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Be the Reds’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 나갔던 사람이라면 아마 기억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사상 최초로 16강에 진출했던 그때를. 사실 16강에 나간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지만, 사람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16강에서 만난 이탈리아는 공격력도 좋았지만, 철통같은 수비로도 우리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그리고 그 최종 관문에는 잔루이지 ‘지지’ 부폰(Gianluigi “Gigi” Buffon)이라는 전설적인 골키퍼가 우뚝 서 있었다. 설기현과 안정환에게 두 골을 내주며 한국에게 8강행 티켓을 내줘야 했지만, 이후로도 맹활약을 펼쳤고 44세가 된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살아있는 화석과도 같은 부폰은 꽤 고독한 남자인 듯하다.
부폰은 시계 튜닝 전문 업체 아티장 드 쥬네브에 본인 소유의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41(126300)을 좀 더 고독한 모습으로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맡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최근 아티장 드 쥬네브가 발표한 지지 부폰 X 에흐 솔리테어(Gigi Buffon X Heure Solitaire)이다. ‘고독한 시간(Heure Solitaire)’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언제나 고독한 골키퍼의 숙명을 표현한 튜닝 시계이다.
디자인에서부터 고독함이 물씬 배어 나온다. 다이얼에는 모노 핸드를 채택하여 최종 관문을 홀로 지키는 골키퍼를 표현했으며, 블루와 레드 컬러로 부폰이 겪어온 승리와 난관들을 표현했다고 한다. 스켈레톤 스타일로 바뀐 다이얼에는 아무런 방해 없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도록 아라비아 숫자 시간만 표시했다. 다이얼 바깥쪽 블루 컬러 PVD 사파이어에는 부재하는 분침과 분 표시를 대체하기 위한 5분 단위의 눈금이 표시되어 있다.
데이트저스트의 평평하고 깔끔했던 베젤은 ‘클루드파리(Clous de Paris)’의 기요셰 패턴으로 변경해 고급스럽고 희소한 느낌을 연출했다. 이와 같은 베젤 디자인은 골네트를 상징한 것이자 부폰의 경이로운 커리어에 대한 존경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무브먼트는 데이트저스트의 칼리버 3235를 스켈레톤 스타일에 맞게 샌드블라스트/베벨 처리한 플레이트, 폴리싱/블록 처리된 밸런스 브릿지, 오픈워크 다이얼, 현대적인 텍스쳐 등의 리디자인 및 리피니싱을 거쳤다. 파워리저브는 72시간. 가격은 33,520 스위스 프랑, 한화 약 4,500만 원이다.
아티장 드 쥬네브는 워치메이킹 브랜드의 의뢰를 일절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시계 튜닝에 전념하는 업체이다. 유명인들의 시계를 한층 더 예술적인 경지로 튜닝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는데, 최근에는 논란의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의 롤렉스 데이토나 116520을 튜닝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