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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상품에 담겨있는 기술은 최선의 것이 아니다. 더 뛰어난 기술력을 투여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경우 더 뛰어난 기술로 상품을 만들 수 있음에도 충분한 테스트 기간 확보나 안정성, 디자인, 각종 규제 등의 이유 때문에 몇 단계 다운그레이드된 기술을 바탕으로 시판용 상품을 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속도 규제 등의 이유로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스포츠카가 대표적인 예이다.
시계도 마찬가지인데,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컬러를 입히기 이전 단계의 프로토타입 시계는 기능과 착용감을 최선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프로토타입 시계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시계가 출시되었다. 마이크로브랜드 로리에(Lorier)와 원앤운드(Worn & Wound)가 힘을 합쳐 제작한 하이드라(Hydra) II 리미티드 에디션이 그 주인공이다.
하이드라 II 리미티드 에디션은 언젠간 덧없이 사라지는 우리의 비루한 육신으로서는 불가능한, 극도로 빠르게 달리고 높게 날고자 하는 욕망을 모티프로 제작된 시계이다. 이러한 모티프를 형상화하는 최적의 디자인으로 프로토타입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택한 것이다.
시계 전체는 브러시드 스틸로 제작되었으며, 미학적 터치를 가미하기 이전 날 것 그대로의 디자인을 채택했다. 39mm(직경) X 10.5mm(두께) 듀얼 크라운 케이스, 다이얼, 인터널 베젤, 촘촘하고 깎아지른 듯한 플랫-링크(flat-link) 브레이슬릿 모두에서 기술 그 자체만이 남은 듯한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인덱스와 마커를 야광 처리하여 가독성을 높이고, 12시간 베젤 위의 레드 마커로 포인트를 주었다.
디자인이 그렇다고 해서 기능까지 프로토타입과 유사한 것은 아니다. 기능 자체는 안정적이고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24개의 주얼로 제작된 진동수 28,800bph의 미요타 9015 무브먼트를 사용, 4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한다. 방수는 100m까지. 현재 예약 주문을 받고 있으며, 8월 말 배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가격은 499달러(한화 약 62만 원).
화려한 디자인과 현란한 메커니즘을 감상할 수 있는 유명 브랜드의 고가 시계도 좋지만,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제품을 선뜻 구매하기는 대다수의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독보적인 개성,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가진 마이크로 브랜드의 시계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것. 또 다른 마이크로브랜드 시계로 극한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페어러 에버러스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