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서울 한복판에서 고요한 정취가 그리울 때 찾아가기 좋은 동네, 부암동. 경복궁역에서 마을버스 타고 5~6정거장, 도보로는 30분 넘게 오르막길을 넘어야 하는 다소 불편한 교통 입지 덕에 특유의 운치와 한적함을 꼿꼿이 지키고 있는 이곳에 말 그대로 두 가족의 보금자리, ‘두집’이 들어섰다. 인왕산 중턱에 있어 높고 경사가 가파른, 좁은 대지를 굳이 고수한 이유는 북악산과 북한산, 인왕산을 한 폭에 담을 수 있는 풍경 때문이었다고.
건축 부지 자체도 도전적이지만 부모와 아들 부부 두 가족의 주거공간을 분리하면서도 교차하도록 애매모호한 경계를 만드는 과정도 난제 중 하나. 사생활이 충분히 지켜질 정도로 구분을 하되 또 완전히 나뉘는 건 싫었던 건축주의 요구를 따라 고민한 끝에 한 건물 안에서 두 세대를 수직으로 분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1층 세대에는 지상 정원을, 2층 세대에는 근사한 전망을 몰아주며 그나마 공정한(?) 분배에 나섰고, 은퇴 후 집에 머무는 부모는 1층 세대로 손님 방문이 잦고 파티를 즐기는 아들 부부는 2층 세대로 터를 잡았다.
그렇다고 너무 칼같이 분리하면 정이 없으니까, 1층 지붕이 2층의 야외 공간으로 쓰이는 구조에서 1층에 작은 뜰을 만들어 2층과의 교차 공간을 연출했다. 부지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40살 살구나무와 돌로 채워진 수정원이 이 안뜰의 하이라이트. 2층 테라스로 가면 서울 시내와 삼면으로 이어진 산세의 조망 코스가 펼쳐진다. 건물 내부에는 경사진 형태의 천장을 만들어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빛을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는데,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빛의 움직임을 감상하는 것 또한 두집에 거주하는 묘미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