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형용할 수 없는 사랑이란 감정의 다채로운 형태가 디뮤지엄에 펼쳐졌다.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새롭게 둥지를 튼 디뮤지엄이 개관전으로 선택한 주제는 바로 사랑. 로맨스의 다양한 순간과 감정을 만화와 영상, 일러스트레이션, 설치 등의 작품을 통해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전시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이 그 막을 열었다.
사랑의 섬세한 감정이 흩뿌려진 이번 전시에는 K-콘텐츠를 대표하는 만화의 거장부터 북남미,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1980~90년대 출생의 청춘 포토그래퍼 군단, 세계적인 브랜드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설치작가가 참여했다. 총 23명의 아티스트들의 작품 300여 점은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조망한다.
Sasha and Melissa (Kiss), 2016 ⓒ Chad Moore Untitled, Paris, 2020 ⓒ Theo Gosselin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화, 친근하고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수많은 독자를 열광시킨 한국 대표 순정만화 7편의 장면들을 모티프로 구성한 7개의 섹션은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안에서 되살아나 건조한 우리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촉촉함을 머금은 순정 만화 작품들을 시작으로, 동시대 아티스트들이 포착한 사적이고도 감각적인 작품들이 극적인 공간에 펼쳐내는 사랑의 감정은 관객 각자에게 서로 다른 설렘의 찰나를 경험하게 만든다.
Won Soo-Yeon, Full House, 1993. © Won Soo-Yeon les différents silences des trois oiseaux, 2020 © Nina Koltchitskaia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첫 섹션은 만화가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 대형 스크린 안에서 재탄생된 주인공 현겸과 지율이 사랑의 시작을 깨닫는 순간, 그 떨림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사랑인지도 모르고 서툴고 수줍었던 그 때’를 소환한다.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이은혜의 <블루>, 이빈의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 이미라의 <인어공주를 위하여>, 원수연의 <풀하우스>가 영상, 오브제, 설치 작품과 어우러지며 감성을 자극하기도.
Honeymoon road, Palermo, 2018 ⓒ Paolo Raeli Neon nights, 2019 ⓒ Henry O. Head
이윽고 감정의 정점에 다닫는 순간에 마주하는 마지막 섹션은 그야말로 압권. 연극적인 미장센에 내면의 감정을 담는 델피 카르모나(Delfi Carmona), 혼자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이고 유쾌한 에너지로 표현한 루카스 와이어보스키의 작품이 모놀로그처럼 흘러간다. 그 공감각적인 공간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작품의 끝에는 웅장한 사운드, 결의에 찬 대사의 말풍선과 함께 신일숙의 대표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주인공 레 마누의 당당한 뒷모습이 놓여있다. 운명과 사랑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헤쳐나가는 그녀를 통해 관객은 혼자였다가 둘이 되고 다시 혼자가 되는 이 모든 과정을 겪게 되는 것. 그것 모두가 또한 사랑이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지금 이 순간’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때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로맨스를 꿈꾸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다시 한번 두근거림으로 물들이는 전시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은 오는 10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관람하면 좋을 전시 모둠 특선 ‘가장 탐스럽게 이 봄을 즐기는 방법, 3월 전시 추천 5선’으로 이참에 그녀의 점수 좀 따놓자.
사진제공 디뮤지엄
위치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83-21
문의 (02)6233-7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