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항상 빠르게 진화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대를 타지 않는 창조적인 작품은 늘 존재해왔다. 지금으로부터 67년 전, 그러니까 1953년을 시작으로 매년 놀라운 결과물을 뽑아낸 카로체리아 베르토네의 알파로메오(Alfa Romeo) 베를리나 에어로다이나미카 테크니카(Berlina Aerodinamica Tecnica, 이하 B.A.T) 5-7-9d 콘셉트 시리즈처럼.
1950년대에 공개된 알파로메오의 B.A.T 5-7-9d 시리즈는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콘셉트카 3부작이다. 디자인의 키포인트는 바로 Franco Scaglione.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디자이너인 그는 원래 항공학을 전공했으며, 이러한 기반을 B.A.T 3부작에 그대로 투영해냈다.
실제로 B.A.T 5-7-9d 콘셉트카는 모두 차량에서 공기 역학 부분의 비중이 85%를 차지했다. B.A.T 5에서 보여지는 둥근 노즈 덕트, 티어드롭 타입의 글래스 콕핏과 리어휠 스커트의 형상은 에어로다이내믹 요소를 반영한 결과다. 이것이 B.A.T 7에 와서는 프런트 에어덕트를 조금 줄이고 후드를 2인치 낮췄으며, 길게 늘어뜨린 테일핀으로 다시 변화를 줬다. B.A.T 9d에서는 후방 시야를 개선하기 위해 핀의 크기를 줄이고, 리어휠 스커트를 모두 제거했다.
세 차량 모두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갖고 있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조금씩 달라 모두 뚜렷한 개성을 뽐낸다. 탑재된 엔진은 4기통으로 그리 크지 않지만, 실제 공기저항 계수는 파워트레인 이상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고. 이는 역시 디자인과 공기역학의 힘이 가장 크다. 이 세 대의 역사적인 콘셉트카는 현재 RM 소더비 경매에 모두 올라와 있는데, 예상 낙찰가만 무려 1,400만에서 2천만 달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