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문화를 담아내는 단어를 하나 꼽을 때 ‘휘게(Hygge)’는 항상 빠지지 않는 키워드. ‘편안한’, ‘아늑한’의 의미를 가진 이 단어를 통해, 격동적이기보다 자연스럽고 소박한 시간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놈 아키텍츠(Norm Architects)가 덴마크 전통 별장의 개념에 대한 성찰 끝에 주자재를 목재로 선택한 건 예견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덴마크 해안가의 헤더힐 비치 하우스(Heatherhill Beach House)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 자리한다. 두 개의 축이 서로 맞물려 연결된 독창적인 구조는 지붕을 얹은 헛간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가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고. 아름다운 환경을 주변에 둔 만큼, 집 자체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집을 가로지르는 긴 통창은 실내에서도 근사한 풍경을 누리게 해주는 핵심적인 요소.
별장의 전체적인 형태와 내외부를 구성하는 주자재가 목재라는 사실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주변과 동떨어지기보다 통합되길 바랐기에, 자연 그 자체인 목재로 세워진 이 건축물은 풍경 속에서 자라난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유행에 편승하거나 쉬운 길을 가기보다, 본질주의적 사고방식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고자 한 설계팀의 굳은 심지가 돋보인다.
설계팀은 전통의 아름다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대적인 건축미를 더해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꾀했다.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이 깃든 1950~60년대 덴마크 주거의 헤리티지를 불어넣을 요소로 벽돌 바닥재를 선택했다. 복도의 나무 바닥은 마치 창밖의 자연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촉감을 전한다면, 거실의 벽돌 바닥은 모더니즘 시대를 경험하는 새로움을 선사한다.
내부는 절제의 미학을 선사한다. 내장형 수납공간으로 정돈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주방은 은색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을 포인트로 두어 깔끔하지만 단조롭지 않다. 나무와 톤인톤으로 꾸며낸 공간의 색채는 부드러우면서도 탁 트인 공간감을 형성한다. 이 공간은 기존 주거 생활의 한계를 넘어, 환경과의 진정한 감각적 연결을 제시한다.
이런 공간에는 칠한 바이브 음악이 더해지면 금상첨화. 깔끔한 디자인의 스피커가 어울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