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스위스의 하이엔드 독립 시계 브랜드 로랑 페리에. 역사 깊은 브랜드들로 쌔고 쌘 스위스에서 포지션을 잡고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은 아마도 설립자인 로랑 페리에가 37년간 세계 최고의 시계 제조사 중 한 곳, 파텍 필립에서 일했던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는 생소했지만, 어느 정도의 기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고 데뷔부터 그 기대에 넉넉하게 부응해 줬으니까.
브랜드를 론칭한 2010년 갈렛 클래식 투르비용 더블 스파이럴로 제네바 그랑프리 베스트 멘즈 워치 부문의 수상을 거머쥐며 존재감을 부각했다. 그리고 올해 수많은 찬사를 받았던 기념비적 시계의 우아한 분위기를 그대로 잇는 클래식 오리진 오팔린을 선보였다. 단아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케이스와 깨끗한 오팔린 다이얼, 도도한 무드로 가늘게 뻗어있는 핸즈와 6시 방향의 스몰 세컨즈까지. 완벽한 비율의 기초는 그대로 지닌 채 소소한 변주를 가미했다.
로만 인덱스 대신 바 타입 인덱스와 미니 사이즈의 뉴머럴 인덱스를 적용했는데, 아무래도 고전미가 독보적인 로만 인덱스와의 캐미는 못 이기는 듯. 물론 이 시계만 놓고 보면 버건디 악센트와 라이트 브라운 스트랩의 조합이 꽤 성공적이다. 무브먼트에도 꽤 공을 많이 들였는데, 무려 80시간의 파워리저브로 구동되는 핸드와인딩 칼리버 LF 116.01을 탑재했다.
프리 스프링 밸런스와 브레게의 오버코일이 장착된 무브먼트로, 이 덕에 정밀도는 올라가고 오차는 내려갔다. 게다가 롱 블레이드 래칫 시스템을 갖춰서 와인딩할 때마다 풍부한 클릭과 촉각에서 오는 특별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시계에 밥 주는 순간마저 즐거움을 부여하는 세심함, 이 또한 짧은 역사 속에서도 특히 컬렉터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굳건히 살아남은 하이엔드 독립 시계 브랜드, 로랑 페리에의 진가라 할 수 있겠다. 가격은 28,500 스위스 프랑, 한화 약 3,650만 원으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