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29일 파타고니아가 세계 최초로 ‘퀄리티랩’을 개점한 바 있다. 환경과 지구를 화두로 삼는 브랜드의 가치가 고스란히 투영된 곳으로 헌 옷을 무상으로 수선해 주는 기존 파타고니아의 원웨어(Worn Wear) 서비스와 맥을 같이 한다. 오늘 하루 그곳에서 놀아 본 에디터의 감상은 오래되고 낡은 것에 마음을 쓰는 일은 나의 지금을 다듬는 일이라는 것.

의류 산업과 환경 보호,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이 두 개의 평행선에서 파타고니아가 선택한 방식은 이렇다. 최대한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옷들을 다시 수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사 브랜드가 아닌 제품까지도 무료로 고쳐주는 통 큰 발상은 파타고니아가 진정으로 환경을 대하는 태도를 비춘다. 무상 수선 서비스는 한 달 치 예약이 꽉 차 있을 만큼 이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파타고니아 수선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돌아간다. 2005년부터 약 20년에 걸쳐 전 세계 지사에서 수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의류 수명이 9개월 연장되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공해와 자원의 낭비가 최대 3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도출되었다고. 수선은 곧, ‘급진적인 환경 운동’이라는 그들의 슬로건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퀄리티랩에서는 단순히 헤진 곳을 꿰매고 붙이는 일뿐만 아니라 방수 의류 케어 서비스도 선보인다. 사용감이 더해져 방수력이 떨어진 제품을 가져오면 전문적인 세탁과 발수 코팅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서비스는 파타고니아 자사 제품에 한한다.
‘내 것’이라는 감각까지 채워주는 파타고니아는 옷이나 에코백 등 원하는 곳에 글귀와 모양을 새길 수 있는 커스텀 자수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손바느질 수선 수업, 리폼, 업사이클링 클래스 등을 열어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것들을 버리지 않고 곁에 오래 둘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퀄리티랩 서비스는 홈페이지 예약을 통해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출한 삶의 방식을 취하고,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한 파타고니아 지분 전부를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를 위해 기부한 창립자 이본 쉬나드. 그가 남긴 명백한 자취와 브랜드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퀄리티랩에서 더욱 친밀하게 지구를 대하는 꼿꼿한 방식에 대해 느껴봐도 좋겠다. 시간이 남긴 자연스러운 흔적으로 품고 지금을 살아내는 모두를 위한 퀄리티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