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에츠조 시타라가 하라주쿠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빔즈는 단순한 리테일러가 아니었다. 서구의 문화를 들여와 일본식으로 재해석했고, 서로 다른 맥락의 브랜드를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편집자였다. 빔즈가 지금까지 약 160개의 매장을 전개하며 이어져 온 힘 역시 취향을 고르고 엮는 방식, 즉 큐레이션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빔즈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큐레이션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흥미로운 변주는 타이맥스와의 협업이다. 베이스는 군용 시계 캠퍼. 1980년대 미군을 위해 제작된 시계를 손목 대신 손가락 위로 옮겼다. 1990년대 타이맥스가 선보였던 링 워치에서 착안해, 캠퍼를 반지 형태로 축소한 것이다.
레진 케이스 안에 일본산 쿼츠 무브먼트를 넣고, 아크릴 크리스탈로 마감한 구조는 원형의 실용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이얼 역시 군용 시계 특유의 가독성을 유지하면서, 크기만 대담하게 줄였다. 기존의 맥락을 유지하면서, 접근 방식을 바꿔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 것이다. 대표적인 빔즈의 큐레이션 방식이다.
더 재미있는 협업은 백팩이다. 잔스포츠와 이스트팩, 백팩을 대표하는 두 브랜드를 하나의 제품으로 묶었다. 상식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는 브랜드가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빔즈는 지난 50년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이 둘을 함께 붙여냈다.
로고를 나란히 배치하는 수준이 아니다. 구조 자체를 반으로 나눠 결합했다. 잔스포츠 슈퍼브레이크의 전면 포켓 구조와 이스트팩 패디드 파커의 실루엣을 물리적으로 이어 붙인 형태다. 새로운 디자인은 아니다. 오히려 이미 완성된 두 제품을 어떻게 병치하느냐 하는 접근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협업이 이어진다. 버켄스탁과는 본 패턴을 어퍼에 적용한 블랙 보스턴을 선보인다. 기능적 요소였던 아웃솔 패턴을 디자인으로 끌어올린, 재미있는 해석이다. 또한 바버 스페이 재킷을 기반으로 한 별주 모델도 눈에 띈다. 1980년대 플라이 피싱 재킷의 와이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소재와 디테일을 보다 현대적인 방향으로 다듬었다. 잔스포츠 x 이스트팩 백팩과 바버 재킷은 현재 판매 중이며, 버켄스탁은 3월 22일, 타이맥스 시계는 4월 3일 출시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