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풍경이고 정물이고 간에 모든 사물을 초상사진 하는 기분으로 찍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피사체가 되신 그분의 신분과 성격, 삶의 역정, 지금의 기분과 표정을 담아내는 것이다. 내가 세상 만물과 나누는 대화의 방식이 이러하다.”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사진작가 박찬욱에게 사진이란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는 매체다.
Washington, D.C., 2013Face 106, 2016
그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은 박찬욱의 첫 갤러리 개인전 <너의 표정(Your Faces)>이 부산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됐다. 곧 발간되는 사진집 속 30여 점을 선별해 인화하고, 전시공간을 디자인하고, 라이트박스를 활용하는 등 전시 방식을 변주해 사진 이미지의 물리적인 감상 경험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장으로 펼쳐진다.
(좌) Face 107, 2013 / (우) Face 45, 2015
전시는 시종일관 박찬욱 작가가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매개체는 곧 그의 일상임을 이야기한다.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순간조차도 인공적으로 디자인해서 꾸며 내야 하는 영화의 숙명으로부터 박찬욱은 자신의 사진을 가장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작가 스스로 사진 작업은 지독히도 치밀한 영화 작업에 대한 ‘해독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표현할 만큼, 그의 사진에서는 우연과 즉흥성이 큰 몫을 한다. 상업 영화감독으로서 작품에 시대성을 담는 감각을 그 누구보다 기민하게 단련해왔을 박찬욱은 오늘의 우리가 주변의 익숙한 풍경 속에서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확장해나갈 단초를 제공해준다.
Face 16, 2013
시대를 가늠하는 새로운 눈을 빌리고, 우리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꾸준히, 그리고 새로이 고찰하도록 만들어줄 사진전 <너의 표정>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12월 19일까지 계속된다.
국제갤러리 서울에서 진행 중인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 <Julian Opie>를 통해 일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경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