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가격표로만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물건을 ‘명품’이라고 부른다. 지난 100년 동안 카메라 시장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갔고,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사람의 손바닥에 카메라가 매우 값싸게 쥐어지는 시대가 되었지만, 100년 전 소형 카메라를 발명해낸 라이카는 모든 것이 급변하는 2017년에 다시 카메라의 본질로 돌아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다시 찾았고, 올해의 M10은 진정 카메라의 ‘명품’이 되었다.
M10의 주제는 “회귀”이다. 지금까지 라이카 M 시리즈는 M3부터 M7까지 필름 바디였고, M8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이뤄진 후 M9에서 ‘세계 최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칭호를 얻으며 정점을 찍었으나, M Typ 240과 Typ 262이라는 종전과는 다른 혼란스러운 이름을 달고 등장한 4대의 카메라는 크기가 커지고 무게는 무거워지고, 무리하게 집어넣어 품질이 조악했던 동영상 기능, 전자식 뷰파인더 등은 라이카가 디지털 시대를 쫓아가지 못해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올해의 M은 네이밍부터 M10으로 돌아온 것 뿐만 아니라, Type 262에서 많이 커지고 무거워진 바디가 기존 필름 바디와 동일한 139 x 39 x 80mm로 돌아왔고 무게 역시 전세대 Typ 262에 비해 20g 가량 가벼워졌다. 지금까지 후면의 버튼 혹은 다이얼로 ISO를 조정했던 것과는 달리 물리적인 ISO 다이얼이 필름 리와인딩 노브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필름 바디로의 “회귀”라고 볼 수 있다. 라이카답지 않은 동영상 기능 역시 2017년임에도 불구하고 쿨하게 없애버렸다. 2017년에 동영상을 찍을 수 없는 800만원짜리 디지털 카메라라니! 하지만 M10은 사진을 찍는 기본기에 더 집중했다. 새롭게 제작된 24MP CMOS 센서가 탑재되어 Typ 262에서 지적된 다이나믹 레인지 문제가 대폭 개선되었고, 마에스트로 2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중후한 외모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빠른 5fps 연사가 가능하며, 2GB의 버퍼를 탑재해 RAW 촬영 시 30장, JPEG 촬영 시 100장을 멈추지 않고 촬영할 수 있다.
라이카 M10은 타사의 미러리스 카메라같은 화려하고 놀라운 기능은 없지만, 라이카의 정체성에 집중했기에 여러 매체에게 “집나간 라이카가 돌아왔다”는 주목을 받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있다. 라이카는 이번 주 내에 M10을 $6,595의 가격에 출고한다고 밝혔다.