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툴 프라이스의 감각과 장인정신이 빛나는 뉴욕의 브랜드 페이트(FEIT)가 인도어 슬리퍼를 선보였다. 슬리퍼라고 하니 적당히 화장실이나 현관에서 찍찍 끌고 다닐만한 ‘쓰레빠’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오해의 말씀. 럭셔리 핸드메이드의 극한을 보여주는 브랜드 컬러는 인도어 슬리퍼 같은 제품에도 예외 없이 공통으로 적용된다.
발등과 코를 감싸는 슬리퍼의 윗면은 송아지 가죽으로 제작됐다. 그런데 이 소재를 활용하는 씀씀이가 매우 크다. 별개의 절개라인이나 조각을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닌, 오로지 한 면의 가죽을 통으로 사용했다. 눈에 거슬리는 봉제라인 등은 일체 찾아볼 수 없으며, 겉의 재질 또한 높은 수준의 광택 연마 작업을 거쳐 뛰어난 완성도의 마감을 자랑한다.
한편 내부의 인솔은 착용자의 발에 따른 미세한 차이에 금세 길이 들도록 상당히 푹신한 인솔이 적용되어 있다. 아웃솔 또한 상당히 신경을 썼는데, 미끄럼 방지를 위한 스웨이드 소재를 사용했다. 안전한 것은 기본이고, 신발을 찍찍 끌어도 거슬리는 소리가 나지 않아 상당히 쾌적하다. 내구성 또한 좋은 편.
물론 이 정도의 스펙을 갖추기 위해 가죽도 통으로 사용하고 좋은 소재를 쏟은 만큼, 가격도 각오해야 한다. ‘슬리퍼 주제에’라고 생각할 수도 가격은 우리 돈으로 364,400원을 지불해야 살 수 있다. 물론 페이트가 원래 그런 브랜드라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380달러짜리 대나무 슬리퍼도 출시한 마당에, 이 정도면 양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