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미우라 켄타로가 급성대동맥박리로 세상을 떠나면서 영원한 미완의 작품으로 남을 뻔했던 다크 판타지 대작 <베르세르크>가 기적적으로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주인공은 바로 <홀리랜드>의 작가 모리 코우지. 실제로 고 미우라 켄타로와 고교 동창이었던 코우지는 켄타로 생전에도 자주 왕래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실제로 베르세르크의 결말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러한 소식은 지난 7일 베르세르크의 연재처인 ‘영 애니멀’의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다. 영 애니멀 편집부는 트위터를 통해 “콘티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서 켄타로의 의중이 담긴 원고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도 동시에 “원래 이야기했던 내용에서 절대 변형 없이 작품을 이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작가의 사후에도 그 유지를 받아 연재를 재개하는 가운데 그 지휘봉을 맡게 된 코우지 작가는 “켄타로는 생전에도 ‘최종회까지의 이야기는 모리 너만이 알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너무나도 책임이 무겁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걸 그릴 순 없다. 인터뷰를 통해 스토리만이라도 전할까 생각까지 했다”며 입을 뗐다. 이어 “고민하던 찰나에 스튜디오가가 스태프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베르세르크 연재를) 저희에게 시켜주세요’라고. 켄타로와 나의 은사인 시마다 이사도 의지만 있다면 온 힘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했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말을 남긴 코우지는 뒤이어 “여기서 도망가면 켄타로가 ‘내가 모든 걸 다 이야기 해줬는데 안 할 거야?’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의지를 확고히 다진 코우지는 “팬들에게 미리 약속한다. 켄타로가 나에게 말한 이야기만 온전히 전할 것이며, 거기에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가거나 살을 더 붙이는 일도 절대 없게 하겠다. 최대한 기억을 상세히 떠올려 그가 전한 이야기만을 그대로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9년부터 장장 30년 넘게 초장기 연재를 이어온 베르세르크. 그 기간만큼이나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그에 반비례하는 극악의 연재속도로 팬들을 애태우다가 결국 작가가 사망하며 비운의 미완으로 남을 뻔했던 이 작품이 1년 만에 다시 연재 재개 소식을 전해 온 것은 가히 드라마틱하고도 극적인 일이다. 부디 스튜디오 가가의 그림과 코우지 작가의 검수가 켄타로 작가의 유지를 충실히 이어받아 아름답게 마무리하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