받아들인 쿠페형 SUV가 돼버렸다. 오히려 머스탱이 반세기 동안 쌓아 올린 고유의 브랜드 밸류만 망쳐놓은 셈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던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